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인도의 옛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등장인물.2. 마하바라타에서
2.1. 탄생
브라만 바라드와자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그 탄생부터가 범상치 않았다.옛적에, 제사에 쓰일 제물을 구하러 다니던 바라드와자 대선인은 막 목욕을 마친 압싸라스 그르따찌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느닷없는 바람이 불어 압싸라스의 옷이 벗겨졌다. 선인의
정액이 쏟아지고, 그는 그것들을 드로나[1]에 담았다. 거기서 지혜로운 드로나 성자가 태어났다...(이하 생략) [2]
2.2. 성장과 결혼
이후 드로나는 바라드와자에게서 각종 학문과 무술을 배우며 자라났다. 아버지 바라드와자에게는 쁘르샤따라는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왕, 즉 크샤트리야였다. 쁘르샤따에게도 드루파다라는 아들이 있어 둘은 매우 친한 사이로 지냈다.그 후 장성한 드로나는 크르피(브라만 크리파의 여동생)과 혼인했고 아슈와타마[3]라는 아들을 두었다. 브라만 파라슈라마가 다른 브라만들에게 자기 재산을 나누어준다는 소식을 듣고 드로나는 그를 찾았지만, 이미 파라수라마는 모든 재산을 나누어준 뒤였고, 결국 드로나는 파라수라마에게서 재산 대신에 무술을 전수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무적의 무예가가 되기는 했지만 가족을 부양할 필요가 있었던 드로나는 옛 친구 드루파다를 찾았는데, 그 사이 판찰라 왕국의 국왕으로 등극한 드루파다는 "이 가난한 브라만이 분수도 모르고, 지체 높은 나한테 감히 '친구' 라니!" 라며 옛 벗을 심하게 무시하고 천대했다. 결국 드로나는 이를 갈면서 판찰라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고 이후 유랑 생활을 하게 되었다.
2.3. 판다바와 카우라바들의 스승이 되다
드로나는 궁궐에 초대되어 판다바와 카우라바들의 스승이 되는데 아르주나가 실력도 가장 우수했고 또 자신을 제일 잘 따라서, 그를 최고의 제자라면서 제일 아꼈다. 카르나가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대회에서도 아르주나를 제일 칭송했다. 아르주나는 어두운 밤에도 궁술 연습을 하는 열정을 보였는데, 드로나는 그것을 보고 감명받아 아르주나를 최고의 궁수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이후 판다바와 카우라바들에게 닥쉬나(수업료)를 요구하는데, 드로나의 요구는 과거 자신을 모욕한 드루파다에 대한 복수였다. 드로나는 판찰라를 침공하여 드루파다를 데려오라 했고 제자들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드로나는 드루파다를 비웃으며 판찰라의 반쪽을 받았고, 드루파다는 이에 원한을 품어 드로나를 죽일 아들 드리스타드윰나를 얻었다. 다만 드로나는 드리스타드윰나를 제자로 받았는데, 그가 자신을 죽일 운명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2.4. 에깔라위야
한번은 에깔라위야(Ekalawya)라는 이름의 니샤다[4]의 왕자가 드로나를 찾아 궁술을 가르쳐 줄 것을 청하였으나, 드로나는 그가 천한 니샤다라는 이유로, 그리고 다른 제자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그의 청을 거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깔라위야는 단념하지 않고, 숲에 들어가 흙으로 드로나의 토상을 만들고 절하며 스승으로 모시고(…) 궁술을 독학해 뛰어난 경지에 올랐다.하루는 판다바들이 그 숲으로 사냥을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냥개 중 하나가 활을 쏘고 있던 에깔라위야를 발견하고 짖어대기 시작하자, 에깔라위야는 즉시 7발의 화살을 개의 입에다 쏴 더 이상 짖지 못하게 했다.(!)[5] 그렇게 입이 화살 범벅이 된 채로 돌아온 사냥개를 본 판다바들은 곧 에깔라위야를 찾아냈다. 자신을 "드로나의 제자"로 소개한 에깔라위야. 이에 아르주나는 드로나에게 가서 따져물었고,[6] 드로나는 결국 에깔라위야를 대면하게 되었다. 존경하는 스승의 모습을 보게 된 에깔라위야는 스스로를 노예로 바치려 했지만 드로나는 그에게 스승의 자격으로 '닥쉬나(수업료)'를 요구하게 되고, 충격적이게도 오른손 엄지를 달라고 명령했다.[7] 이에 에깔라위야는 흔쾌히 자신의 오른손 엄지를 잘라 드로나에게 바쳐 축복과 날렵함을 맞바꾸었다.
다만 아무리 약속이었다지만 사람의 재능을 앗아간 것이 업보로 작용했는지 아니면 지식을 차별없이 전해야 한다는 교사의 도리를 저버려 지식의 여신 사라스바티의 분노를 산 것인지 후술할 그의 최후는 좋지 못했다.[8]
2.5. 노름과 판다바들의 추방
주사위노름 사건으로 판다바들이 숲으로 추방당한 뒤에도 여전히 왕국에 남아 두료다나를 보필했다. 물론 드로나는 여전히 판다바들을 강력히 옹호했지만 저승의 악마들이 그에게 씌인 탓인지 그도 우매해지기 시작했고 판다바들에 대한 정도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드로나는 왕가 소속이였기 때문에 카우라바 측에서 싸울 명분이 있었다.2.6. 쿠룩셰트라 전투
결국 13년의 긴 세월이 지나고 판다바들과 카우라바들 간의 전운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드로나는 그 와중에도 아직 판다바들에 대한 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전쟁 반대파였지만 막을 수 없게 되자 카우라바의 편에 서게 된다.쿠룩셰트라 전투가 벌어졌을 당시에는 온갖 막장 사건들이 벌어졌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본인이 유디슈티라를 생포하는 것을 주도한 적도 있고 아비만유가 다구리로 죽은 이유도 이 드로나가 짠 계획에 말려들어서다.
2.7. 최후
쿠룩셰트라 전투 14일째가 되던 날, 드로나는 판다바 측 병사들에게 브라흐마스트라를 마구 써대기 시작했지만 천신들의 제지로 이를 그만두어야 했다. 하지만 브라흐마스트라 없이도 드로나는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그는 비라타[9]와 원수지간이였던 드루파다[10]을 포함한 수많은 판다바 전사들을 죽인다. 다만 드루파다와는 옛정이 있어서인지 사이가 악화된 것을 한탄했다고 한다.도저히 정정당당한 방법으로는 드로나를 저지할 수 없게 되자, 판다바 측은 크리슈나의 사주 하에 속임수를 써서 드로나를 잡기로 결정했다. 아들 아슈바타마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가 전의를 잃게 될 것이라고 판단, 먼저 비마가 아슈바타마라는 이름의 코끼리를 죽인 뒤 드로나에게 "내가 아슈바타마를 죽였다!"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이를 믿지 못한 드로나는 유디슈티라[11]에게 고개를 돌리고 사실을 물어보았고, 유디슈티라는 "아슈바타마는 죽었습니다. 단,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코끼리 아슈바타마가..."라고 대답했다. 이 부분은 전승마다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어떤 전승에서는 판다바들이 나팔을 불고 북을 쳐서 말 뒷부분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전승에서는 드로나가 유디슈티라의 대답의 앞부분만 지레 듣고 실신해버렸다고도 하고, 또 어떤 전승에서는 유디슈티라가 일부러 뒷부분은 소곤소곤 말했다고 전해진다. [12]
하여간 아들이 죽었다는 거짓말을 드로나에게 들려주었다는 것이 핵심. 이 엄청난 거짓말을 마침내 사실이라고 믿어버린 드로나는 마차 위에서 그대로 실신했고(아들의 영혼을 찾으러 명상에 들었다는 판본도 있다), 그 틈을 타 드리스타드윰나가 달려가서 그의 목을 쳤다. 그의 사후 카르나가 그의 지위를 이어받고, 아슈바타마는 아버지의 죽음에 분노해 흑화하기 시작한다.
[1]
작은 사발.
[2]
<마하바라따 2>, 박경숙 역, 새물결 출판사, 561쪽.
[3]
"말 울음"이라는 뜻. 태어날 때 천상의 말과 같은 울음소리를 내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4]
산과 숲에 거주하는 사냥꾼 부족, 그리고 그들이 세운 (동명의) 왕국.
[5]
짖지만 못하게 입을 막았을 뿐 상처 하나 입히지 않았다.
[6]
앞서 나온 대로 자신이 드로나의 수제자라고 자부하고 있었고 인정도 받고 있었는데 자신 이상으로 뛰어난 제자(?)가 등장했으므로.
[7]
즉 활을 잘 쏘지 못하게 하도록. 드로나는 아르주나를 세계 제일의 궁수로 만들겠다는 서원을 했으므로,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8]
에깔라위야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지만 크리슈나의 계략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파란만장한 삶 때문인지 지금 인도에는 에깔라위야를 기리는 사원이 있고, 기숙학교와 스포츠 분야의 상, 스타디움도 그의 이름이 붙어있다. 사후에
불량 전차에 이름이 붙은 아르주나보다 더한 영예를 누린 셈.
[9]
판다바들이 유배 기간 중 숨어 지내던 마츠야의 왕이었다. 그 역시 판다바 측 군단장이었다.
[10]
판다바 측의 군단장이었다.
[11]
드로나는 유디슈티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거짓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까지는 실제로 그랬고.
[12]
이 직후에 그동안 땅에서 한 뼘 위로 떠다니던 유디슈티라의 수레는 땅바닥으로 떨어져 다시는 떠오르지 못했는데, 이는 유디슈티라도 드디어 속세의 속물로 떨어졌다는 뜻이라고도 하고, 혹은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데에 죄책감을 버리지 못한 유디슈티라의 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