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머릿속에서 습관적으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던 나를, 검은 양복의 말이 현실로 데려왔다.


“…이제 4분 남았군요. 원하시면 당장이라도 로그아웃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이봐요. 대체 뭐에서 로그아웃을 한다는 거죠?”


검은 양복은 미소를 짓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으로부터요. 이곳을 포함한 모든 곳으로부터요. 현실을 모방한 이 게임으로부터 말이죠.”


“네? 뭐요? 이게 다 게임이라구요?”


나는 내 앙상한 다리를 삿대질하며 말을 이었다.


“내 인생이 사실은 게임 속 스토리였다구요?”


이게 게임이라면 내가 겪은 모든 고통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검은 양복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이해가 빠르시군요. 정확히 그렇습니다. 오현서 씨는 지금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일단 게임에 참여하면 그게 게임인 줄 잊어버리게 되는, 현실보다 현실 같은 ‘익스트림 리얼라이프’라는 게임이죠. 만약 유저가 원한다면 게임이 게임임을 자각하는 걸 가능케 하는 옵션 설정도 있습니다. 익스트림 리얼라이프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유저는 모든 걸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거든요. 오현서 씨는 이곳이 게임임을 잊는 선택을 내리셨습니다. 참고로 로그아웃 요청 코드는 ‘그만두겠다’ 또는 ‘때려치우겠다’ 같은 중단을 의미하는 표현들입니다. 재활 도중에 다 합해서 9번 그런 발언을 하셨는데, 바로 9라는 횟수가 저를 호출하는 조건이었죠.”


검은 양복의 말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편으론 그런 헛소리를 진지한 얼굴로 내뱉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이게 연기라면 아카데미 주연상 감이다. 연기가 아니라면 그냥 미친놈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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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