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네', '-네요'는 '자기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약한 놀라움, 감탄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다. 자기가 느낀 점,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한 일을 말할 때 쓰는 것이다. 대개 '-군요'로 써도 의미는 비슷하다.이러한 개념을 ' 의외성'(mirativity, MIR.)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이 문법화된 언어는 한국어를 포함해 별로 많지 않다.[1]
용언이나 ‘이다’의 어간 또는 선어말 어미 ‘-으시-’, ‘-었-’, ‘-겠-’이 결합할 수 있다.
2. 부드러운 말투에서의 남용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쓰이기 때문에 자기가 의도적으로 한 행동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의도하고 한 행동을 발화 직전까지 모르고 있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실수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자기가 행동했고 자기가 주어여도 사용된다. "아, 실수로 컴퓨터를 꺼버렸네.", "아, 지갑을 집에 두고 왔네." 같은 문장에선 발화 직전까지 자기가 꺼버렸으면서도(지갑을 두고 왔으면서도) 그런 줄 모르고 있다가 알고 보니까 컴퓨터를 꺼버렸다는 뜻이 된다. Aikhenvald(2004)[2]는 이런 증거성류 표지가[3] 1인칭에 쓰였을 때 통제/제어 불능의 사태를 묘사하게 되는 현상을 "1인칭 효과"(First-person effect)라고 분석한 바 있다.한편 한국 인터넷상에서는 자기가 의도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도 '-네요'를 쓴다. 이런 문체를 "네요체"라고 부른다. 이러면 마치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느낌을 말하는 꼴이 되어 유체이탈 화법이 된다. 이럴 때에는 '-네'로 써보면 '-네'에서는 이러한 남용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바로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유사한 문장 '-군요'로 써보는 것도 좋다. 대개 이런 문장은 '-어요'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 진열대에 그 물건이 보이길래 집어왔네요. / 보이길래 집어왔네.(?)
- 요청하면 즉시 새로 만들어주니 좋았네요. / 만들어주니 좋았네.(?)
위의 예문을 설명하자면, 진열대에서 그 물건을 집어온 사람, 요청한 바가 이루어져 좋아한 사람은 각 문장의 주체(화자)인데도, 마치 다른 사람이 물건을 집어온 것처럼, 다른 사람이 좋았다는 것처럼 말했기에 청자가 문장의 의미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금 업데이트 완료했네요."라는 문장이 있을 때
- 수동 업데이트를 했다면 업데이트를 자기가 시킨 것이니 '-네요'가 어색하다.[4] 아니면 업데이트를 시킨 건 자기지만 "언제 끝날 줄은 몰랐는데 이제 보니 끝났다"라는 사실이 의외일 수는 있다.
- 자동 업데이트 설정이었다면 '-네요'가 자연스럽다.
'-네요'의 어조가 부드럽기 때문에 어조를 부드럽게 하다 보니까 온갖 문장에 다 붙게 된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이라는 색을 옅게 함으로써 공격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근래에 '~ 것 같아요'가 자주 쓰이게 된 것과 원인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체에 대해 "가식적이다",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같다"는 감상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블로그 등지에서 쓰이는 줌마체에서 '-네요'의 비중이 높으며, '-어요'가 붙은 '-네요'의 형식으로만 주로 남용된다는 것이 이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즉, 이러한 남용은 '-어요'를 자주 쓰는 계층에서 일어났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3. '-군'과의 차이
'-네요'와 '-군요'는 모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 감탄할 때 쓰이나, '-군요'는 과거 사실에 대해서 현재 시점에 새로이 깨닫게 되었을 때도 쓰이지만 '-네요'는 그렇지 못하다(이희자·이종희 2001). 즉, '-네'에서 새로 깨닫는 것은 바로 지금의 사실이어야 한다.유미: 지난 주에 여기는 비가 많이 왔어요.
대성: 아, 그랬군요. (○) / 그랬네요. (X)
단, 이는 남에게 들어서 새롭게 안 사실일 때에 해당하고, 스스로 알아내거나 느껴서 새롭게 안 사실에 대해서는 과거의 사실이라 할지라도 '-네'를 쓸 수 있다. 대성: 아, 그랬군요. (○) / 그랬네요. (X)
유미: 어? 이제 보니 지난 주에 여기는 비가 많이 왔네요. (○)
또한, '대상' 쪽에서 잠시 잊고 있다가 말을 듣고서야 생각난 경우에는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로 '-
었네'를 쓸 수는 있다.유미: 지난 주에 여기는 비가 많이 왔어요.
대성: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대성: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4. 관련 문서
[1]
후술하듯 의외성은 증거성과 관련되어 설명되곤 하는데, 한국어와 문장 구조가 유사한
일본어에서 직/간접 증거성은 らしい, だよね로 종종 나타난다.
# 단, 이들 어미는 의외성의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증거성이나 의외성의 의미는 주로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에서 많이 발견되며, 구대륙에서는
티베트어가 증거성 표현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kenvald 2006). 서구 언어에는 흔치 않기 때문에 발견이 비교적 늦게 이루어진 편이다.
[2]
Aikhenvald, Alexandra Y. (2004), Evidentialit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3]
의외성 문서에서 보듯 의외성은 증거성의 한 종류이다. 학자에 따라 의외성이라는 개별 의미 범주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4]
'완료했어요'가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