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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14:12

나비에 엘리 트로비/작중 행적/피습 그 이후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나비에 엘리 트로비/작중 행적

마침내 서대제국에 돌아온다. 본궁에 도착하여 마차에서 내린 후 웃고 있던 그 순간 크리스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붉은 옷을 입은 채로 건물에서 자신의 위로 떨어져 자살 테러를 한 즈멘시아 공작에게 습격당한다. 충돌 직전 즈멘시아 공작에게 반사적으로 마법을 쏘았으나 효과는 미미, 즈멘시아 공작은 그대로 즉사하고 자신을 보호한 카프멘과 함께 혼수 상태에 빠지고 만다. 나비에가 후원하던 치료마법사인 에벨리를 떠올린 하인리가 나비에를 살리기 위해 소비에슈에게 크로우를 보내 나비에가 피습당해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하고, 소비에슈가 에벨리를 서대제국에 보내면서 에벨리에게 치료를 받게 된다.

결국 무사히 깨어나게 된다. 하인리가 놀라하며 자신의 손을 쥐고 이마에 대자 하인리의 이마가 뜨겁다고 느끼면서도 자신의 손이 차가운 것인지, 하인리에게서 열이 나는 것인지에 대해 의아해한다. 정신없이 멍하게 있던 찰나 흐느끼며 자신이 정말로 멀리 가버릴까봐 걱정했다는 하인리의 말에 그의 너머로 소비에슈의 그림자를 목격한다. 사라진 그림자를 보고서 자신이 꾼 꿈[1]을 떠올리다가 상실감을 느낀다.

하루가 지나서야 즈멘시아 공작 습격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자신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좋아하는 에벨리에게 자신을 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카프멘과 에벨리를 상기하면서도 하인리가 자신이 산 이유가 자신이 사용한 얼음 마법 덕분이였고 그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알려준 것을 떠올리며 이후, 시끄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피습당하던 당시를 떠올려 카프멘이 자신을 감싸고, 충돌 직전 즈멘시아 공작에게 얼음 마법을 쏘았기에 지붕 위에서 습격한 즈멘시아 공작의 자살 테러에도 무사할 수 있었고, 혼수 상태에 빠져있었으나 에벨리가 치료 마법을 사용해준 덕분에 깨어날 수 있었음을 상기한다.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듯한 에벨리에게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칭찬한다. 이에 수긍하면서도 자신뿐만이 아닌 카프멘 대공도 구했다고 자랑하는 에벨리에게 자신을 구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재차 칭찬하면서도 에벨리의 마법이 희귀한 능력임을 상기한다. 이것도 자신의 덕이라고 말하는 에벨리에게 자신은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하지만 에벨리는 고개를 저으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궁의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과 같은 치료를 받았음에도 깨어나지 못한 카프멘을 걱정한다.

그러나 에벨리가 눈치를 보며 소비에슈와는 사이가 나쁘냐고 묻는다. 대답하기에 곤란한 질문이라 어색하게 웃는다. 그와는 매우 복잡한 사이지만 소비에슈와 자신은 각각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을 대표하기에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자리에서 내비칠 수 없다고 여겨 말을 돌려버린다. 소비에슈가 아직 자신을 좋아하고 걱정하는 것 같다고 있다고 말하며 '날 보낼 때 매우 다급하고 창백해보이셨다'고 말하는 에벨리에게 소비에슈가 보냈냐고 묻는다. 자신의 소식을 듣고 바로 자신을 구하라고 명령했다는 에벨리의 말에 라스타의 재판 날 밤 울면서 담벼락에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던 소비에슈를 떠올리며 편지라도 하는 게 낫겠냐고 생각한다.

이후 에벨리가 하루에 한 번 찾아와 회복 마법을 사용해주고, 궁의가 만들어준 약을 먹으며 침대에 누운 채 있다보니 빠르게 몸이 회복되어간다.

점차 회복되어가는 몸 상태에 예전 같다고 생각해보지만 하인리는 그건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고 단언하며 절대로 자신의 몸 상태가 예전같지 않다고 잔소리를 해댄다. 잔소리가 좀 는 것 같다고 말해보지만 하인리가 '안 늘게 생겼냐. 반대 상황이였더라면 나처럼 불안해졌을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슬쩍 흘겨본다. '그렇게 예쁘게 봐도 안 된다. 몸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는 무조건 안정이다.'라고 단언하자 알았으니 잔소리 그만하라고 대답한다.

하인리가 음식 수레에서 스프가 담긴 접시와 은수푼을 쥐어 스프를 자신에게 먹이려고 하자, 또 먹여주려고 하냐고 묻지만 자신은 아프다는 대답을 듣는다. 손은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하인리는 '반대 상황이였더라면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소고기 스프를 떠서 먹여주려 한다. 한 마디 하고 싶었으나 하인리가 '반대 상황이였더라면'을 무기처럼 휘두르는 바람에 대꾸를 못하면서도 바로 기절한 자신과는 달리 뜬눈으로 자신이 깨어나기까지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을 하인리의 상황을 이해한다.

습격 사건 이후 오빠와 시녀들, 소식을 듣고 급히 서대제국에 온 부모님, 그리고 맥켄나가 했던 기도[2]를 떠올려 입을 벌려 받아먹기로 하지만 하인리에게 '확실히 해두겠다. 이건 내가 받아먹는 게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에 하인리가 '난 누구에게 떠먹여주고 있는 거냐'고 묻자 배 속의 아기새라고 대답한다. 이에 하인리가 수긍하고 수프를 먹여주자 받아먹으면서도 즈멘시아 공작 일가에 대해 내려진 처벌[3]을 떠올린다. 시녀들은 물론 부관들 및 기사들이 한결같이 입을 다문 탓에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고 그나마 마지못해 주베르 백작부인이 일부만 알려준 것임을, 사람들마저도 자세히는 알려주지 않았던 것을 떠올린다.

하인리가 의문을 표하자 다시 받아먹다가, 하인리에게 잔소리를 할 구실을 찾던 찰나, 로라로부터 카프멘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놀라서 일어날려고 했지만 하인리에게 저지당하자, 잠시 하인리를 째려보면서도 로라에게 카프멘의 상태를 묻는다. 깨어나서 멍하게 앉아 있다는 로라의 보고에 하인리에게 가보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인리가 이를 수긍하고 자신을 부축해주면서 카프멘의 방으로 가게 된다. 하인리의 부축을 받으며 자신의 방과 맞은편 방에 머무는 카프멘의 방으로 찾아간다.

카프멘의 방에 들어오나, 침대에 걸터앉은채 두 손을 무릎에 둔 카프멘을 보게 된다. 자신을 보고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눈에 초점이 없는 카프멘을 보며 혹시 눈이 멀어버린 건 아닐까 걱정하며 그에게 연거푸 괜찮냐고 묻는다. 서서히 눈에 초점이 잡히는 카프멘을 보고 다시 괜찮냐고 묻는데 완전히 초점이 돌아온 카프멘으로부터 괜찮다는 대답을 듣는다. 그런 카프멘을 보고서 예전의 카프멘과 거의 비슷하다고 여겨 고맙다고 말한다. 재차 괜찮다고 대답하는 카프멘에게 자신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이에 카프멘이 빙그레 웃으며 하고 싶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하자 그를 보고서 놀라하면서도 짐작가는 게 있는지 '혹시?'라고 중얼거린다.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카프멘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사랑의 묘약의 약효에서 벗어났음을 눈치채고 기뻐한다.

한편, 동대제국에서 소비에슈가 침실 창문에서 투신하여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에벨리에게 '소비에슈가 다쳤으니, 나비에의 상태가 괜찮아졌다면 빨리 와달라'는 급보가 와 에벨리는 다시 동대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동대제국의 상황을 듣자마자 자신이 꾼 꿈을 떠올리며 그가 많이 다친 건 아닌지 걱정한다. 비교적 태평하게 심각한 부상이란 말은 없으니 괜찮지 않겠냐는 말에, 황제의 몸 상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이니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더 오래 있고 싶었다며 시무룩해하는 에벨리를 달래며 또 기회가 있을테니 자주 놀러오라고 말한다. 에벨리가 자주 오면 안 되냐고 묻자 자주 와도 좋지만 부담될 거 같다고 대답한다. 자주 와도 된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하자 자주 오라고 대답한다. 그럼에도 에벨리는 두 손을 깍지 끼고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그런 에벨리의 모습을 보다가 부관에게 소비에슈가 자신의 임신 축하 선물로 보낸 경주용 마차에 에벨리가 타고 가게 해주도록 부탁한다.

에벨리는 마차에 짐을 싣고 동대제국으로 돌아가고, 계속 소비에슈에 대해 신경을 쓴다. 정말로 자신의 저주가 들어맞은거냐고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은 얼음 마법이 아니라 저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름에 잠겨 정원을 돌아다니던 중 카프멘이 자신을 부른다. 휠체에에 앉은 채 자신을 보고 있고 그의 수행원이 휠체어를 밀어주는 카프멘의 모습을 보던 중 카프멘이 수행원에게 자리를 비켜주게 하자 자신 역시 랑드레 자작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랑드레 자작은 곁을 떠나기 불안하다며 거부하고, 할 수 없이 근처의 방에 카프멘과 들어간다 그제서야 랑드레 자작이 자리를 비켜주면서 단 둘만이 남는다.

이전이라면 약효 때문에 걱정했을테지만 지금은 약효가 떨어졌다고 생각해 안심하면서 감사를 표한다. 카프멘이 '서로가 서로를 구했다'고 대답하자 아닐 거라고 되묻는다. 카프멘은 자신이 잠시나마 즈멘시아 공작을 늦추지 않았다면 즉사했을지도 모른다고 대답한다. '너무 끼워맞춘 말 같지만 그런 걸로 알아듣겠다'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론 '방금 한 말은 농담인데 알아듣겠냐'고 생각한다. 카프멘이 웃으면서 장갑을 만지작거리자 약효에 대해 묻지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졌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제는 감출 수 있다고 대답하는 카프멘에게 되묻지만, 몸은 좀 어떠냐는 질문을 듣는다. 그가 말을 돌린 거라 생각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면서도 뭔가를 놓친 것 같은 기억이 들어 기억을 떠올리려 한다. 카프멘은 보기엔 괜찮아보인다며, 에벨리의 재능이 대단하다고 대답한다. 괜찮은 게 맞다며 무리해서 움직이면 안 되지만 이 정도가 어디냐고 대답한 후 방에서 나간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은 채 있으면서 하인리와 꼭 끌어안고 자고 싶어했으나 궁의의 당부 때문에 따로 자게 된다.

그때 하인리가 단지에서 침대, 창문, 문틀 등 방 곳곳에 하얀 결정을 뿌려대는 걸 목격한다. 이를 보다가 '아까부터 뭘 하고 있는거냐'고 묻는다. 세번째로 물어서야 하인리가 반응하자 손가락으로 하인리가 뿌리던 걸 가리키며 '아까부터 뭘 자꾸 뿌리고 다니는 거냐'고 묻는다. 하인리가 반응하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자 '대답하지 않으면 얼려버릴거다'라고 경고한다. 하인리는 대답하려고 했다고 대꾸하면서도 근데 왜 이리 난폭해진 거냐며, 설렌다고 중얼거린다다. 마지막 말에 되묻지만 하인리는 '내가 이런 거 좋아한다고 말했였냐'고 중얼거린 후 아직 말 안 했으니 잊어달라며, 나중에 천천히 말해주겠다고 둘러대다가 단지에서 하얀 결정을 꺼내 손바닥 위에 얹어주곤 소금이라고 대답하며 '부정탈까봐 뿌리는 중이다'라고 중얼거린다. '내가 절대로 이런 걸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말에 즈멘시아 공작이냐고 물으면서도 죽으면서까지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이 유령이 되어서 다시 나타날까봐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케트런 후작이 벌인 유령 소동 때는 전혀 안 무서워하면서도 자신의 앞에선 겁먹은 척 했던 것을 떠올리며 하인리는 정말로 유령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소금을 다 뿌린 후 주머니에서 파란 보석을 꺼내 소금 주위에 놓는 걸 보고 해향석[4]이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이러면 안심이다'고 말한다. '없어도 안심이라고 대답하지만 하인리는 자긴 아니라며, 겁이 많다고 말했다고 딱 잘라 말하고는, '무섭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더니 '달래달라'고 말하고서 자신의 뺨에 입을 가져다대려고 했으나 곧 물러난다. 하인리가 자신에게 키스하려고 했다는 걸 눈치채고 그를 부르지만, 어색하게 입을 만지던 하인리는 이내 소금 단지를 다시 들어서 소금을 꺼내 더 뿌리겠다고 말하고,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너무 느리지 않은 속도로 산책할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되자 미뤄두었던 일인 즈멘시아 공작의 자살 테러 사건으로 인해 얼떨결에 공개된 자신의 마법에 대한 건을 해결하기로 결정해 오랜만에 국정 회의에 참석한다. 자신을 본 관리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건강하게 회복되신 모습을 보니 너무나 기쁘다', '즈멘시아 공작가는 이제 완전히 몰락했으니, 더는 걱정하시 않으셔도 된다', '앞으론 그런 일이 없도록 궁전 안 방비를 더욱 철저히 시키겠다'라는 등 자신에게 덕담을 건네자 웃으면서 받아주다가 자신이 얼음 마법을 사용한 것을 인정한다. 도중 한 관리는 마법사인거냐고 묻는다. 아직 마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속으로 당황해하지만 이내, 인정하고 턱을 약간 들어 차분한 표정을 짓는다. 이에 관리들은 '정말 잘 어울리시는 능력이다', '대단한 능력이시다', '좋은 속성이다'라는 등 과도하게 자신을 칭송하고, '평소의 차가운 분위기는 마법 성향 때문에 그러신거였다'라는 말까지 꺼낸다. 관리들의 칭찬을 들으면서 처음 왔을때와는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여기면서도 몇 가지 안건을 토론하다 피로감을 느낀다.

회의장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걸어간다. 체력이 부족하다 느껴 궁의에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알려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뭔가를 보고서 갑자기 멈춘다. 이에 랑드레 자작도 처음엔 당황해하다가 자신이 보는 곳을 보고 얼굴이 굳는다. 한 쌍의 연인이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에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한다.

걸으면서 전날 밤 하인리가 자신에게 키스하려다가 멈춘 게 신경이 쓰여 여러 생각을 한다. 물론 치유 마법 덕분에 자신에게 외상은 없지만 몸을 회복시킨 후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효과가 사라지니 조심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조심해야할 것에 볼키스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차 왜 자신에게 키스하려던 걸 멈췄는지 의문을 품던 중 하인리와 마주친다.

한 쪽엔 서기, 한 쪽에 맥켄나를 옆에 두고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하인리를 부른다. 반갑게 뛰어오는 하인리에게 잠시 시간 괜찮냐고 물은 직후 '잠시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잠시 둘이 있겠냐'고 제안하면서도 하인리가 키스를 피한 건지, 어쩌다보니 피한 것처럼 보인건지에 대해 시험하려한다. 고개로 뒤쪽을 가리키자 하인리가 눈이 가느다래져서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자신의 옆에 다가와 '어디부터 어디까지 확인해줄 거냐'고 묻는다. '우뇌부터 좌뇌까지'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하인리가 당황해하자 일단 오라고 말하며, 근처 빈방으로 하인리를 데리고 간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근 후 하인리의 가슴을 밀어서 소파에 앉힌다. 하인리가 소파 손잡이를 꽉 힘주어 잡은 후 웃으면서 '머리를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닌 것 같다'고 물으면서 눈을 반쯤 감은 후 숨을 들이마시면서 느리게 눈을 뜨자, 이를 보며 별거 아닌 행동인데도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생각하며 검지로 하인리의 턱을 들어올려 서서히 끌어당긴다. 끌려와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진 그 순간 하인리가 뭔가 기억났는지 탄식하자 황당해해 왜 이러나 싶아서 그를 바라본다. 황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그러고 보니 급한 일이 있었는데 까먹었다'고 둘러대는 하인리를 보고 순간의 야한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여긴다.

하인리가 자신을 피한다고 확신한다. 불쾌해해 도로 하인리를 소파에 앉혀 '왜 자꾸 피하냐'고 묻는다. 당황해하는 하인리에게 입맞춤이라고 대답하며 그 순간 하인리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그를 놓아주지 않고 무릎으로 그의 허벅지를 꽉 눌러 단단하게 고정한 채로 어깨를 밀어서 의자 등받이에 달라붙게 만든다. 그 상태로 계속 하인리를 쳐다보지만 하인리는 느리게 입을 열어 '이러면 내가 너무 힘들다. 이러지 마라.'라고 대답하자 인상을 찡그리며 '날 견디는 게 힘들 정도냐'고 중얼거린다 자신을 쳐다보는 하인리의 얼굴이 좀 들뜬 얼굴인 것에 의아해한다. 이내, 하인리가 소파에서 일어나자 정말 힘든 것 같다고 여기면서도, 자신이 싫어서 피한 게 아님을 눈치챈다. 자신이 오해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생긴 후부터 손만 잡고 잤으며 요즘은 손도 안 잡고 잤던 것을 상기한다. 자신과 가까이 붙어있으면 흥분하는 하인리가 왜 자신을 피하냐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즈멘시아 일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담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기가 막혀하며 하인리를 쳐다보면서 '그래서 피하는 거냐'고 묻는다. 하인리가 피하진 않았다고 대답하자 닿으려 하진 않았다고 대답한다. 하인리가 '이 상태로 닿는 게 신경쓰인다'고 대답하자 '벌 받을 사람이 받았을 뿐이고, 찝찝해할 필요 없다'고 대답한다. 진지한 얼굴로 반문하는 하인리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언제까지 이럴 생각이냐'고 묻는다. '일주일만이다'라고 대답하는 하인리에게 왜 하필 일주일이냐고 반문해보지만 하인리가 '찬물로 목욕재개 하는 중이니, 딱 일주일만 더 이러겠다'고 대답하자 하인리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건 그의 온기와 살이라고 생각한다. 이내, 자신을 위해 하기에 더 뭐라 못 한다고 여겨 물끄러미 하인리를 바라보다 결국 알겠다고 중얼거리고 돌아서서 먼저 방에서 나간다.

이후에도 계속 하인리는 며칠 째 스킨십을 피하고, 이에 불안해한다. 하인리와는 달리 즈멘시아 유령이 나와도 무섭지 않다고 생각해보지만 자살 테러 사건 이후부터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던터라 '이럴 때 하인리가 옆에 있어주면 얼마나 좋냐'고 생각해다. 그러나 하인리는 여전히 자신을 피하고 있기에 더더욱 불안해한다.

그러던 중 로라에게서 라스타가 폐위된 후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라스타의 자살 소식을 듣고 찜찜해한다. 로라 역시 라스타를 싫어했음에도 소식을 전해주면서 애매한 표정을 짓자 죽은 사람 흉을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베르 백작부인은 잘 됐다고 대답해 라스타의 소식에 다른 시녀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며, '동대제국에 돌아가더라도 그 사람한테 허리 숙여 인사할 일은 없으니 참 다행이다'라고 대답한다. 로라 역시 주베르 백작부인의 대답에 수긍하면서도 '그럼 소비에슈 폐하는 이제 어떻게 되시는거냐? 또 재혼하시는거냐?'라고 묻는다. 일국의 황제가 결혼하지 않고 지내면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올테니 하루하루가 힘들고 피곤할 것인데다, 소비에슈는 자기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도 강하니 소비에슈는 재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후, 시녀들과 세 시간이나 라스타에 대한 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 시녀들에게 간단한 저녁을 차려달라고 부탁한다. 저녁 식사 후 침대에 누워 두 손을 맞잡은 채 있다가 싱숭생숭한 기분을 느껴 일을 하면서 풀려한다. 동대제국에 있을 때는 힘든 일이 있으면 일에 매달리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임신에 부상까지 겹쳐 일을 못하는 처지임을 상기한다. 하필 하인리도 곁에 있어주지 않기에 우울해해 누워있는다.

잠에 들락 말락할 상황에 하인리가 찾아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준다. 하인리를 반기며 이름을 부르려하다가 하인리가 며칠 간 자신을 기피했던 걸 떠올려 '이제 좀 용기가 나나보다'라고 생각해 차가운 목소리로 '나랑 닿기 싫다더니'라고 말한다. 이에 하인리가 웃으면서 싫단 말은 안 했다고 반박하자 '이젠 나랑 닿아도 상관없냐'고 묻는다.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대답하는 하인리에게 하나도 안 힘들었다고 반박한다. 하인리가 내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자 침묵해보지만 '왜 이렇게 울적해보이냐'는 말을 듣는다. 당황해하다가 울적한 게 아니고일이 겹쳐서 심란했을뿐이라고 대답하지만 목소리가 잠겨 헛기침을 한다. 하인리는 이불을 좀 더 위쪽으로 끌어올려 덮어준다. 그제서야 하인리가 오랜만에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것에 마음에 들어하지만 한 번 더 헛기침을 하고 만다.

두번의 헛기침에 하인리는 자신의 상태를 걱정해 손을 자신의 이마에 짚으며 감기 걸린 거 아니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후로도 하인리가 계속 자신의 상태를 캐묻자 하인리의 허벅지에 기대 나른한 기분을 느끼며 하나하나 마음대로 대답한다.

하인리는 자신의 대답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하라고 제안한다. 하인리에게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묻지만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다'라는 대답을 듣는다. 이에 반문하지만 하인리는 '임신했을 때에는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한다'고 말하고서 자신의 표정을 살피며 소풍을 가자, 보석방을 보여주겠다는 등의 제안을 하고 보석 컬렉션을 보면 좀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말하는 등,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뱃놀이나, 연극배우들을 불러 연극을 보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자신에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 하인리에게 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대답에 의아해한 하인리가 '하고 싶은 게 일하고 싶은 거냐'고 묻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라고 대답한다. 하인리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하자 손을 뻗어 눈가를 어루만진다. 결국 하인리는 자신의 손을 뺨에 붙이고 눈을 반쯤 감은채로 맥켄나가 놀지 않고 일하면 기쁘다던데, 자신이 그 말을 하니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건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받아들인다.

다음 날 하인리와 궁의, 맥켄나와 함께 자신이 고생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의 양을 정하느라 두 시간을 소비한다. 이에 만족해하며 오후에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내내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토론이 이어진 후 자신이 체크할 안건에 표시하던 중 정리된 목록을 들고 있던 재상이 25번째 안건을 꺼내다가 인상을 찌푸린다. 하인리는 재상에게 왜 그러냐고 묻고, 재상은 황급히 눈썹을 치켜올리면서도 자신의 눈치를 본다. 하인리는 재상의 태도에 의아해해 재차 재상에게 묻고, 결국 재상은 몇 번 헛기침을 하다가 욜른에 속한 광산 마을에서 요청이 들어왔다고 보고하며 이 시기에 매년 홍수가 난다는 욜른 지방의 사정을 설명하면서도, 다시 자신의 눈치를 본다. 속으로 홍수 피해가 자신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거냐고 황당해하면서도 어리둥절해 재상을 바라본다. 하인리 역시 헛기침을 하며 옥좌 손잡이를 두드린다.

재상으로부터 자신이 대단한 얼음 마법사란 이야기를 들었다며 자신의 힘으로 도움을 주면 안 되냐는 욜른 지방의 영주의 요청을 보고받는다. 이에 당황해하던 중 옆에 있던 하인리가 웃자 하인리를 쳐다보며 째려본다. 그럼에도 하인리가 웃음을 참지 못하자 한숨을 쉬며 다시 재상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전의 회의에서 자신이 대마법사란 오해를 풀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여겨 자신이 해결하려 해 재상을 부른다. 방금 전까진 자신의 눈치를 보던 재상이 웃으면서 자신 쪽을 바라보며 대답하자 매년 홍수 피해가 나는 곳이라던데, 이전엔 방비는 없었냐고 묻는다. 재상은 댐을 매년 만들지만, 일 년을 못 쓰고 부서져버린다고 대답한다. 이유를 묻는다.

재상은 강 밑에 사는 수룡 때문이라고 알려준다. 이에 수룡이 댐을 부수기라도 한단 말이냐고 묻는다. 재상은 수룡이 내킬 때마다 부수는데 문제는 언제 부술지 아무도 그 속내를 모른다며, 홍수 이후에 부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홍수 이전에 가끔 부술 때가 있고, 지금이 그 시기라고 알려준다. 댐을 만드는 도중 부수진 않냐고 묻는다. 재상은 수룡이 댐을 완성시켜두면 부순다고 대답하면서도 한숨을 쉬며 댐을 만들어도 부수고 만들어도 부수다보니 그 곳은 아예 댐 자체도 그리 튼튼하게 만들지 않고, 튼튼하게 만들었다간 부서질 때 억울하기도 더 억울하고 재산 손해도 더 크다고 알려준다. 이번 일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닌거냐고 묻는다. 재상은 홍수와 댐 부서진 시기가 겹치면, 보통은 중요한 물건을 들고 대피하지만, 대비용으로 작은 마을이 있기도 하다고 알려준다.

이윽고 재상은 욜른 지방의 사람들이 자신의 위명을 듣고 이번엔 좀 다를 거라고 기대한 모양이라고 알려준다. 난감한 표정을 감추고 재상에게 '내 마법은 홍수로 넘쳐나는 물을 다 얼려버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허세를 부리다 이 사단이 났으니 솔직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재상은 그렇게 전하겠다며 아쉬운 듯 물러난다. 재상의 반응에 대해 어쩌면 큰 기대가 없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며 얼음 황후라고 이름을 얻은 자신이 정말로 얼음 마법사였단 건 놀랍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했을거라고 생각한다. 마법사들에 대한 정보를 상기해[5] 재상은 자신이 이 와중에 대단한 마법사이기까지 한 게 더 이상하게 여겼을거라고 생각하며 재상의 반응을 이해한다. 안건이 바로 넘어가고 다시 거론되지 않자 이를 회의가 끝날 때까지 신경쓴다. 회의가 끝난 후 하인리에게서 홍수를 마법으로 처리하는 건 자신의 역할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는 위로를 듣는다. 자책하는 게 아니라 신경이 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목욕을 마친 후 욕조에 받은 물을 이용해 자신의 마법으로 홍수를 막을 수 있는지 실험해보지만 얼음 덩어리 몇 개만 생긴다. 택도 없다며 이 실력으론 불어나는 물도 다 못 얼릴 거라고 생각해 아쉬워한다. 밖에서 하인리가 들어가도 되냐고 묻자 문을 열어 들여보내준다. 무슨 소리가 났다며 자신을 걱정하는 하인리에게 마법을 연습해보고 있었다고 대답해 욕조를 가리킨다. 욕조를 보고 감탄해하는 하인리는 부분 부분 얼음 덩어리를 만든 거냐며, 응용하는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대답한다. 다 얼리려다 실패한거라고 시무룩해한다. '마법사가 된 시기를 생각하면 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거냐?'는 말에, 속으로 '뒷말에 물음표가 왜 붙냐? 그렇게 자신없이 말하냐?'라고 황당해하며 손을 내밀어 하인리의 뺨을 잡아당긴다. 하인리는 웃으면서 자신이 잡아댕기는대로 얼굴을 같이 내밀어주고는 자신을 들어 욕실 밖에서 나와 침대에 내려주면서 농담이라며, 정말로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고 아직 일 년도 지나지 않았다고 위로한다. '그래도 아쉽다'며 재차 시무룩해했으나, 하인리는 설령 강이 아니라 바다를 통째로 얼릴 수 있다고 해도, 무리하게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치유 마법은 체력이 떨어지면 효과도 떨어지며 뱃속 아기가 온전하게 의지하고 있는데, 무리한 일정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 말에 배에 손을 올린다.

즈멘시아 공작의 자살테러 사건을 떠올려 자신이 고생했을 때 뱃속 아이도 덩달아 고생했다고 생각해 하인리의 말이 옳다고 여긴다. 생각에 잠겨있던 하인리가 침대 위에 턱을 괴고서 웃자 왜 그러냐고 물으면서도 손을 올려 하인리의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하인리가 눈을 감고 자신의 손길을 느끼다가 자신이 손을 뗄 즈음 자신의 손을 가져가 손등에 키스해주자 웃음을 터트린다. 하인리가 자신의 손톱을 가볍게 물었다 놓기를 반복하자 그 감촉을 느끼면서 하인리를 올려다본다. 하인리의 눈빛을 보고 '그윽하면서도 야해서, 보는 사람들에게 괜한 열기를 느끼게 한다'고 생각하며 그의 입안에서 손을 슬쩍 휘젓는다. 미약한 감탄사를 터트리며 잠시 눈을 감던 하인리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시무룩해하며, 잠시 물러나 욕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얼음이 있어서 됐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자 그대로 잠에 든다.

다음 날 아침 아침식사를 먹자마자 하인리보다 먼저 집무실에 간다. 그러나 집무실에 부관들이 보이지 않자 방향을 돌려 도서관에 간다. 댐을 단시간에 만드는 방법에 대해 기록을 살펴봤으나 어디에도 기록이 없자 관리들이 입궁했을 즈음 도서관 밖에 나가 건축 기술자들에게 댐을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지만 '얼마나 빨리 짓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튼튼하게 짓는지가 문제다'라는 대답을 듣는다. 수긍하면서도 꼭 빠른 시간 안에 지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관리들은 사실 일 년 안에 댐을 완공하는 것도 아주 빨리 짓는 편이라고 지적한다. 부관들에게 '최대한 빨리 댐을 건설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오라 지시한 후 그대로 도서관에 틀어박힌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방법을 찾아보지만 동대제국에서는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으나[6] 서대제국에선 상황이 다르다는 걸 상기한다. 모든 기록을 찾아보았음에도 단기간에 댐을 만드는 기록은 없었고, 부실 공사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일화만을 발견한채 결국 방법은 찾지 못한다.

나흘째가 되어서야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하던 찰나, 자신을 걱정한 하인리가 찾아와 제발 도서관에서 나오라고 조른다.

도서관에서 나온다. 지금 당장 홍수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같은 일이 일어날 뿐이니 그 원인을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하며그러면 당장 홍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다음에도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기대는 할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몇 년에 한 번 씩 있는 일이니 대비 준비는 다 되어 있다고 하니 원인을 해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긍정하면서도 '수룡이 내킬 때마다 댐을 부숴대는 걸 어떻게 막겠냐'고 지적하고, 이에 "그건 쉬운 일이다"라고 대답한다. 놀란 하인리에게 재차 그건 쉬운 일이라고 대답한다. 하인리가 몇 번 눈을 깜박이다가 재차 쉽냐고 되묻자 그에 대해 재차 쉽다고 대답해준다.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하는 표정을 짓는 하인리에게 확인할게 있다고 말하고서 수룡이 왜 자꾸 댐을 부수는지는 아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알면 방도를 찾아보았을테지만 알 수가 없었다고 대답하면서도 자신의 말의 의미를 알아챈듯 그걸 해결하면 되는 거냐고 묻는다. 이유를 알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대답해준다. 자신의 말에 하인리가 몇 번 눈동자를 굴리며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자, 용들은 머리가 비상하고 대화가 가능한 상대이니 무슨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해 수룡에게 댐을 부수지 말아달라고 청해봤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제단까지 만들어서 빌었고, 용들이 좋아한다는 보석도 꽤 바쳤다고 알려준다. 소용이 없었냐고 질문한다. 하인리는 보석만 챙겨가고, 사람으로 변장해 물 밖으로 나와서 깽판만 치고 갔다고 알려준다. 댐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고 대화를 요청해도 깽판만 치고 간다는 건 수룡이 화가 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인리는 수긍하며 댐 때문에 둥지가 좁아지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댐이 있단 게 맘에 안든다는건지, 댐을 짓느라 시끄러워서 싫은건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하인리에게 수룡이 댐을 싫어한다고 알려준다. 여전히 하인리는 어리둥절해하면서 되물으며 그런 방법이 있냐고 묻는다. 오늘따라 자주 되묻는다고 생각한다.

하인리에게 댐 전체에 보석을 다 박아서 "보석댐"을 만들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여전히 되묻는다. 이에 대해 용들은 보석을 좋아하냐고 질문한다. 그 말에 하인리는 수긍한다. '아닌 용들도 있겠지만 화난 와중에도 보석을 다 챙겨간 걸 보면, 문제가 되는 수룡은 예외적인 용이 아니니, 보석댐도 좋아할거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수룡이 맘에 들어할만한 댐을 만들면 부수지 않을거라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인리는 이를 긍정하면서도 돈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몇십 년동안 댐을 부수고 세우는 것보단 적게 들거라고 반박한다.

이후, 후속 대책을 생각한다. 보석댐은 수룡이 댐을 건드리지 않게 하여 다음 홍수를 대비하는 방책일 뿐, 당장 닥칠 홍수에 대한 대책을 떠올리지 못해 고민하던 중 하인리가 자신의 옆에 다가와 우산을 들어준다. 뭘 하길래 옆에 오는것도 모르냐고 묻는 하인리에게 반가워하면서도 아쉬워하지만, 표정을 감추고 무표정을 꾸며내 단시간에 댐을 만들 방법이 없는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웃으면서 안된다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무리해서 만들었다가 오히려 댐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수긍한다.

도중에, 하인리는 '사실 난 동대제국에 열등감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말에 놀라서 하인리를 쳐다본다. 하인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차이가 많이 나면 어떤지 모르겠는데, 차이가 많이 안 나는데도 누군가에 뒤에 있는건 되게 기분이 나쁘다. 동대제국이 딱 그런 나라였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손을 잡아준다. 하인리는 자신의 손을 꽉 잡더니, 그 상태로 들어올려 손등에 입을 맞추며 '내 대에서, 내 대가 아니면 내 다음 대에서는 절대로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할 거다'라고 다짐하는 말을 하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말하는데서 생각의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말에 의문을 품던 찰나, 문득 하인리가 동대제국과의 전쟁을 하려했던 걸 떠올린다. 하인리의 손을 더욱 꽉 잡고서 하인리가 동대제국에 품은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별거 아닌 말에 동대제국과의 격차를 느낄 정도라면 열등감이 있긴 하다고 여긴다.

하인리가 자신을 사랑한 것, 준비해온 동대제국과의 전쟁을 자신을 위해 포기한 것을 후회하다가 자신에 대한 마음이 옅어질까봐 염려한다. 이내, 평화로운 시기에 굳이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단 생각을 했으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불편해한다. 그 때 바람이 강하게 불어치며 비가 옆으로 몰아쳐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머리카락을 옆으로 치우던 중 하인리가 자신을 끌어당겨 품 안에 넣어주자 그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기댄다. 하인리가 한 팔로 더욱 안아주고, 그렇게 안은지 한참만에야 자신을 놓아주자 온기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을 느낀다. 두 팔로 몸을 감싸며 떨지만 하인리가 자신의 뺨에 손을 댄채 웃어주자 다시 온기를 느끼고 눈을 감아 하인리의 입맞춤을 느낀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욕실에 들어가려다가 하인리를 돌아본다. 창백한 표정으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먼저 들어가라고 권하는 하인리에게 씻으러 안 가냐고 묻는다. '잠시 여기 있고 싶다. 그대의 근처에.'라고 말하는 하인리에게 같이 들어가자고 제안한다. 잠시 주저하다가 먼저 욕실로 들어간다. 자신의 제안이 충동적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지만 '이건 전부 비 때문이고, 비 때문에 그의 약한 모습을 봐서 그렇다'고 생각하던 중 먼저 들어와 옷을 벗는걸 도와주는 로라에게 '황제 폐하는 황후 폐하의 앞에선 정말 입이 설탕이시다'라는 말을 듣는다. 마침 하인리도 욕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로라가 욕실 밖으로 나가고, 주베르 백작부인과, 마실 차를 준비해준 로즈 역시 나간다.

둘만 남자, 하인리는 정말 같이 들어가도 되는 거냐고 묻는다. 그건 단추 푸르기 전에 해야할 질문 같다고 대답하지만, 도로 말을 바꿀까봐 그런다는 말을 듣는다. 하인리는 옷을 벗어던지고, 하인리의 몸을 보자마자 따로 목욕하자고 제안하려던 걸 바로 접은채 다시 같이 목욕하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어깨에 몸을 붙이고서 귓불을 물었다 때며 아직 고민하는 중이냐고 속삭이는 하인리에게 고개를 저어 같이 목욕하겠다는 표시를 한다. 하인리는 웃으면서 다가와 입을 맞추고 자신을 부르고, 반응한다. '난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에 놀란다.하인리는 오른손으로 자신을 감싸는듯 하다가 자신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재차 '난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표정 짓지 말라.'라고 속삭이다가 표정이 불안해보인다고 말한다. 손은 깍지끼고 한 손은 하인리의 손에 자신의 웃옷단추를 대어 따지고 싶어하지만 이내, 하인리의 가슴에 기댄다.

목욕을 하면서 하인리에게 정확히 서른여덟 번이나 '같이 목욕하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섞인 말과 이건 정신적 고문이라는 말을 듣는다. 오랜만에 그의 온기를 만끽한 것에 만족해한다. 하인리 역시 그 말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보였기에 목욕이 끝난 후 같이 침대에 엎드린채 말장난을 주고받는다. 이후 잠에 들려하던 찰나 문 밖에서 맥켄나가 하인리를 부르는 소리에 깬 하인리가 문으로 가고 하인리와 맥켄나의 대화를 듣는다. 맥켄나에게서 뭔가를 들었는지 헛웃음을 터트리던 하인리가 방에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 심란한 얼굴을 하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소비에슈가 요양차 서대제국에서 보름간 지내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고 알려준다. 하인리의 표정이 구겨지자 손을 펴 그의 표정을 관리해준다. 하인리는 자신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면서 한숨을 쉬며 동대제국이 더 넓고 별장도 많은데 왜 굳이 서대제국에 와서 요양하겠다는건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고, 말없이 어깨를 토닥거려준다. 소비에슈가 에벨리를 보내 자신과 카프멘을 치료하게 해주었던지라 도움을 받은 자신들의 입장에선 보름간 서대제국에서 머무르겠다는 요청을 모른 척 할 수 없을거라 여긴다. 소비에슈가 자신에게 미련이 있어서 그런거 아니냐며 불안하다고 중얼거리는 하인리에게 '내 남편은 하인리이다'라고 답하며 안심시켜준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하인리가 퀸으로 변신해 침대 위에 올라와 자신에게 안기자 꼭 끌어안아준다.

하인리에게 소비에슈의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지만, 그 대가로 마법사들을 빌려달라는 제안을 하자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암석 계열 마법사들을 빌리면 임시댐을 건설할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하인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머리를 문질러주다가 다시 끌어안는다. 자신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하인리의 입장에 대해 반대로 자신도 하인리의 전 부인이나, 전 애인이 요양을 하러 서대제국에 온다고 하면 바짝 긴장했을거라고 생각해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안심시켜주는 방법 밖엔 없다고 생각한다.

마법 연습을 하다가 내키지 않아해 '정말로 강물을 다 얼려버릴 만큼 강해지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얼음 덩어리들이 둥둥 떠있는 열 두개의 대야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이번엔 시기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져 소비에슈에게 마법사들을 빌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자신의 마법 실력을 높이고 싶다고 여기다가 답답해한다. 애초에 마법사가 아니었던 자신이 갑자기 집중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이왕 얻게 된 능력이니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을거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해 마법 아카데미를 떠올린다. 그러면서도 하인리가 현재 마법 감소 현상을 일으킨 주범이라고 의심을 받고 있으니 마법 아카데미에 가는 것도 안 된다고 여긴다.

카프멘을 떠올려 마침 자신의 근처에 온 카프멘에게 다가가 혹시 자신의 마법 훈련을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카프멘은 이제 마법약 효과가 풀렸으니 자신을 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휘둘리지도 않고, 마법 아카데미 수석인데다가 자신이 마력을 통제하는걸 도와줬으니 자신의 마법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카프멘은 사람마다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이 있는 법이라며, 그나마 비슷한 계열이라면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계열이니 도움을 줄 순 없다고 대답해 거절한다. 카프멘이 돌연 말을 멈추자 뭔가 방법이 생각난거라고 여겨 왜 그러냐고 묻는다. 카프멘이 주춤하자 재촉한다.

카프멘은 조만간 친구가 올 거라고 알려준다. 혹시 얼음 계열 마법사냐고 묻는다. 카프멘이 긍정하자 반색하며 그 친구에게 조금 도움을 받을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카프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의아해해 안 되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그 친구가 평민인데 부모가 해방된 노예여서 귀족을 혐오하기에, 황족인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어떻게 친구가 된 거냐고 물었으나, 카프멘은 화대륙 사람이라 예외였다고 대답한다. 이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카프멘은 이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해달라고 답하고서 가버리고. 아쉬워하며 카프멘을 쳐다본다.

그 때 마스타스는 별거 아니라는듯 황후란 걸 숨기고 배우면 안 되냐는 훈수를 두면서 씩 웃으며 하인리는 숨기는 게 특기라고 알려준다. 그 말에 솔깃해해 황후인 걸 숨기고 배우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카프멘의 친구이니 신원도 이상하진 않을거고 평민들 중에도 돈 많은 평민이 많으니 호위를 데려가도 괜찮을 것이고, 수도로 온다고 하니 근처에 있을거라고 여겨 납득한다.

자신의 생각을 들은 것인지 카프멘은 달아나려하고, 그를 부른다. 주춤하던 카프멘은 힘없이 돌아서서 자신을 바라보다가 다가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귀족인 줄만 모르면 되는거지 않냐고 묻지만 카프멘은 다른 사람이라면 좋은 생각이나, 자신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지나가면서 얼핏 봐도, 말 타고 가면서 봐도 귀족이라고 대답한다.이에 '무슨 소리냐? 귀족이 아닌 흉내라면 나도 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카프멘은 어떻게 말이냐고 반문하고, 시녀들은 자신을 쳐다본다. 민망스러워하면서도 귀족이 아닌 시늉을 하려면 연기를 해야하니 기죽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해 한 번 헛기침을 한 후 한 팔을 아주 거칠게 휘두르며 "헤이, 여, 후! 잘생긴 청년, 시간 있어? 누나 돈 많아, 시간도 많아, 같이 좋은데 갈래?"라고 말한다.

카프멘에게 어떠냐고 묻지만 카프멘은 얼굴이 굳은채 놀라고, 하인리는 웃음을 터트린다. 아예 포복절도한 상태로 웃어대는 하인리를 보고서 당장 웃는걸 안 멈추면 가만 안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쳐다본다. 하인리가 웃음을 멈추지 않자 카프멘에게 그렇게 이상하냐고 묻는다. 카프멘이 시선을 피하자 자신의 평민 흉내가 이상했음을 눈치채 한숨을 쉰다. 이를 듣고 있던 마스타스가 팔짱을 끼며 평민들이라고 해서 다 건달처럼 말하진 않는다고 반박하자 알고 있다고 대답한다.

자신도 매일 알현을 하며 평민들을 만나기에 평민들의 대다수가 건달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평소처럼 말하면 카프멘의 말처럼 얼핏 봐도 귀족으로 보일 것 같았다고 해명한다. 시녀들은 수긍하지만 하인리는 여전히 웃어댄다. 하인리의 앞에 있는 돌을 걷어찬다. 그제서야 하인리는 웃는 걸 멈추고 정색한 표정으로 아까는 뭘 한 거냐며 혹시 카프멘과 좋은데 가자고 한 건 아니냐고 묻는다. 거친 평민 흉내를 내고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평민 흉내에 웃어대던 하인리를 떠올리고 하인리가 호기심에 잠기게 내버려두고 싶지만 정말로 평민 흉내를 내고 마법을 배우려면 하인리에게 양해를 구해야하니 솔직하게 말해야한다고 판단한다.

하인리에게 카프멘의 친구에 대해 털어놓는다. 난처한 표정으로 꼭 그렇게 해야하냐고 묻는 하인리에게 자신이 아는 얼음 마법사는 거의 다 동대제국 황실 소속이지만, 아닌 사람들이 소속된 곳도 있고, 동대제국 황실에 소속되지 않은 얼음 마법사도 있긴 하겠지만 누구인지 알 수 없고 특기를 숨기는 마법사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소속이 없는 마법사일수록 비장의 수를 위해 특기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왕 생긴 힘이니 잘 쓰면 좋다고 대답한다.

습격 사건을 상기해 평민 흉내를 위해 호위를 데려간다고 해도 하인리가 걱정할거라 생각한다. 하인리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대답하며, 걱정은 안 되지만 호위야 붙이면 되고 카프멘이 소개시켜준 사람이니 그런 쪽으론 걱정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서 미소를 짓는다. 습격 사건 때 카프멘이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것 때문에 하인리가 카프멘을 신뢰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하인리는 자신이 평민 흉내를 내면 아무도 안 속을 것 같다고 말한다. 속으로 그 정도인거냐며 안심하면서도, 시무룩해한다.

하인리가 방법을 제시하려던 찰나 기사가 급히 와 소비에슈가 서대제국에 왔음을 보고한다. 바로 태연한 미소를 지은 하인리가 손님이 왔으니 맞이하러 가야하겠다고 말하며 자신을 바라보자 하인리가 태연해보이는 미소를 지은 것임을 눈치챈다. 목덜미와 손목을 문지르며 '연습하느라 좀 무리한 것 같으니 몸이 좋지 않아서 좀 쉬어야겠다'는 핑계를 댄다. 다행히 자신의 핑계를 받아들일 사람들은 많았고, 하인리에게서 안에 들어가서 쉬라는 말을 듣는다.

하인리가 소비에슈와 독대를 하러 간 사이 방에 돌아온다. 시녀들도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자신이 소비에슈를 만나려하지 않기 위해 댄 핑계를 알고 있지만 자신을 걱정한다. 시녀들에게 괜찮다고 대답하며 손을 휘저어 괜찮다는 표시를 한 뒤 안락의자에 앉아 마스타스에게 데운 우유를 부탁한다.

안락의자에 완전히 앉아 핑계를 댔지만 정신적으론 피로하다고 느끼며 소비에슈와 만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당장은 피했지만 보름 내내 피할수는 없고, 타국의 황제를 대하는 예의가 아닌데다가 서대제국에서 요양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마법사들을 빌릴 수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습격 사건 때 에벨리를 보낸 일이 있기에 감사는 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내, 서대제국에 요양하러 온 것을 보면 많이 다치지 않았다고 여긴다. 소비에슈와 독대할 하인리를 떠올리고 위로는 했지만 소비에슈와의 독대 때문에 괜찮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인리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기로 결정해 로즈에게 이젤과 스케치북, 화구를 가져와달라고 부탁한다. 로즈가 자신이 그림을 그리려함을 간파하자 하인리의 생일 때 그림을 선물했던 일과 그 때 놀림거리가 됐던 것을 떠올리고 그때 일을 만회하겠다고 생각한다. 로즈가 하인을 불러 이젤과 스케치북, 화구를 가져오게 하면서 하인이 이젤과 의자를, 마스타스가 화구를 세팅해주자 이젤 앞 의자에 앉아 연필을 잡는다. 로라가 옆의 의자에 앉아 뭘 그릴거냐고 묻자마자 마스타스, 로즈도 자신의 뒤쪽에 서서 구경하려하고, 이에 당황한다. 소비에슈가 와서 하인리가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으니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말하며 그림을 그리려하는 목적을 털어놓는다. 이를 긍정하는 시녀들에게 그림의 제목을 말하고 시녀들로부터 기대의 말을 듣는다.

그림을 그린 후 시녀들에게 보여줘 로즈와 주베르 백작부인에게 칭찬을 듣지만 밑그림만 그린거라 칭찬이 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시녀들의 칭찬을 들은 것만 해도 흐뭇해해 일어나 그냥 주면 멋이 없으니 그림을 액자에 넣어서 주겠다고 대답한다. 로즈, 주베르 백작부인과 함께 액자를 고른 후 그림을 액자에 넣어 하인리에게 선물한다.

저녁식사를 기다리며 그림에 대한 하인리의 반응을 기대하던 중 부관으로부터 마법사들을 욜른에 보내는 일에 대해 소비에슈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는 보고를 듣는다. 마법사들을 욜른에 보내는 일도, 임시댐을 건설하는대한 구체적인 일도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없는 건 물론 하인리가 나설 일도 없거니와 전문가와 의논하는 일이므로 당연히 말도 안 되기에 황당해하지만 이내 명령권자도, 통솔권자도, 실무자도 아닌 자신을 불렀다는 것에 소비에슈에겐 꿍꿍이가 있음을 간파한다. 부관에게 자신이 꼭 가야 한다고 했냐고 묻는다. 계획을 세운 게 자신이란 걸 들은 것 같았다는 대답에 소비에슈가 괜찮은 핑계거리를 댔음을 눈치챈다. 하인리가 소비에슈와 함께 밤의 방에 있다는 보고에 옷을 정리한채 밖으로 나선다.

밤의 방으로 가면서 최대한 서늘한 표정을 짓는다. 전 아내가 아닌, 이웃 나라의 황후로서 최대한 선을 긋고 공적으로 대하겠다고 다짐하며 나중에 에벨리를 보내준 일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고 해도, 라스타의 재판 날 밤 도움을 청하듯 바라보던 소비에슈를 거부했던 것처럼 지금은 딱딱하고 정 없는 태도를 보이겠다고 생각하다 밤의 방에 도착한다.

회의실 앞에서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한 후 회의실에 들어간다. 자신을 보고 탁자에서 일어난 하인리와 소비에슈의 모습에 일단 하인리에게 아는 척을 하고서 소비에슈를 본다. 자연스럽게 인사만 하고 하인리에게만 관심을 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자신을 보는 소비에슈가 이상하다고 느껴 그를 본 순간 라스타의 재판 날 밤 트로비 공작가 저택에 찾아와 자신을 보며 괴로워하던 모습도, 재판 때 자존심이 상해 분노하던 모습도, 서대제국에 돌아오던 날 마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던 순간 도움을 갈구하며 자신을 바라보던 모습이 아닌 넋이 나가버린 모습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소비에슈는 자신을 보고 감탄해 "정말, 정말 멋지게 자랐잖아? 높아진 눈높이도, 자신있는 눈동자도 다 멋있어."라고 중얼거리고, 재차 황당해하며 소비에슈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못 본지 얼마나 됐다고 '자랐다'는 표현을 쓰는 소비에슈의 태도에 농담이라 생각하지만, 표정을 보고서 농담하는 표정이 절대 아니라고 판단한다. 하인리를 비롯한 회의실 내 있던 사람들이 소비에슈가 내뱉은 말에 대해 놀라서 그를 쳐다보고, 하인리 역시 소비에슈가 내뱉은 말에 신경이 쓰였는지 자신의 머리 위를 슬쩍 보자 자신도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높이를 쳐다본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휘두르려한다며, 그의 속셈에 휘둘리는 건 안 된다고 여겨 차가운 목소리로 앉으라고 딱 잘라 말한다. 소비에슈가 의자에 앉자 속으로 그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당시를 떠올리고 '그 사이에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은거냐?'고 생각한다.

맥켄나의 중재로 회의가 재개된다. 소비에슈는 "미리 합의된 것처럼 당연히 동대제국에선 마법사를 빌려줄것이지만, 그건 동대제국의 입장이다. 마법사들에 대한 개별적인 보상은 당연히 빌려가는 측에서 해야하지 않냐? 이게 싫다면 진짜 이기적인거다."라고 주장하며 마법사는 빌려줄 수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하인리는 '그 개별적인 보상 액수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반박했으나, 소비에슈는 '서왕국, 아 실례.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말해 서대제국을 "서왕국"이라고 칭하는 무례를 저지르며 '서대제국은 충분히 능력이 있지 않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하인리는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언급하면서 동대제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 빈정거린다. 이에 대해 소비에슈는 '우리 사정을 그렇게 자세히 알고 이해해준다니, 좀 더 금액을 올려도 되겠다'고 주장하며 마법사들에 대한 개별적인 보상을 높은 금액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등 하인리와 소비에슈의 설전이 벌어진다.

소비에슈가 구사하고 있는 논리가 상대를 열받게 하는 화법임을 간파해 이상함을 느낀다. 막무가내식의 논리를 구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평소 소비에슈가 구사하는 논리가 아님을 상기하는 동시에 황태자 시절에 구사하던 논리[7]임을 간파한다. 왜 황태자 시절에 하던 논리를 구사하는지 의문을 가져 소비에슈의 행동에 대해 분석하던 찰나, 소비에슈는 자신을 쳐다보곤 말을 바꿔서 '하지만 우리 사이에 너무 딱딱 잘라 계산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일부로 하인리의 허리에 팔을 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이 안 좋다더니 괜찮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자신이 한 말을 알아듣고 속이 안 좋았다고 대답하곤 자신에게 기대며 '이렇게 보듬어주니 대번에 괜찮아졌다'고 대답한다. 보란듯 사이 좋은 척 구는 건 좀 유치하다고 생각해 혀를 차면서 이 행동을 소비에슈의 앞에서 하고 있음을 상기해 하인리의 어깨를 쓸며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방에 가면 내가 배를 쓸어주겠다. 그러면 금세 나을테니.'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말에 수긍하며 '그렇지 않아도 급하게 처리할 일은 없다'고 대답하는 하인리에게 자신의 방에 가서 그림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하인리가 그러고 보니 급히 처리할 일이 하나 있었던 것도 같다며 회피하려하자 황당해해 하인리의 팔을 누른다. 하인리가 없었던 것도 같다고 중얼거리자 하인리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간다.

하인리와 함께 자신의 방에 가면서 '황후로서 부하들 앞에서 할 행동이 아니란 걸 알지만, 전 부인으로서 전남 편 앞에서는 해도 되는 행동이고, 전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을 했단 전제 하에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계단 부근에서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비에슈와 마주친다. 고개를 끄덕여 들었다는 표시를 하자 소비에슈가 태연하게 '서대제국의 황후께 전할 말이 있는데, 시간을 좀 내어 주시겠냐?'고 말한다. 일부로 '서대제국 황후'란 말을 강조하는 것에 그가 공식적인 부탁임을 강조하여 자신이 거절하기 어렵게 하는 것임을 눈치챈다. 인상을 찡그리지만 소비에슈가 손을 들어 눈가를 누르자 더더욱 인상을 찡그린다.

그러는 사이에 재차 눈가를 누른 소비에슈를 보고 덩달아 자신의 눈가도 구겨졌을거라 생각해 무의석제으로 자신의 눈가를 펴려던 순간 황태자 시절 하던 행동임을 눈치채고 그 당시의 추억[8]을 떠올리지만 갑자기 황태자 시절의 행동을 하는 것에 어이없어한다. 하인리가 나서서 여기서 말하라고 반박했으나, 소비에슈는 '서대제국의 황제께서 들은 말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서대제국 황제'란 말을 강조한다. 하인리는 '내가 듣지 못할 말을 아내에게 한다니 이상하다'고 응수하고, 둘의 분위기가 차가워지자 얼른 하인리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괜히 얽히지 말고 올라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그라나 소비에슈는 웃으면서 '아내'란 말을 중얼거리며 하인리를 도발하듯 말하고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황후끼리 해야 할 이야기다'고 주장하며 자신하고만 대화하겠다고 요구한다. 황당해해 뭐라 했냐고 되묻는 하인리에게 소비에슈누 '내게도 아내가 있었다면 당연히 내 황후에게 이 일을 맡겼겠지만, 알다시피 나는 지금 홀몸이다. 내가 황제와 황후 몫을 다 하는 중이라 황후 대 황후로서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니, 서대제국의 황제께서는 물러나주셨으면 한다.'라는 논리를 시전하여 재차 자신하고만 대화하겠다고 요구한다. 뻔뻔하게 '그런 사유로 서대제국의 황후님. 저와 잠시 대화할 시간을 내주실 수 있는지?'라고 요구하는 건 덤.

황후 역할을 하고 있으니 황후인 자신과 대화하겠다는 억지 논리를 알아채 어이없어하다 물론이라며 수긍한다. 자신을 보고 '진짜로 날 두고 둘이서 대화할 거냐?'고 묻는 듯이 자신을 보는 하인리를 보고서 '동대제국 황제가 대화를 요청하는데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굳이 이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난 몸이 좋지 않으니, 황후 역할은 잠시 내 남편에게 위임하도록 하겠다'고 응수하곤 하인리의 어깨에 손을 올려 '지금부터 세 시간. 하인리가 서대제국의 황후이다.'라고 대답해 서대제국 황후 역할을 하인리에게 맡기는 동시에 소비에슈가 시전한 억지 논리를 그대로 돌려준다. 이 말에 하인리가 '좋은 황후가 되겠다'고 외치자 가볍게 어깨를 눌러주곤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버린다.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는다. 도중 로즈는 이런 말 하기엔 그렇지만 동대제국 하인들과 하녀들은 원래 다 그러냐고 따진다. 마찬가지로 놀란 주베르 백작부인이 로즈에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로즈로부터 소비에슈가 데려온 하인들과 하녀들이 거만한데다 일도 잘 하지 못해서, 서대제국에 온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트러블을 내고 있다는 보고를 듣는다. 이를 의아해한 주베르 백작부인은 하던 일을 계속 하고, 불만을 표하다 방에서 나간지 얼마 안 되어 다시 방에 돌아온 로즈는 소비에슈가 자신의 방에 찾아왔다고 전한다.

소비에슈가 방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만 소비에슈가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자 정색한 표정으로 쏘아본다. 시녀들이 방에서 나가자마자 소비에슈에게 '지금 뭘 하는거냐? 요양을 하러 왔으면 요양하다 갈 것이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왜 이러는거냐?'라고 따진다. 하지먀 소비에슈는 '널 봐야 편해져'라고 반말한다. 어이없어해 "난 안 편합니다. 그리고 반말하지 말라 했어, 소비에슈."라고 일갈했으나, 소비에슈가 '난 네가 반말해도 상관없어'라고 대답한다. 재차 어이없어해 '지금 뭐 하잔거야? 미쳤어?'라고 따진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태연하게 '나 미쳤다'고 대답한다.

전 남편이 자기 입으로 미쳤다고 말하는 매우 황당한 상황에 어이없어하다,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거짓말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한다. 소비에슈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고선 오른쪽 관자놀이까지 움직이며 '여기부터 여기까지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무슨 소리냐고 물었으나, 소비에슈는 '내 마지막 기억은 나무에 올라가 나비에에게 복숭아를 따다주려 한 데서 멈춰 있다'고 대답한다.

소비에슈와의 추억[9]을 상기하며 잠시 행복해하면서도, "나는 네가 준 상처를 아물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왜 이래? 왜 굳이 옛날 일을 들먹여서 네가 날 버린 걸 자꾸 떠올리게 해? 그 시간을 진창에 쳐박아버린게 너인데?"라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상처를 주어 행복했던 추억을 깨버렸으면서 다시 그 행복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 상처를 잊으려하는 자신을 비참하게 한다고 여겨 분노를 표출한다. 입을 다물고 소비에슈를 노려보지만 소비에슈가 자신의 눈가를 쓸어주자 뒤로 물러나 냉랭한 목소리로 거짓말하지 말라고 딱 잘라 일축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희미하게 웃으며 '내가 여기 오겠다고 하면 좋은 소리 할 사람 없단 건 아는데. 그래도 와야했어.'라고 말한다. 대화를 끝내려했으나, 소비에슈는 '복숭아가 네 쪽으로 떨어졌거든. 네가 괜찮은지 한 번 봐야했어.'라고 중얼거린다.

결국 참다못해 그만하라고 소리지른다. 주먹을 쥐고서 손으로 문을 가리키고서 "나가!"라고 소리지르며 축객령을 내린다. 속으로 서대제국의 황후가 동대제국의 황제에게 할 말은 아닌데다가 결례이자 실례이지만, 일말의 감정조차 주지 않고 철저히 남처럼 대할거라고 다짐한 자신에게 행복했던 추억을 상기시켜서 잊으려하던 상처를 다시 헤집게 만들었고 평정심을 깨뜨리게 했다며 분노한다. 잠시 움찔하던 소비에슈는 순순히 나가겠다고 중얼거리고는 '고분고분하게 네 말을 듣을게.'라고 대답해 나가버린다. 그 소비에슈가 '고분고분'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에 황당해하면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 내팽겨쳤던 말을 떠올리고 매우 어이없어한다.

소비에슈가 나가고 난 후 속으로 소비에슈가 정말로 기억을 잃었는지에 대해 신경쓰다가 상념에 빠진다. 이를 의아해하던 하인리가 자신을 불러서야 그제서야 상념에서 깨 뒤로 물러난다. 바닥에 앉은채 자신의 무릎 위에 팔을 괴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하인리를 보고서 태연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소비에슈가 정말 기억을 잃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하인리에게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림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둘러댄다. 움찔하다가 팔을 내리고서 자신의 말에 수긍하던 하인리가 물을 마신 후 방에서 나가려하자 하인리를 부른다.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인리의 모습에 속으로 전 날부터 그림 이야기만 하면 회피하려한다며 황당해한다.

결국 자신의 그림을 봤냐고 대놓고 묻는다. 침대의 금박 장식만 쳐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하인리에게 자신의 그림을 못 봤냐고 묻는다. 멋진 그림이였다고 대답하는 하인리에게 어땠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고서 '그림 안의 숨어있는 상징이 심오해서? 해석에 약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퀸의 뜻과 내 뜻이 같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걸 눈치채고 황당해해 인상을 찌푸린다.

하인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얼른 퀸으로 변신해 자신의 앞에서 춤을 춘다. 변신해서도 자신의 눈치를 본다는 걸 눈치채 황당해한다.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런거냐고 생각하다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려보지만 자신도 표정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한다. 하인리가 춤을 멈추고 얼른 자신에게 다가와 사람으로 변하자 머리카락을 만진다. 자신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에 하인리가 몸을 기대게 하면서 눈을 반쯤 감아주자 감촉을 느끼다가 잠든다. 하인리가 자신을 불러서야 깨, 머리를 올려 잠들었다고 대답한다.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를 원 위치로 돌려준 하인리가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자 '무엇이냐, 그리고 내 머리를 왜 여기 붙이는거냐.'라고 묻는다. 하인리는 '혹시 소비에슈 황제가 좀 이상하지 않았냐? 머리는 그냥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거다.'라고 묻는다.

소비에슈가 자기 입으로 기억을 잃었다고 말했던 걸 떠올려 의문을 품고 먼저 어떤 점이 이상했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머뭇거리다가 이건 말로 표현하기 좀 애매하다고 대답한다. 그 말에 의아해해 왜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말하는 게 좀 그랬다고 대답하면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듯 말을 머뭇거리다가 적당한 말을 못한채 궁의가 정해준 취침 시간이 되자마자 이불을 덮어주고 나가고, 잠들려하면서도 소비에슈가 한 말에 의구심을 품고 정말로 기억을 잃었을까 하는 생각에 품다가 잠에 든다.

다음 날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지루해지자 창밖을 보다가 뱃속 아기에게 계속 말을 걸어본다.

다시 업무를 하다가 점심식사를 할 시간이 되자 점심식사를 먹을지, 점심식사를 시녀들이나, 하인리와 먹을지, 업무를 마무리짓고 대충 먹을지 등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부관이 소비에슈가 '공식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고 보고한다. 속으로 '그 '공식적인'이란 말은 무슨 무기 수준이냐'며 황당해한다. 고개를 끄덕여 이를 허락하고 소비에슈가 집무실에 들어오자 속으로 전 날에는 소비에슈가 뜻밖의 말을 꺼내는 바람에 감정적으로 대응했지만 오늘은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소비에슈가 집무실에 들어오는 걸 기다리다가 일부로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자신의 반응에도 소비에슈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책상 앞까지 다가온 후 책상 위에 손을 얹고 자신이 마법사로 발현했다는 걸 들었다고 말한다. 맞다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 그게 왜냐며 황당해한다. 우선 축하한단 말부터 한다는 대답에 그 말을 하러 온 거냐고 딱 잘라 말하지만 소비에슈가 '공식적으로 제안을 하러 왔다'며 반말하자 '반말하지 말라 했다'고 일갈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태연하게 '같이 반말해. 상관없으니.'라고 말한다. 황당해해 대꾸하지 않는다.

소비에슈는 '원한다면 마법 아카데미에 와 있어도 된다'며 동대제국으로 오라고 꼬신다. 더욱 황당해해 마법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란 거냐'고 대꾸하지만, 소비에슈는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기 싫다면 도움이 될 교육진을 그대로 불러줄 수 있다. 물론 동대제국에 오긴 해야겠지만.'라고 말해 재차 꼬신다. 다른 사람들처럼 차근차근 익힌 건 아니기에 자신의 마법 실력은 미숙하나 남들이 대단하다고 해주는 건 마법사의 수가 워낙 귀한데다 자신이 황후이기 때문이란 걸 상기한다. 소비에슈가 오기 전까지 마법 훈련을 하고 있었기에 제안이 혹할만 하지만, 임시댐을 만드는 것은 서대제국 사람들에게 당장 닥친 문제라 동대제국에 도움을 구해 마법사를 빌렸을 뿐 자신의 마법 능력을 향상시키는데엔 도움받고 싶지 않다고 판단해 그럴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혼자서는 힘들거라고 중얼거리는 소비에슈에게 괜찮다고 재차 딱 잘라 말한다. 내 도움은 싫냐고 묻는 소비에슈에게 잘 안다고 대답하며 대화를 일축해버린다. 소비에슈가 진짜 기억을 잃은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잃은 걸로 주장하니 잃은 걸로 대해주자고 생각한 후 시선을 서류에 내리곤 손을 휘저어 나가란 표시를 취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소비에슈는 집무실에서 나가지 않고 서 있는다. 인상을 찡그리고 쳐다보지만, 재밌다는듯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비에슈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고 더욱 인상을 찡그리고서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따진다. 소비에슈는 '넌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자랐을까. 키가 클 거라는 이상한 주술을 사용해대더니, 그 중 하나가 효과가 있었을까. 지금은 먹고 싶은 것들 마음껏 먹고 있을까 궁금해서. 도대체 나에게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렇게 멋지게 자란 널 두고......'라고 중얼거리다가 뒷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도 듣고 싶지 않은 부분이니 잘한 선택이라고 판단하지만, 전 날 했던 말이 신경이 쓰였는지 정말로 기억이 없는거냐고 묻는다. 소비에슈가 '믿지 않더라도 그렇다.'라고 대답하자 속으로 한숨을 쉰다. 정말로 기억이 없는거라면 머리를 다쳤을거라고 여기고 자신을 치료하느라 에벨리의 치료가 늦어서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만약 정말로 그런거라면 죄책감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정말로 기억을 잃었고 하필 기억이 자신과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갔다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펜 끝으로 서류를 찍어대다가 "만약 정말로 기억을 잃은거라면 언젠간 기억이 돌아올거다. 하지만 우리가 네 기억 속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너는 내 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나는 네가 있는 시간으로 갈 수 없다. 난 네게 너무 상처받았고, 너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나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그리고 난 지금 남편을 사랑한다."라고 덤덤하게 대꾸한다. 자신의 말을 들은 소비에슈의 표정이 흐려지고 웃고 있지만 웃지 않는 오묘한 표정이 된 걸 보고서 서류를 내려다보곤 '절대 잘 살지 말라고 네게 저주를 한 적도 있지만 이젠 아니다. 너도 다른 사람과 잘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표하면서도 '나만큼은 잘 살지 말라. 그건 여전히 화날 것 같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가끔 화나면 진심이 아닐 때도 있긴 한데 최소한 지금은 진심이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내가 잘 살길 바래? 내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바래? 하지만 내게 돌아올 순 없는거지?'라고 묻자마자 " 그러면 내가, 네 정부가 되면 안 될까? 그러면 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잘 살 수 있고, 너도 내게 돌아오란 말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라는 헛소리를 내뱉어 자신의 정부가 되겠다는 막무가내식 요구를 대놓고 한다.

결국 '나 미쳤다'는 소비에슈의 발언을 인정하고 '제대로 미쳤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고 중얼거린다. 소비에슈가 싫냐고 묻자 속으로 어이없어하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일축한다. '말이 안 될 정도야? 내가 황제라서?'라고 묻는 소비에슈에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 직후 이를 의아해해하는 소비에슈에게 " 네가 너라서이고, 난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그렇지 않다며 부정하고, 이에 "사랑하지 않는다"고 재차 일갈한다. 그럼에도 소비에슈는 '내 기억엔 그렇지 않다.'라며 억지를 부린다. 결국 화가 폭발해 "기억부터 찾아. 그러면 알게 되겠지. 내가 왜 널 싫어하는지."라고 딱 잘라 일축한다. 하지만 자신의 냉정한 대답에도 소비에슈는 뻔뻔하게 '잘못을 빌고 싶어. 사과를 하고 싶어. 그래서 네게 용서를 받고 싶어.'라고 억지를 부린다. 참다 못해 "기억부터 찾아. 기억도 없으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수는 있겠어?"라고 일갈하며 화를 표출한다. 그럼에도 소비에슈가 나가지 않자 손으로 문을 가리키고서 "고분고분하게 굴겠다며. 나가."라고 소리치며 축객령을 내린다.

축객령까지 내려서야 소비에슈가 힘없이 나가는걸 보고 어이없어하며 이마를 짚는다. 라스타를 데려오자마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일방적으로 자신을 냉대했던 소비에슈를 떠올리고 당시 자신도 어떻게 한순간에 태도가 돌변한건지 이해하지 못했음을 상기함과 동시에 지금의 소비에슈도 자신과 같은 입장일거라고 여긴다. 이성적으론 소비에슈의 태도를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론 소비에슈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다짐한다. 자신이 차갑게 대한 상대가 자신을 일방적으로 냉대하고 결국엔 자신을 동대제국 황후 자리에서 내치기까지 한 소비에슈가 아니라, 과거 사이좋던 시절의 소비에슈라는 것에 찜찜해 '빨리 제정신차려. 회피하지 말고.'라고 독백한다. 다시 업무를 하지만 직전 소비에슈의 태도 때문에 재차 화가 치밀어오르면서 집중을 못한다.

집무실에서 나와 부관에게 하인리의 위치를 물어 수련장으로 간다. 커다란 목각인형을 세워놓고 검을 휘두르는 하인리를 보자마자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끼던 중 자신이 온 것을 느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하인리에게 손을 들어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하인리가 웃으면서 자신에게 다가와 '날 보러 온 거냐'고 묻자 하인리를 보러 왔다고 대답한다. 땀에 젖었으니 씻고 오겠다고 말하는 하인리에게 무심코 '보기 좋다'고 대답해버린다. 자신의 말에 의아해한 하인리가 보기 좋을 정도냐고 물은 것에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임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바로 하인리의 몸을 훑어보지만 하인리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자 그 미소의 뜻을 알아채고 시선을 돌려 하인리가 들고 있는 검을 가리키며 '나도 해봐도 묻냐?'고 묻는다. 하인리가 당황해하자 목각인형을 가리킨다. 목각인형을 소비에슈라 생각하고 목각인형을 내리쳐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몸 상태론 힘들지 않겠냐고 묻는 하인리에게 제대로 배우는 게 아니라 건성으로 내리치는거라고 대답한다. 하인리가 건성으로 검을 휘두를만큼 안 좋은 일이 있었냐고 묻자 침묵한다. 그런 모양이라고 말하자 맞다고 대답한다. 검을 들고서 목각인형을 소비에슈라고 생각하며 내려친다.

스트레스를 푼 후 먼저 방에 돌아와 목욕을 한다. 하인리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있음에 의아해하던 중 하인리가 수련장에서 하인리를 보자마자 자신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하자,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다가가 하인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깍지를 낀다. 하인리가 자신의 손을 단단히 잡은채 손등과 손가락에 키스를 하자 간지럽다고 속삭인다. 입을 맞추며 웃어대는 하인리에게 재차 간지럽다고 속삭이지만 하인리가 재차 입을 맞추자 웃으면서 몸을 비튼다. 이에 하인리가 자신의 등 뒤로 팔을 뻗어서 몸을 받아준 후 자기 쪽으로 눕히게 한 뒤 끌어안아주자 하인리의 어깨에 기댄다. 방금 목욕해서 그런지 좋은 향이 난다고 말하는 하인리에게 평소엔 안 나냐고 묻는다. 하인리가 평소에도 나는데 지금은 더 짙게 난다고 대답하자 '그럼 내 향이 아니라 목욕 향이 아니냐'고 중얼거린다. 이에 하인리가 놀라하자 농담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 의아해하다가 하인리의 턱을 올린다. 하인리가 신음과 비슷한 소리를 내다가 머리를 옆으로 내고선 자신의 손가락을 물자 맨날 문다고 말한다. 새라 그렇다는 대답에 필요할 때만 새라고 한다며 투정을 부리지만 진짜 새라서 그렇다는 대답에는 수긍한다.

하인리에게 자신들의 아기도 새로 태어나냐고 질문한다. 백퍼센트 확률로 새일거라는 대답에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한다. 갑자기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는 말에 겁이 나서 그런다고 대답한다. 하인리가 자신을 걱정하기라도 한듯 손가락을 빼고선 자신의 허리를 꽉 끌어당기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만약 아기가 다른 새와 섞이면 찾을 수 있을겠냐고 걱정한다. 자신의 말에 하인리가 웃음을 터트리자 일부로 차갑게 '내 눈엔 그 새가 다 그 새로 보인다'고 대답한다. 자신도 그러냐고 묻는 하인리에게 유독 크고 잘 생겼으니 아니라고 대답한다. 자신들의 아기는 구분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에 수긍하고 배에 손을 올린다.

하인리가 업무를 하러 간 후 하인리와 안으면서 마음을 안정시킨 것을 떠올리면서도 최대한 차갑게 굴지 못한 것을 한탄해 절대 소비에슈와 얽히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마침 아침식사 때 하인리에게서 욜른에 마법사들을 보냈다는 소식도 들었던지라 다시 홍수와 임시댐, 보석댐에 대한 걸 떠올려 이에 대해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때 로즈와 마스타스가 응접실 밖에서 투덜거리고, 이를 듣고 소응접실 밖으로 나간다. 자신을 본 로즈와 마스타스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것에 혹시 싸웠냐고 묻는다. 마스타스와 로즈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소리가 들렸다고 대답한다. 머뭇거리던 마스타스와 로즈는 동대제국에서 온 궁정인들이 서대제국의 궁정인들과 계속 충돌하고 있다고 알려주며, 그냥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로즈는 싸운 게 아니라 사소한 말다툼 정도이고, 하루에도 두세 번씩은 충돌한다고 알려준다. 그들이 짜증이 난 것이라고 여기지만, 의문을 품는다.

소비에슈가 기억을 잃어서라기엔 궁정인들을 다스린 적이 없고, 따로 궁정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다 궁정인들 중 유독 기고만장한 이들이 많다는 점에 여전히 의문을 품던 중 로즈와 마스타스는 동대제국 흉을 봐서 기분이 상한 건 아니냐고 묻는다. 손을 들어 아니라고 대답한다. 방에 돌아와 이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던 중 소비에슈가 데려온 궁정인들이 애초에 하인이 아닐 수 있음을 눈치챈다. 잠시 생각하다가 집무실로 가면서 맥켄나를 부른다.

맥켄나가 집무실에 오자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일 이야기에 어리둥절해하다가 충격받은 얼굴로 중얼거리는 맥켄나에게 일반적인 일이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대답한다. 여전히 시무룩해하는 맥켄나를 보고서 웃음을 꾹 참고 고개를 젓지만 하인리도 항상 중요한 일을 맡기긴 한다는 말에 속으로 도대체 얼마나 맥켄나를 집중적으로 굴려댄거냐고 황당해한다. 자신도 그 중요한 일을 부탁하기 위해 사람을 찾다보니 찾은 사람이 맥켄나이기에 하인리에게 부탁해서 다른 사람을 찾아도 좋다고 덧붙인다.

맥켄나에게 소비에슈가 서대제국에 올 때 함께 온 궁정인들이 총 몇 명이냐고 질문한다. 자세한 숫자는 봐야 알지만 이웃나라 황족이 비공식적으로 방문할 때 데려오는 정도의 인원을 데려왔다고 기억한다는 대답에 기사들을 제외한 숫자냐고 묻는다. 기사와 카를 후작을 제외한 궁정인들만 데려왔다는 대답을 듣고 그 궁정인들이 최근 트러블을 일으킨다고 알려준다. 삽시간에 표정이 어두워진 맥켄나는 트러블까진 아니라며, 트러블이라 하는 건 너무 자신들 측 입장이며 그냥 사이가 좋지 않아 말다툼이 몇 번 있던 정도라고 중얼거린다. 맥켄나도 로즈와 마스타스처럼 자신이 동대제국 출신이라 자신의 눈치를 본다고 여기고 자신이 동대제국 출신인 이상 자신을 받아들인다고 한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화이트 몬드의 국혼 요청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해 씁쓸해한다.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그런 자신을 보고 왜 그러냐고 묻는 맥켄나를 빤히 쳐다보며 그 궁정인들이 정말로 궁정인이 맞는지는 확인해보았냐고 질문한다. 놀란 맥켄나는 자신이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 안 듯 떨떠름한 얼굴로 다시 자신의 눈치를 보는마냥 근육이 잘 잡힌 사람도 중간도 몇 명 끼어 있긴 했지만, 문제가 될 여지는 없었다고 대답하다가 혹시 기사들이 끼어있을 것 같아서냐고 묻는다.

맥켄나에게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들이 끼어있을거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한다. 영 이해가 안 간 듯 마법사처럼 귀한 이들을 어떻게 하인과 하녀로 잠입시켰냐고 중얼거리다가 뒤늦게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의 사정이 다르다는 걸 깨달은 맥켄나는 마법사가 궁정인으로 위장해온다한들 그걸 알아낼 방도가 없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대답한다. 마력을 뺏는 방법이나 마법사인지 구분하는 방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여긴다. 이를 의아해하다가 계속 궁정인들 간에 트러블이 생겨서 그러시냐고 묻는 맥켄나에게 동대제국 궁정인들이 거만하긴 하지만 하루에 두세 번씩 싸움을 벌이고 다니는 정도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맥켄나가 '동대제국 궁정인들이 다 그 정도로 거만하지 않냐'고 묻고 싶은 얼굴인데 그 말을 자신의 앞에서 못해서 답답해한다고 여긴다. 정말이라고 대답해서야 맥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약 그렇다면 이 일은 자기 선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니, 우선 하인리에게 이 일을 알리겠다고 말하며 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에 당연히 안다고 대답한다.

그제서야 기쁜 얼굴로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듯 웃는 맥켄나를 보고서 소비에슈는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한 흔적을 찾으러 온 것 같으니 잘 살펴보라고 직설적으로 대답한다. 이 말에 맥켄나가 웃는 얼굴로 경직된채 서 있자 웃어주고선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인리가 날 위해 하려던 전쟁을 포기했으니, 나도 하인리를 위해 하인리가 한 일을 감추어주겠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복숭아에 맞았는지 확인하러 왔다'는 말은 거짓말이였으며, 자신에게 사과를 하러 왔다는 핑계를 대 마력 감소 현상의 조사를 하러 왔다고 판단해 실망한다.

그 후 맥켄나에게서 자신이 한 말을 듣고 찾아온 하인리는 동대제국이 서대제국에서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한 조금의 실마리도 얻어가지 못하도록 완벽한 대비책을 강구해놨다고 말한다. 하인리가 강구한 완벽한 대비책에 대해 궁금해하면서도 긴장해해 무엇이냐고 묻는다. 동대제국에서 데려온 궁정인들 중 마법사들이 대거 섞여있다고 해도 마법사인지 구분해낼 수 없으니 본거지인 이점을 발휘해 그들 모두 밀착 감시하고, 혹시 기사들 사이에 마법사가 섞여 있을 수도 있으니 거기도 밀착 감시하는 것은 물론 수행원과 소비에슈도 목적을 가지고 움직일지도 모르기 그쪽도 밀착 감시하자는 제안에 납득하면서도 이런걸 인해전술이라고 해야하냐고 생각한다. 이내, 마법사를 구분할 수 없다면 확실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 여기고 납득한다. 하인리의 말대로 지금 이 와중에 자신들의 가장 큰 무기는 머릿수이고, 약한 상대를 붙여도 대처하기 쉬운데다, 마법사가 서대제국 사람을 떼버리고 가버리면 당연히 그쪽이 수상한 것이고, 밀착해있으면 가면 안 될 곳에 누가 갔는지도 알 수 있고, 못 가게 막을수도 있다며 완전히 납득한다.

결국 밀착 감시를 하기로 결정한다. 하인리는 기사들에게는 기사가, 궁정인들에게는 궁정인들이 붙을거라고 말한다. 카를 후작에게는 맥켄나가 붙는거냐고 묻는다. 맞다고 대답하는 하인리에게 소비에슈에게는 누가 붙냐고 묻는다. 하인리가 본인이 할 거라고 대답하자 납득하고서 잘 해보라고 등을 토닥이며 응원해준다.

다음날 각각 붙어서 밀착 감시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색하게도 카를 후작이 소비에슈 옆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한 바람에 카를 후작을 담당한 맥켄나, 소비에슈를 담당한 하인리에 이어 자신까지 옆에 있게 된 바람에 5명이서 함께 있게 된다. 이 상황에 황당해하며 하녀가 따라주는 차를 바라보다가 하녀가 나가자 앞을 바라본다. 웃다가 인상을 쓰는 등 표정을 바꿔대는 소비에슈, 그 옆에서 굉장히 불편해하는 얼굴로 입을 오므렸다 펴는 카를 후작, 자신의 옆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지만 턱에 힘을 주고 있는 하인리, 자신의 반대편에서 카를 후작이 목에 걸고 있는 실크 스카프를 쳐다보고 있는 맥켄나 등 어색한 분위기에 결국 한숨을 쉰다.

소비에슈가 웃는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덤덤하게 소비에슈의 이름을 부르지만 하인리가 끼어들어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황당해하다 하인리의 이름을 불렀으나 소비에슈는 불쾌해하며 하인리를 쳐다본다. 하인리도 소비에슈의 이름을 부르는 등 의미 없는 도돌이표 이름 부르기가 지속된다.

이 상황을 못마땅해하며 서로 이름 좀 그만 부르라고 말하는듯 비스킷을 씹어먹는 카를 후작을 보고서 본인도 이 매우 황당한 상황에 어이없어한다. 서로를 노려보는 소비에슈와 하인리의 대치에 나오려는 한숨을 참고서 차를 마시지만 하인리가 '부인'이라고 말하자 당황한다. 하인리의 말이 이상한듯 소리 죽여서 기침하는 맥켄나를 보고 있던 찰나, 하인리는 손을 뻗어 자신의 입가에서 뭔가를 닦아주는 시늉을 하면서 '여기에 뭐가 묻었다'고 말한다. 되물으면서도 속으로 황당해하지만 '내 사랑'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하인리의 애정 행각에 카를 후작은 비스킷을 먹다가 사레가 걸리고, 소비에슈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하인리를 노려보면서 포크를 쥐었다 놓으며 포크로 하인리를 공격하고 싶어하는 등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하인리가 애정 행각을 한 이유를 알아채 속으로 꼭 이렇게 낯부끄러운 짓을 해야하냐고 황당해한다.

다시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려던 찰나 갑자기 하인리가 웃으면서 덥다고 말하곤 머리카락을 쓸어올리자 의아해하지만 자세히 보려다 하인리가 목에 걸고 있는 '요정의 눈물'을 발견한다. 황당해하던 중 소비에슈는 충격을 받은 듯 머리를 잡고 괴로워한다. 이 상황에 놀란 카를 후작이 소비에슈를 붙들고, 하인리도 다급히 궁의를 부르라고 소리치는 등 현장이 아수라장이 된다. 오직 '요정의 눈물'만을 노려보는 소비에슈를 보면서 지금의 소비에슈는 자신과 요정의 눈물에 대한 약속을 하던 시절의 소비에슈가 아닌데, 왜 '요정의 눈물'을 노려보냐며 의아해한다. 그 순간 충혈된 눈으로 '요정의 눈물'을 노려보던 소비에슈는 눈이 감긴채 풀썩 쓰러지고, '요정의 눈물'에 대한 전설을 떠올린다.

쓰러진 소비에슈가 방에 옮겨진지 두 시간이 지났음에도 깨어나지 않자 주베르 백작부인에게 소비에슈의 상태를 알아오라고 부탁한다. 입장이 많이 곤란해졌겠다는 주베르 백작부인의 말에 신경을 안 쓰기도 그렇고, 안 쓰기에도 그런 입장인데다 사실 소비에슈가 자신의 전 남편이 아니었다면 외국의 아주 대단한 귀빈이 아픈 것이니 이보다 신경을 썼을 것이고, 오히려 자신의 전 남편이기 때문에 제대로 신경을 써야할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수긍한다.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괜찮은지 아닌지만 확인하고 돌아와달라고 지시한 후 주베르 백작부인이 나가자 화병에 꽂은 꽃잎을 만지작거리거나 카펫을 걸어다니는 등 방 안을 서성이며 주베르 백작부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오래 지나지 않아 방에 돌아온 주베르 백작부인은 깨어났지만 방 안에 머물고 있고,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고 혼자 있다고 보고한다. 카를 후작의 말론 괜찮을거라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는 주베르 대답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면서도 '대체 어떤 점이 소비에슈를 그렇게 자극한걸까? 내게 준 선물을 하인리가 가지고 있단 게 그에게 그렇게 자극으로 다가왔나? 기억을 잃어도 무의식은 그 분노를 기억하는 걸까?'라고 생각한다.

다음 날 하인리가 일이 있어서 새벽에 외출하자 혼자 아침을 먹으며 여전히 이에 대해 생각하다가 궁전의 주인으로서 몸이 아픈 귀빈에게 괜찮은지 사람을 한 번 더 보내볼지, 아니면 전부인으로서 전 남편이 아프건 말건 무시할지 등을 고민한다.

결론을 내리려던 찰나 카프멘이 자신을 찾아오고,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전에 말했던 친구에 대해 알려줄게 있어서 왔다며 귀족을 싫어한다는 특징을 언급하고 그제서야 카프멘이 말한 얼음 계열 마법사인 친구임을 기억한다. 카프멘은 친구가 마침 도착했으며, 궁전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음을 알려준다. 지금 그 친구를 만나러 갈 거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수긍하면서도 인상이 일그려지고, 여전히 이 얘기를 괜찮은지 아닌지 고민하는듯 눈치라고 여긴다. 시녀들이 며칠 전 자신의 평민 연기를 떠올리고 웃는 모습을 보고서, 시녀들에게 외출 준비를 지시한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외출 준비를 마치고, 마차가 궁전을 나가자마자 동행한 카프멘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친구는 정말로 귀족을 혐오하며, 자신을 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습관처럼 듣기 나쁜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충고한다. 염려하지 말라고 대답하지만, 카프멘이 '험한 말을 하거든'라고 중얼거리자 부채로 입을 때리겠다고 대답한다. 카프멘이 절망적인 시선으로 무릎에 팔을 괴고 이마를 짚자 속으로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그제서야 카프멘은 무안한 얼굴로 팔을 풀고선 친구에게 서신으로 자신에 대해 이름은 '나비'이고 부유한 상인의 딸로 이야기해두었다고 알려준다. 자신이 마법사란 이야기는 했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친구는 자신이 몸이 약한 탓에 마법 아카데미에 못 간 걸로 알고 있다고 알려준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져온 거울을 꺼내 표정을 편다. 전의 무뢰배 같은 말투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충고에 알았다고 대답한다. 카프멘이 왜 자신의 이름을 '나비'라고 했는지 궁금해하지만 카프멘이 헛기침을 하고서 고개를 돌리자 미안하다고 대답한다. 카프멘은 속으로 생각하는 것까진 막을 순 없다고 대답하고 이에 소리 없이 웃으면서도 지금 카프멘은 자신이 소비에슈를 피해 일부로 서둘러 나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이기에 고맙다고 느낀다.

마차가 카페에 도착한 후 카프멘이 먼저 내려 자신의 손을 잡아준다. 카프멘의 손을 잡고서 마차에서 내린다. 카프멘이 알려준 자신의 정보를 상기하던 중 카페 경비가 카프멘을 알아보고 문을 열어준다. 카프멘과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에 와 본 적이 있냐고 묻는 카프멘에게 있다고 들었을 뿐이라고 대답하면서도, 단지 올 일이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카페의 이용 계층은 주로 부유한 평민들로, 돈이 있는 평민들은 따로 파티를 개최하는대신 카페나, 고급 식당, 극장 등에서 친분을 다진다고 설명해준다. 이에 대해 잘 아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아카데미 내에선 여러 계급이 있다고 알려준다. 카프멘이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암시장에 유통했었다는 걸 상기해 저 고지식하게 단정한 얼굴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납득한다.

카페 내 3층에 올라온다. 커다란 홀 안에 여러개의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지만 변두리에만 탁자가 놓여있는 등 중앙이 비어있는 것에 대해 카프멘은 큰 규모로 파티가 열리면 중앙에서 춤을 추고 놀며 일주일에 한 번은 무도회가 열린다고 설명해준다.

카프멘이 안쪽 자리로 들어가자마자 따라가고, 단번에 안쪽 자리의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카프멘의 친구임을 알아본다. 누가 봐도 무뢰배 같은 친구의 모습에 속으로 절대로 무뢰배 같은 말투를 쓰지 말라던 카프멘의 충고를 떠올리고 '상대가 무뢰배라면 이쪽도 무뢰배 같이 보이면 친근감이 들지 않을까? 물론 내가 무뢰배 친구를 둔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의심스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무표정을 꾸며 놀라움을 감춘채 카프멘의 친구의 인상착의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물론 사람을 첫인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뒤에 서 있는 랑드레 자작도 긴장한듯 카프멘의 친구를 쳐다보고 있기에 이게 자신만 느끼는 건 아니라고 여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카프멘의 친구가 카프멘을 부르고, 그의 말투가 무뢰배 말투 같다고 판단해 정체를 의심한다. 카프멘이 친구와 박수를 치는건지, 손바닥을 때리는건지 알 수 없는 제스처를 취하고 건성으로 포옹하고 떨어지자마자 카프멘의 친구는 카프멘에게 자신에 대해 언급한다. 카프멘이 수긍하자마자 카프멘의 친구늑 다녀온 지역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욕을 한다. 카프멘은 작게 헛기침을 하고서 욕 좀 빼고 말하라고 충고하지만, 카프멘의 친구는 카프멘을 '샌님'이라고 놀려댄다. 자신이 지척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걸 보고 의문을 품는다. 카프멘은 자기 친구를 돌시라고 부른다. 자신을 보는 눈에 일말의 호기심조차 없는 것에 내내 모른 척할 때부터 짐작하긴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카프멘의 친구의 이름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카프멘이 입술을 꽉 깨물자마자 이를 의아해한 돌시는 왜 갑자가 혼자 쪼개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돌시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돌시는 전에도 생각했지만 자신의 이름이 이상하다고 대답하고, 속으로 수긍한다. 다시 생각하던 카프멘이 입을 꽉 깨물자마자 돌시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카프멘이) 진짜 왜 저래?'하는 표정을 짓는다. 한숨을 내쉬고서 먼저 손을 내밀어 돌시에게 자신의 본명을 말한다. 옆에 있던 카프멘이 웃어대자 속으로 웃어대지 말라며 불쾌해한다. 이름을 말하던 돌시가 손을 뻗어 자신의 손바닥을 두드리다가 손을 빼내자 속으로 아직 귀족이란 걸 들키지도 않았는데, 그리 좋은 시작은 아니라고 불안해한다.

아니나 다를까 돌시는 자신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게다가 카프멘이 자신에게 얼음 마법에 대해 조언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조차 대번에 귀찮다고 거절한다. 거절당했지만 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카프멘이 돌시와 대화를 나누는동안 카페에서 가장 잘 나가는 디저트를 주문한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화제가 마법과는 전혀 관계없는 화제이기에 시선을 돌려 카페를 둘러보거나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디저트를 먹는다.

그러던 중 카페 근처에 갈색 마차가 내린다. 소비에슈임을 눈치채 당황해하는사이 소비에슈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걸 목격한다. 그리고 다급히 일어선다. 덩달아 일어선 랑드레 자작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랑드레 자작에게 입모양으로 소비에슈를 본 것 같다고 말하려다가 도로 앉아 부채를 펼쳐 속으로 '내가 본 게 진짜 소비에슈가 맞긴 한 건가? 하지만 소비에슈가 이 곳에 올 일이 뭐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해 잔에 비친 변장을 본다. 가발 하나만 쓴 허술한 변장이지만 자신을 직접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본다 하더라도 그저 닮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뿐이겠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의 얼굴을 알기에 변장한 자신을 알아볼거라고 판단한다. 자신 역시 커다란 모자만 썼을 뿐인 소비에슈를 알아봤기에 불안해한다.

자신의 생각을 들은 카프멘이 기지를 발휘해 몸이 아프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이고서 속으로 '얼핏 소비에슈를 본 것 같은데, 진짜로 소비에슈가 온 게 맞나 확인하고 와달라'고 부탁한다. 지금 나가면 당장 나가다가 마추질게 분명하니 소비에슈가 어떤 자리에 앉는지 확인한 후 얼굴을 가리고 빠져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마차 안에 약이 있을거라는 핑계를 대고서 고개를 끄덕인 채 계단을 내려가고, 부채를 얼굴 옆에 가져다둔 채 무표정을 유지한다. 너무 불안해하면 돌시가 자신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을거라고 여기면서도 그는 자신에 대해 이상하게 볼 만큼 관심이 없어보인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내내 자신과 눈도 안 마주치던 돌시가 고개를 기웃거리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대화 상대가 사라지자 심심해져서 자신 쪽에 관심을 보이는건지, 아니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건지 생각하다가 얼른 더워서라는 핑계를 댄다. 그럼에도 돌시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자신은 스쳐지나가면서 봐도 귀족이라는 카프멘의 말을 떠올리고 불안해하지만, 이내 카페 안에 있는 평민들 역시 자신처럼 화려하게 입고 귀족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을 빤히 보던 돌시는 미소를 지은채 '아하'라고 중얼거린다. 마치 모든 진실을 다 꿰뚫어본마냥 불길한 소리를 냈다고 여겨 불안감을 느끼지만,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부채를 살짝 내린다.

그 순간 계단을 올라온 소비에슈와 마주치고, 황급히 부채를 다시 올려 얼굴을 가리지만 눈이 마주치고 만다. 앞에서는 돌시가 '난 네가 누군지 알 것 같은데'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 옆에서는 소비에슈와 마주친 상황이라며 매우 당황해한다. 속으로 소비에슈가 맞나 확인하라 했더니 어딜 간 거냐며 카프멘을 찾던 중 돌시가 도와주냐고 질문한다. 당황해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자신이 계단을 올라온 사람을 피해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는걸 알거라 생각해 대답 대신 일어난다. 소비에슈와 마주친게 곤혹스럽지만 난리를 피우더라도 조용한 곳으로 가서 부리는 게 낫고, 카프멘의 친구 앞에서 헤어진 부부의 말다툼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대답해 급한 티를 내어 애써 태연하게 말한 뒤 몸을 돌린다. 자신이 평소 말투를 했다는걸 깨닫지만 이 상황에 다시 쳐다보고서 말을 돌리는건 이상하기에 계단을 내려간다.

중간에 소비에슈와 스쳤지만 자신을 보는 소비에슈를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자신이 내려가자마자 소비에슈가 자신을 쫒아옴에도 그대로 무시한채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오던 중 뒤늦게 계단을 올라오던 카프멘과 마주치고 냉랭하게 '먼저 가겠다'고 대답해 카페에서 나온다.

마차를 타려던 찰나 계속 자신을 쫒아오던 소비에슈는 자신을 부른다. 얼른 마차에 올라타 마차 문을 닫으려했으나, 소비에슈는 문을 잡는다. 랑드레 자작을 호위로 데려왔지만 소비에슈를 상대하기엔 신분상으로 무리이고, 자신에게 해코치를 한다면 나설 수는 있기에 어이없어한다. 소비에슈는 눈치없이 활짝 웃으면서 나비에를 부르며 놀러 나왔냐고 묻는다. 알면 모른 척해달라고 응수했으나, 소비에슈는 여전히 눈치없이 같이 다녀도 되냐고 묻는다. 이에, 될 거라 생각하냐고 재차 응수한다. 그럼에도 소비에슈는 '됐으면 좋겠다'며 계속 질척거린다.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고서 주먹으로 소비에슈의 손가락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친다. 그제서야 소비에슈는 자신에게서 떨어지고, 마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단 얼굴을 한다. 얼른 마차 문을 닫고서 마차 앞쪽 문을 두드려 마부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한다.

마차가 멈춰서야 소비에슈를 마주쳤단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고 심장이 격해진다. 당시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소비에슈가 왜 카페에 왔는지 의문을 품는다. 자신이야 카프멘의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지만 왜 소비에슈가 카페에 나타났는지 궁금해한다. 마력 감소 현상을 조사하러 온 일과 관련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마차 문을 열어 랑드레 자작에게 카페 근처에 숨어 있다가 소비에슈가 어디로 가는지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방에 돌아와 주베르 백작부인에게도 소비에슈의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고 오라고 지시한 뒤 차를 마시며 기다린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소비에슈가 바람을 쐰다고 잠시 나간다고 했다고 보고한다. 하인리가 소비에슈를 일 대 일로 계속 살필거라고 말했던 걸 떠올려 밖까지 따라가기엔 일정상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내, 소비에슈의 행적을 신경쓰고 있으니 다른 사람을 붙여두었을거라 여긴다. 소비에슈가 서대제국에서 데려온 마법사들이 견제를 받자 일부로 나간거라고 생각하고 차를 두 잔째 마신다.

차를 계속 마시는 걸 본 로즈는 걱정스러운듯 '밖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냐? 혹시 그 자가 많이 무례했냐?'라고 묻는다. 이에 시녀들도 설마 자신이 소비에슈와 마주쳤을거라 짐작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한다. 무례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며 돌시는 자신을 귀찮아했다고 대답한다. 그 말에 로즈가 놀라하자, 귀찮아할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로즈는 자신이 황후란 걸 몰라도 눈이 달려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절대로 귀찮아할 수는 없다고 대답한다. 돌시는 정말로 자신을 귀찮아했으며, 말도 거의 나누지 않았고, 마법 관련 조언을 주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고 알려준다. 카페에서 소비에슈와 마주치기 직전 돌시가 내뱉은 말을 내뱉었던 걸 떠올려 돌시에 대한 건 그리 찝찝하진 않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마법을 배울 수 없다면 몹시 안타깝겠지만, 돌시가 자신이 누군지 알아봤다한들 마법을 배우는 걸 포기한다면 사실 얽힐 일이 없다고 여긴다. 차를 한 잔 더 따르며 일단 지금은 소비에슈에 관한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각을 해 마스타스에게 부탁을 한다.

저녁무렵 랑드레 자작은 소비에슈가 카페에서 자리를 옮긴 터라 계속 수도를 돌아다녔는데, 소비에슈 역시 자신처럼 특색 없는 마차를 타고 왔기에 수색이 쉽지 않았고, 간신히 찾았을 땐 성문 근처의 허름한 식당에 있었다고 보고한다. 자존심 덩어리인 소비에슈와 허름한 식당이 안 어울린다고 여겨 기억을 잃으니 자존심도 좀 누그러지는거냐고 생각한다. 너무 어울리지 않은 조합에 의심을 품고 그 식당 안에 마력 감소 현상에 관한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건 아니냐고 생각한다.

결국 초조해져서 랑드레 자작에게 소비에슈가 그 식당에서 뭘 하고 있었냐고 질문한다. 하인리가 자신을 위해 오랜 꿈을 포기해줘서 가까스로 멀어진 전쟁인데 소비에슈가 마법 감소 현상의 흔적을 찾게 되면 오히려 소비에슈 쪽에서 전쟁을 선포할 것인데다, 하인리가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냥 정복욕에 불과하지만 소비에슈가 마법 감소 현상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면 소비에슈 쪽이 우월한 명분을 가지는 것이기에 서대제국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랑드레 자작은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괜찮다며 대답을 재촉한다.

랑드레 자작은 소비에슈가 허름한 식당에서 싸우고 있었다고 보고한다. 솟구치는 의심에 랑드레 자작에게 소비에슈가 싸운 상대가 제법 몸을 잘 쓰는 위장한 기사였냐고 물으면서도, 하인리가 소비에슈에게 사람을 붙였는데 소비에슈가 그걸 눈치채고 싸운 건 아닌지, 아니면 마력 감소 현상을 조사하고 있단 걸 감추기 위해서 일부로 괴상한 행동을 하는거냐는 의심을 한다. 랑드레 자작은 상대는 술에 취해 온갖 상스러운 욕을 하는 주정뱅이였고, 무술을 체계적으로 익힌 흔적이 없었으며, 주정뱅이가 술에 취해 '피를 부르는 황후는 좋지 않다'는 식으로 자신의 욕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욕을 하는 걸 듣자마자 소비에슈가 말다툼을 벌였다고 보고한다.

구제 행사 준비를 위한 안건들이 올라오자 처리하며 업무에 매달리려 하지만 랑드레 자작에게 들은 보고로 인해 신경을 쓰게 되고 만년필 촉으로 서류를 찍는다.

종이를 뜯어내고 나무 판을 갈아대던 중 그 횟수가 아홉 번째가 되자 구겨진 여덟번째 종이를 보고서 한숨을 쉰다. 소비에슈가 허름한 식당에서 있었던 이유에 대해 어쩌면 정말로 마력 감소 현상 때문에 간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소비에슈가 한 행동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며, 만약 비밀리에 갔는데 자신의 욕을 듣고 흥분해서 사고를 친 건 더욱 문제라고 여긴다. 차라리 기억을 찾았으면 한다고 독백하면서도 '황제 소비에슈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거다. 차라리 계속 그 거만하고 오만한 소비에슈로 남아서 내가 마음껏 원망하게만 해 줬으면 좋겠다. 상처를 준 사람을 마음껏 미워할 수조차 없단 건 좀 가혹한 일이다.'라고 생각해 찝찝해한다.

구겨진 종이들을 모아서 쓰레기통에 넣자마자 마침 들어온 하인리가 두 팔을 벌리고 자신에게 다가와 목덜미와 뺨, 입가에 입을 맞춘다. 온종일 떨어져있어서 그런지 유독 반가워한다고 여겨 일은 잘했냐고 물으면서도 하인리의 표정을 보자마자 방금 전까지의 불쾌한 감각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하인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하인리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는다. 이러면 너무 좋다고 대답하는 하인리에게 '나도 하인리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대답하고 하인리의 가슴에 머리를 비빈다. 이렇게 하면 아까까지의 원치 않는 감정, 불쾌한 동정심과 감동이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하인리는 숨을 들이쉰채 내뱉지 않고 숨을 멈추고, 숨 쉬라고 대답한다. 하인리는 자신의 이마에 이마를 대고서 '대체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고 묻는다. 말없이 하인리를 안은 팔에 힘을 준다. 하인리는 낮게 신음을 흘리며 '난 지금 천국과 이승에 각각 한 발씩 담그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중얼거리고, 의아해 왜 한 발씩 담갔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알고 있지 않냐고 대답하고서 슬쩍 자신의 손을 잡고서 아래로 내리고, 곧 인내심을 느낄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하인리의 인내심이 아니라 자신의 인내심이라고 여긴다.

하인리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욕실에 다녀오겠다고 속삭이고, 그가 욕실에 간 사이 자신도 얼굴에 좀 열이 돈다고 생각한다. 응접실에 나가 저녁 식사를 가져다달라고 부탁한 뒤 침실로 돌아와 부채를 부친다. 하녀가 음식을 가져오자마자 직접 음식을 카트에 담아 응접실에서 침실로 옮긴 후 테이블 위에 접시를 놓고 하인리를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리는 욕실에서 나와 좀 붉어진 얼굴로 태연하게 자신의 옆에 앉는다. 카프멘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소비에슈를 만났다고 털어놓는다. 하인리는 은색 뚜껑을 접시에서 벗겨 옆에 놓자마자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늘은 자신을 따라다닐 수가 없어서 다른 새대가리 일족을 소비에슈에게 붙였다고 대답한다. 감시역을 붙였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새대가리 일족일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여겨 적절한 감시역이라고 판단한다. 하인리가 상황을 알고 있으니 이야기하기 쉽다고 여겨 혹시 소비에슈가 마력 감소 현상을 조사하러 다닌거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그건 아니라며, 전혀 관계없는 곳을 그냥 놀러다닌 것처럼 돌아다녔다고 대답하면서도 계속 감시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행이라고 대답한다.

하인리는 카프멘의 친구를 만나러 간 일을 언급하며 마법을 배운 게 도움이 됐냐며, 그 자가 자신의 연기를 보고 속았냐'고 묻는다. 이에 속았다고 대답한다. 하인리는 자신의 연기를 보고 속았냐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하인리를 째려봤으나, 하인리는 돌연 말을 바꿔 '당연히 속을 수밖에 없다'고 중얼거린다. 그 말을 하려던 게 아닌 것 같다고 대꾸한다. 하인리는 하려던 말을 한 거 맞다고 둘러대고, 아닌 것 같다고 대꾸한다. '날 못 믿냐'고 묻는 하인리에게 '내 연기 실력을 못 믿는만큼 못 믿는다'고 응수하고서 째려본다.

하인리는 황급히 게살을 집어 먹다가 놀란 척하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말을 돌리냐고 캐물었으나, 하인리는 정말로 갑자기 생각났다며, 이상한 이야기였다고 대답하고서, 자신의 시녀들이 이상한 내용의 이상한 소문을 내고 있는데 혹시 자신이 시킨거냐고 질문한다.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반박했으나, 하인리는 보통은 모를거지만 자긴 예외라며,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고 말한다. 새대가리 일족이 전해준거라고 여겨,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서 미소를 숨긴다.

밤중에 소비에슈가 황궁 내 어느 빈 방에 들어가자 소비에슈의 뒤에서 냉랭한 목소리로 "역시 목적은 사과가 아니었군요"라고 일갈한다. 자신의 목소리는 좀 더 차갑게 들렸지만 자신의 말을 들은 소비에슈의 어깨가 움찔해지는 걸 본다. 소비에슈는 '대체 네가 거기서 왜 나와?'라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자신을 부르려하고, 일부로 말을 끊고 "미안해서 왔다?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 거짓말도 잘하는군요."라고 일갈한다. 여기서 나비에가 시녀들에게 소문을 내게 한 건, 소비에슈를 유도해 변명을 하고 미안해할 상황을 만들어 죄책감을 가지고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였으며, 바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게 하려는 목적이였음이 밝혀진다.[10]

소비에슈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젓자 이를 무시하고 몸을 돌려 문고리를 잡는다. 문을 열기 직전 소비에슈는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뻗어 문을 잡고서 '잠시만'라고 말하고,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일그러진 표정과 떨리는 손을 보고서 뭐하는거냐고 묻는다. 소비에슈가 서대제국에 온 이유를 말하려하자, 말을 끊고 이전부터 서대제국을 의심하고 있었으며, 마력 감소 현상을 조사하러 온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소비에슈는 애원을 하다가 손가락에 힘을 주고, 손톱과 문이 부딫히며 기이한 소리가 난다. 꽉 눌러 손톱이 하얗게 변한 손가락이 아까 본 창백해진 얼굴보다 더 떨리는 걸 보고서 소비에슈에게 '사과하러 왔다고 말하지 않았냐, 그래서 조금이나마 기대했다. 돌아갈 마음은 없지만, 용서할 마음은 있다.'라고 일부러 거짓말한다.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소비에슈의 손 위에 덮고 힘을 주어 누른다. 세게 누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소비에슈의 손은 힘없이 내려간다. 소비에슈가 울고 있을거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돌린채 문을 본다.

소비에슈에게 "열 아홉살의 소비에슈는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조차 아니었나보다"라고 일갈하며 실망감을 표한다.소비에슈가 '내가 마력 감소 현상을 신경 쓴다고 해서 나비에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대답함에도 대꾸하지 않은채 문을 연다. 문 앞에서 마주한 소비에슈의 근위기사단장 역시 자신을 보고 놀라 '황후 폐하께서 왜 여기서 나오시냐?'고 묻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소비에슈는 다급히 '내가 동대제국을 사랑한다고 해서 나비에를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다. 마력 감소 현상을 걱정한다고 해서 나비에를 걱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애원하지만, "알지요. 라스타 양을 걱정하면서도 나를 걱정해주는 그대인데 내가 그걸 모를까?"라며 그동안 소비에슈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비아냥거린다. 그러면서도 '말을 꺼낼 때마다 내가 조각칼을 들고서 소비에슈의 심장에 한 줄 한 줄 상처를 새기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정뱅이가 자신의 욕을 했을 때 주정뱅이에게 주먹을 날렸다는 랑드레 자작의 보고, 자신이 습격당했을 때 에벨리를 보낸 일, 라스타의 재판 후 서대제국으로 돌아가던 날 마차에서 스쳐지나갔을 때 봤던 모습을 떠올린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여러 감정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 마력 감소 현상을 걱정하면서도 나도 걱정할 순 있을거다.'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존재할 수 있다고 해서 같은 무게까지 지닌 건 아니다. 내 생각엔 소비에슈가 날 걱정하는 마음은 가벼울거다. 없진 않지만 마음 속에서 우선순위가 한참 뒤다.'라고 생각한다. "날 걱정하는 마음이 작은 게 아니라, 그 작은 마음을 앞세워서 목적을 감추려한 게 화가 난다"며 재차 실망한다.

소비에슈에게 "목적이 있어서 왔으면 목적이 있어서 왔다고 확실하게 말해요. 미안한 척 괴로워하는 척 후회하는 척 하며 이득을 챙기지 말고."라고 일갈해 재차 실망감을 표출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그런게 아니다. 나에 대해 알지 않냐?'고 애원한다. 이에 대해 "난 소비에슈에 대해 모른다. 내가 알던 소비에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날 쫓아낼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을 했고, 그 날, 난 소비에슈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정곡을 찌르고는 몸을 돌려 나가버린다. 복도를 걸어가며 소비에슈가 숨어 들어온 그 방에 '어떠한 비밀도 없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으며,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어련히 깨달았을거라고 생각한다. 이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 정원 밖으로 나오지만 멍한 정신으로 걸어가다 돌에 걸려 비틀거릴뻔한다. 자신을 보고 놀라서 자신을 부축해주어 균형을 잡도록 해준 마스타스는 걱정을 하고, 괜찮다고 대답한다. 안색이 좋지 않다는 말에 통쾌한 기분은 아니었다고 대답한다. 마스타스가 새벽의 일을 떠올리자 시녀들에게 소문을 내달라 했던 일[11]을 떠올린다.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고,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한 건은 서대제국 궁정인들도 모르는 극비 사항이니, 자신의 시녀이면서도 하인리의 기사인 마스타스는 알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실 마스타스를 제외한 나머지 시녀들은 소문에 대해 모르지만 시녀들 역시 자신이 소문을 낼 때 '소비에슈가 좋지 못한 목적으로 찾아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좀 상처를 주어서 돌려보내겠다'라고 둘러댔을 때 그 정도만로도 충분한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는 걸 상기한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부채를 부치며 '남을 상처주는 말을 하면 그 자신도 상처를 받게 된다. 내 남편이나 나처럼, 아닌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그런다.'라고 조언한다. 이에 로라가 한숨을 쉬곤 주베르 백작부인은 주베르 백작과 아주 잘 어울리는데 왜 이렇게 사이가 나쁜지 모르겠다고 말을 보탰으나, 주베르 백작부인은 로라에게 손에 부채를 들고 있단 걸 잊지 말라며 이 부채로 입을 때려버릴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등 티격태격한다.

분수대 앞에서 멈춘다. 물줄기에 손을 뻗곤 속으로 주베르 백작부인이 했던 말과 새벽의 일을 떠올려 소비에슈에게 냉랭한 말을 했을 때 자신도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받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상대가 열 아홉살 기억을 가진 소비에슈라는 것은 찜찜해한다. 결국 마음이 편해지지도 불안해지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로 산책을 마친채 집무실에 간다. 시녀들은 볼 일을 하러 가고, 곁에 랑드레 자작과 기사 두 명만이 따라온채 집무실에 오지만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세 사람 역시 나가면서 홀로 남게 된다. 책 한 권을 펼쳐 꺼낸 후 책에 얼굴을 땠다가 덮는다.

그러던 중 창문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놀라서 창문을 쳐다본다. 변신한 하인리를 보자마자 당황해 자신을 보고 있었다고 생각해 얼른 문으로 도망가려한다. 하인리는 창문을 열어달라는 듯 부리로 계속 쪼아대고, 지금 문 열어주면 사람으로 변해서 놀려댈거라고 거부해 고개를 젓는다. 자신의 반응에 하인리가 불쌍한 척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몸을 낮추곤 날개를 파닥거리자 재차 고개를 젓는다. 하인리는 날개로 이마를 짚더니 쓰러지는 시늉을 하고,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준다.

하인리는 냉큼 안으로 들어와 기쁘게 한 바퀴를 돌고, 일부로 무뚝뚝하게 무슨 일로 그 모습을 하고 온 거냐며, 하인리는 일을 해야하는데이렇게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핀잔을 준다. 웃는 시늉을 하던 하인리는 부리로 커튼을 친 다음 변신을 풀어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왔다며, 상담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의아해해 어떤거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일단 보여주겠다며,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따라올 수 있겠냐고 말한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인리는 변신해 부리로 창문을 열고서 이쪽으로 오라는 듯 창문 앞에서 날개를 파닥거리고, 무슨 일이냐며 의아해했으나, 밖으로 나가 건물을 빙 둘러 하인리를 찾아간다.

하인리는 따라오란 신호를 하고 날아가고, 그를 따라간다. 하인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나, 평소엔 벽과 지붕을 갖춘 건물은 단 하나도 없음을 목격한다. 넓은 기둥들이 불규칙적으로 세워져 있는것에 왜 왔냐며, 속이 트이긴 하지만 굳이 봐야할 게 있냐고 의아해해 두리번거린다. 하인리가 기둥들 중 한 곳으로 올라가 날개로 가리키자 뭔가 싶어서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제야 둥지를 목격한다. 하인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둥지에 앉아 웃는 것처럼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이를 보고 황당해한다. 자신이 있는 곳에선 둥지가 잘 보이지도 않고, 둥지 바깥쪽과 기둥 테두리에 보석이 많이 박혀있는 것만 보이기에 설마 둥지를 자랑하려고 부른거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기둥에서 뛰어내려 수풀 속으로 들어가 변신을 풀고서 하얀 셔츠와 까만 바지를 입고 나와 아기에게 줄 둥지라고 알려주며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 하인리의 표정이 정말로 자랑스러워보여서 차마 미쳤냐고 물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 너무 높지 않냐고 묻는다. 빈말이라도 마음에 든다고는 할 수 없다고 여겨 애써 '마음에 안 든다'고 돌려 말하면서도 속으로 사실은 아주 많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기를 저기서 재우라는거냐고 불편해한다.

하인리는 새대가리 일족의 아기들은 높은 곳을 좋아하며, 더 용감한 아기는 일부로 높은 곳에 둥지를 만들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고 알려준다.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걱정했으나, 하인리는 날아오를거라고 대답한다. 저기서 떨어지면 죽는다며, 새라도 아기 때에는 못 난다고 반박해보려 했으나, 하인리는 새대가리 일족은 일반 새보다 빨리 날며 말보다 나는걸 먼저 한다고 알려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속으로 자신의 키보다 높은 기둥에 둥지를 만들어놓고서 걱정하지 말라니 이걸 말이라고 하냐고 어이없어한다. 이내, 여기서 화를 내면 자신이 너무 새대가리 종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런 높은데서 우리 아기를 재우자는 것도 싫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찰나, 하인리는 뿌듯한 표정을 지우고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상의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둥지도 진지하게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받아친다. 더 원하는 장식이 있냐고 묻는 하인리에게 장식이 아니라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 '너무 높다'고 기겁해한다. 덕분에 소비에슈에게 잔인한 말을 했단 죄책감은 사그라들었지만, 둥지가 너무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숨을 쉬고서 바위 위에 걸터앉아 하인리에게 상의할 건 뭐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한 문제라고 털어놓는다. 상의할 일도 둥지와 비슷한 수준의 문제라고 생각하던 찰나 들은 답인지라 놀라서 하인리를 쳐다본다. 하인리는 본인이 마력 감소 현상을 주도한 걸 들킨 후로 되도록 이 문제는 피해왔고, 잘못을 고백해도 그걸로 끝이였으며, 자신 역시 이후론 캐묻지 않았는데 하인리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해주는건 처음이였기에 긴장하다 어떤 일이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마력 감소 현상 자체를 만들어낸 건 아니고, 좀 더 높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좀' 높인 게 아니지 않냐고 생각하면서도 수긍해 일단 사소한 변명은 넘어가주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중요한 건 좀 높였는지, 확 높였는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마법 감소 현상을 일으키려면 마법석이 필요했기에 전쟁을 그만두었을 때 새대가리 일족과 지하 기사단의 도움을 받아서 찾기 쉬운 위치에 있는 마력석을 전부 다 회수했으나 모든 마력석을 회수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애초에 몇 년에 걸쳐서 숨겨둔 마력석을 며칠 만에 회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도 숨겨진 마력석이 남아 있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소비에슈가 마력 목걸이 사건 이후 마법 감소 현상이 마력석과 관련이 있다는 걸 짐작해, 동대제국 마법사들과 아카데미 마법사들에게 마법석 사용을 일시적으로 금지시켰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괜찮은거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일단 의심을 했으니 그쪽을 계속 파볼 것이고, 마법 아카데미 학자들도 다 매달릴 것이라고 말한다. 안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손으로 깍지를 끼고 만다. 하인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서 깍지낀 자신의 손에 깍지를 끼우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한다. 혹시라도 들키게 될 것을 걱정한다. 하인리는 그래서 말하려했다며, 들키기 전에 아직 회수하지 못한 마력석을 좀 더 회수하려한다고 털어놓고서 하인리가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린다.

하인리는 며칠동안 자리를 비워야할지도 모른다고 알려준다. 하인리를 며칠씩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해해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하인리는 괜찮다고 대답하고서 한 손을 내밀어 자신의 손을 꽉 잡아주고서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면 안 된다며 미안해하고, 이에 고개를 젓는다. 하인리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미안해할 일이라고 생각해 눈을 맞추는 대신 신발을 바라본다. 하인리가 자신을 위해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마력석을 회수할 필요도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소비에슈가 서대제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이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집무실에 돌아와 책상에 앉고 나서야 하인리가 한 말의 여파를 알아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미안한 마음에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으나, 하인리가 부재하는 동안에는 하인리의 업무를 자신과 재상이 나누어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황후의 업무는 동대제국에 있을 적부터 해왔고, 서대제국에 온 후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지만, 황제의 업무는 해본 적이 없기에 당황해한다. 소비에슈의 상황을 떠올리면서도,[12] 하인리와는 경우가 다르기에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짐작하기 어렵고, 하인리의 말로 보아 회수하지 못한 마력석이 몇 개인지는 모르나 한 두 번 자리를 비우리란 뉘앙스는 아니었기에 고민한다.

그때 부관이 소비에슈가 금박이 입힌 상자를 자신에게 전하라고 했다는 말을 듣는다. 부관이 상자를 책상에 내려놓고 나가자마자 상자를 열어본다. 안에 있는 세 개의 복숭아와 편지를 보고서 편지를 집어든다. '팔고 있더라고. 네 생각이 나서 샀어.'라는 짧은 문장이 적힌 편지의 내용에 기가 막혀하며, 상자를 닫고서 이마를 짚는다. '미쳤다'는 말은 들었지만 여기서 더 미친거냐고 기가 막혀하면서도 '새벽에 차갑게 쓴소리를 한 것이 신경 쓰였는데, 그토록 절절히 후회하는 척 하더니, 날이 밝자마자 복숭아을 보내냐? 지금 장난하나?'라며 어이없어한다. 아무 종이나 손에 잡히는대로 뜯은 후 종이에 '잘 알아듣게 말한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이러는거지? 약간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 돌아가야지. 정말로 뻔뻔하군요.'라고 휘갈겨 화를 표출한다. 부관에게 의례적으로 거절하는 말과 종이를 상자에 넣어 상자를 그대로 돌려보낸다.

상자를 돌려보낸 후 소비에슈의 행동이 뻔뻔하다고 생각해 어이없어한다. 기억을 잃으면 자존심도 잃는거냐고 생각하다가도, 자신이 아는 소비에슈를 떠올린다. 당사자에게 '내가 아는 소비에슈는 내가 모르는 소비에슈였다'고 말한 것을 상기하고 진짜 그 말을 실천하는거냐고 여긴다. 자신이 아는 소비에슈는 자존심이 강했지만, 황태자 시절이니 황제 시절일 때만큼 강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사과하는 척 남의 궁전을 뒤지고 다니다가 걸리면 민망해서라도 돌아갈 생각을 할 정도로 강했는데, 복숭아를 보낸 것에 대해 전 날 일로 사과하는 편지를 보내도 모자랄판에 복숭아를 보내냐고 어이없어한다. 로즈는 자신을 걱정하고, 이에 대해소비에슈에 대한 분노감과 하인리에 대한 이상한 죄책감, 하인리가 부재할 동안 일을 처리할 걱정, 마력석 회수를 하기도 전에 마력 감소 건을 들킬 가능성 등 머리가 복잡해셔서 괜찮지 않다고 여긴다. 게다가 마법 훈련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기에 불안해한다.

카프멘이 찾아오자 응접실로 나간다. 하인리가 들어오자 돌시를 만나기 위해 카프멘과 함께 카페에 간 일과, 소비에슈를 보고서 놀라 카프멘을 두고서 먼저 갔음을 떠올린다. 일부로 친구를 만나러 같이 가준 일이라 걱정하다가도, 앉으라고 권한다. 카프멘이 잘 돌아갔냐고 묻자 같이 온 마차도 자신이 타고 가버렸다는 걸 상기해 전엔 고마웠다며, 먼저 가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다고 덤덤히 말한 카프멘은 의자에 앉자마자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올려두고 몇 마디 인사와 안부를 건네다가 마스타스가 테이블 위에 커피, 음료수, 과자를 세팅하고 가자마자 이야기를 뚝 끊어버리고, 당황해해 속으로 안부 물으러 온 게 아니냐고 당황해한다. 닫힌 문을 쳐다보다가 화제를 바꾸는 걸 보면 아니라고 여긴다.

카프멘은 자리를 비운 사이 돌시와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묻는다. 카프멘에게 '어차피 알지 않냐'고 대답하고서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은 삼킨다. 카프멘은 속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유용하게 사용하면서도 숨기고 싶어하며, 돌시에 대해 겉으론 언행일치가 완벽하다더니, 의외로 생각을 잘 숨기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지만, 카프멘은 돌시의 속마음은 본인도 읽을 수 없다고 알려준다. 그 말에 마음을 숨기는 타입을 넘어섰다며 놀라하다가 카프멘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대공은 모든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냐.'라고 말한다. 예외가 있었다는 것에 당황해하던 중, 카프멘은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카프멘으로부터 어떤 종이를 받아 그림을 보고는, 그림을 유달리 못 그리는 세 살 배기가 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이라고 여겨 당황해하다가 조카가 있냐고 묻는다. 카프멘은 돌시가 그린 것이며, 돌시도 자기가 그림을 못 그리는 걸 안다고 말한다. 수긍하면서도, 돌시 스스로 인정할만큼 못 그린 그림을 카프멘이 왜 자신에게 주는지 이상하다고 여긴다. 카프멘은 돌시가 '이름 웃긴 아가씨'에게 전해달라고 했다고 알려주고, 대답하지 않는다. 카프멘은 '그 이름이 그렇게 놀림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고 사과하고, 거짓말이라며 그렇다면 굳이 이름을 '나비'라고 할 이유가 있냐고 생각하며, 상대가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속으로 불평할때만 좀 편하다고 여긴다. 카프멘은 씁쓸하게 웃고서 커피잔을 꽉 쥐고, 작명센스가 없는 걸 두고서 불평한 게 좀 미안해진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내가 작명센스가 그렇게도 없어 보일 정도냐'고 질문한다. 아니라고 대답하려해도 이미 생각을 들었을거라 여기고 음료수를 마신다.

말을 돌려 카프멘에게 왜 돌시가 이 그림을 자신에게 전하라고 했냐고 묻는다. 돌시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떠올려 그전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는데다, 헤어지기 전에도 도와주냐는 말을 했지만 왜 그림을 보낸건지 의아해한다. 카프멘은 본인도 모르겠다는 대답과 함께 돌시가 '이대로만 해주면' 도와주겠다고 했음을 전해준다. '이대로만 해주면' 마법 훈련을 도와주겠냐는 뜻이냐고 묻는다. 그런 것 같았다는 대답에 카프멘이 상대의 속마음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 어색한지 애매하게 대답했다고 여기고 고개를 끄덕인다.

돌시의 그림을 살펴보지만 아무리 자세히 봐도 그냥 못 그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 뿐 그림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한다. 그림이 뭔지 알 수 있어야 이대로 해주든지 말든지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재차 돌시의 그림을 살펴보지만 줄이 박박 쳐져있고, 사이에 공간이 좀 크게 있고, 공간 사이에 과도하게 반짝임 효과가 그려져있는 그림을 보고서 황당해한다. 카프멘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뭔지 모르겠다며, 돌시가 뭐라고 말은 안 했냐고 물어본다. 카프멘은 물어보긴 했지만, 돌시 말론 '보여주면 알 것'이라고 했다고 말한다. 일단 알겠다고 대답하고서 카프멘과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다 헤어진다.

카프멘이 가고 난 후 시녀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그림에 대한 조언을 구하지만 시녀들 역시 '그냥 장난질 한 게 아니냐', '선 긋기 하다가 장난친 것 같다'고 평가할 뿐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스타스 역시 '바다 아니냐', '파도가 빛을 받으면 반짝거리지 않냐'고 해석할 뿐 그림이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인리에게 추상적인 그림을 보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했던 일을 떠올려, 하인리도 자신이 보낸 그림에 대해 좀 막막해졌을거라고 생각하며 미안해한다. 물론 자신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림을 잘 그려도 막막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다가도, 생각을 바꾼다. 보통은 글로 요구사항을 전달하지만 자신의 경우엔 평소와는 다르게 위안을 주기 위해 굳이 그림을 그렸고, 돌시는 웬만하면 그냥 글로 요구사항을 말하거나 카프멘을 통해 말을 전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림을 보냈으며, 그것도 자기가 그림을 못 그린단 걸 알면서도 보냈으니 여기에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도중 랑드레 자작이 찾아오고, 시녀들은 랑드레 자작에게도 돌시의 그림을 보여주며 이게 무슨 그림 같냐고 질문한다. 랑드레 자작 역시 돌시의 그림을 살펴보지만, '벽 같다'고 해석한다.

랑드레 자작에게서 르베티를 찾았다는 보고를 듣는다. 르베티를 찾았다는 사실에, 로라는 랑드레 자작에게 다가와 어디 있었는지, 건강한지 다치진 않았는지 등 르베티에 대해 마구잡이로 질문한다. 로라의 태도에 난처해한 랑드레 자작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르베티의 현재 거처에 대해 알려준다.[13] 로라는 랑드레 자작에게 다친 데는 없었냐고 묻는다. 랑드레 자작은 '그런 보고는 없었다'고 대답한다. 랑드레 자작이 직접 찾은 게 아니라, 그의 부하들 중 누군가가 찾아냈을거라고 짐작해 랑드레 자작에게 르베티를 데려와달라고 부탁한다. 르베티가 영지를 경영할 수 있을지를[14] 걱정하다가 랑드레 자작에게 한 번 물어봐달라고 부탁한다.

랑드레 자작이 승낙하고 나간 후 로라는 르베티가 자존심이 상해서 안 오려 할지도 모른다며 그녀가 오려할지를 걱정한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르베티가 아버지와 오빠가 라스타와 한패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을거라고 대답하고, 로라는 그건 르베티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로라와 주베르 백작부인의 대화를 들으며 뒷짐을 지고 방 안을 서성이다가 복도로 나간다. 마스타스가 르베티가 어떤 아이인지 대해 질문하자 자신이 아는대로 대답해준다. 대답해주다가 긴장감이 들어서 배에 손을 올리고서 멈춰선다. 이를 지켜본 마스타스가 괜찮냐고 묻자 괜찮다고 대답하고서 손을 내린다. 르베티가 영지 경영을 배워야하는 것처럼 자신 역시 하인리의 대행 역할을 해야하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하며 복도를 걸어간다.

멍하니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찰나 연못가에서 소비에슈가 위태롭게 서있는 걸 목격한다. 뛰어내리려한다고 생각하자마자 랑드레 자작에게는 소비에슈를 붙잡아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은 연못가를 얼리기 위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얼음 조각만 생성되어 연못에 떨어진다.

그 사이에 랑드레 자작이 소비에슈를 붙잡고, 얼떨결에 허리를 붙잡인 소비에슈는 기가 막혀하다가 곧 화가 난 얼굴로 뭐하는거냐고 묻는다. 소비에슈에게 다가가 자신이 잡으라고 명령했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소비에슈는 얼굴이 환해져 그런거라면 상관없다는듯 웃고서 친근한 척 부르고, 예의를 갖춰주었으면 한다고 딱 잘라 대답하고서 몸을 돌린다. 19살의 소비에슈는 현재의 소비에슈보다 생존욕구가 강할텐데 왜 자신은 소비에슈가 연못에 뛰어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어이없어하면서도 불안해한다. 이내, 그 불안이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고 생각한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뒤따라오자 고개를 돌리지 않은채 계속 걸어가고, 랑드레 자작만이 자신을 따라오자 정원 벤치에 앉는다.

며칠이 지나는 동안 르베티가 오기를, 소비에슈가 동대제국으로 돌아기기를, 하인리가 자리를 비우기를,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이젠 또렷하게 볼록해진 배를 어색하게 쓸어보다가 쿠션을 대고서 편안하게 소파에 기댄다.

커피 테이블 위에 있는 돌시의 그림을 집어 그림을 살펴보지만 여전히 해석하지 못해 본인에게 물어보거나, 어린애들을 불러 해석을 하게 하려한다. 굳이 그림으로 표현했어야 했냐는 생각을 해보다가 도로 그림을 내려놓는다. 집무실로 돌아가 몇 가지 안건을 확인한 후 정원으로 나간다.

산책을 하면서 돌시의 그림에 대해 해석하고 집무실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던 순간, 갑자기 잔디가 얼어버리는걸 목격한다. 발로 잔디를 건드리자마자 잔디가 부서지고, 이를 본 랑드레 자작이 놀라서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위험하다고 만류한다. 전의 암습 사건을 떠올려 랑드레 자작이 시키는대로 몸을 뒤로 뺀다. 하필 누군가와 머리를 부딪히면서 균형을 잃어 휘청일 뻔했으나, 누군가가 팔로 자신을 붙잡아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서 몸을 돌리자마자 자신을 붙잡아준 사람이 돌시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귀족인지도 모르는 카프멘의 친구가 자신의 앞에 있는 것에 놀란다. 랑드레 자작은 칼을 뽑자마자, 돌시가 손을 뻗어 랑드레 자작의 어딘가를 얼리면서 랑드레 자작을 잠들게 만든다.

돌시의 놀라운 얼음 마법 솜씨에 당황해한다. 돌시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내가 보낸 그거 봤냐'고 그림에 대해 묻는다. 뒷걸음친 발을 앞으로 내밀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돌시는 벽에 한 팔을 짚고서 웃으면서 어땠냐며 가능할 것 같냐고 질문한다. 이에 대답하지 않은채 궁전 안에 숨어 들어올 정도면 돌시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대답을 하지 않자, 돌시는 안 될 것 같냐며 어느 부분이 별로냐'고 묻자마자 벽에서 팔을 뗀다.

마침 산책하다가 보려고 돌시의 그림을 가지고 왔기에 꺼내는 척하면서 혹시 기절한 랑드레 자작외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훑어본다. 아무도 없자 돌시의 그림을 펼쳐, 돌시에게 내밀고는 뭘 그린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돌시는 깜짝 놀란 척하며 '이렇게 직관적으로 그렸는데 이해가 안 가냐'고 되묻는다. 돌시는 시녀들이 벽이라고 추측한 부분을 가리키며 "댐"이라고 대답하고서 손가락을 움직여서 과도하게 반짝임 처리가 된 부분을 가리키며 "보석. 아주 많이."라고 중얼거린다. 이어서, 즐겁다는듯 웃으면서 다시 한 번 벽 부분을 가리키며 "댐. 보석 많이."라고 중얼거리고 어렴풋이 돌시의 정체를 눈치챈다. 물론 아닐수도 있지만, 이대로 따라주어서 손해볼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여기고 방으로 돌아가 화가와 건축가를 불러 그림 속 댐을 좀 더 튼튼하고 화려하게 설계한다. 사실 돌시가 누구인지는 상관없으며, 중요한 건 자신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있는지 도움이 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설계도가 마음에 든다면 돌시는 마법을 익히는 걸 도와줄 수 있을거라고 판단해 새로 만든 보석댐 설계도를 응접실 창틀에 끼워둔채 잠든다.

다음 날 응접실 창틀에 끼워둔 보석댐 설계도가 사라진걸 목격한다. 바로 돌시가 가져간 것임을 눈치채 이걸로 된 거냐고 생각한다. 이를 본 시녀들이 자신이 응접실 창틀에 끼워둔 것이 사라졌음을 알아채고 걱정스럽게 한 마디씩 묻자, 웃으면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 대답한다. 랑드레 자작이 굳은 얼굴로 허리춤을 바라보는 걸 보며 전 날 자신을 지키려다가 돌시에게 제압당한 것이 충격이였을거라며,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랑드레 자작에게 괜찮냐고 물었으나, 랑드레 자작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전혀 안 괜찮아보인다고 여긴다. 로라는 니안과 싸운거냐고 묻는다. 그건 아닐거라고 대답했으나, 로라는 그래도 혹시 모르고, 요즘 니안도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니안이 안 오는건 어쩔수 없다고 대답하면서도 '소비에슈가 여기 와 있다'는 뒷말은 삼킨다

업무를 하던 중 비가 쏟아지듯 내리는 것을 구경하다가 의자에 달린 쿠션을 바꿔 끼운 후 만년필 촉을 갈고, 자꾸만 흔들리는 촛대를 고정하기 위해 흐르는 촛농을 닦아낸다.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한 뒤 이른 아침에도 하늘이 새까맣다고 여긴다. 천둥 소리 때문에 결국 집중도 되지 않아 만년필 끝을 몇 번 부러뜨리고 만다. 펜을 내려놓고서 자리에 일어나 창가로 간다. 번개와 천둥이 들리는 와중에도 태동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신기해해 뱃속 아기에게 말을 건다. 만족스럽게 배를 쓰다주다가 다시 몸을 돌려 의자에 앉는다. 집중이 되지 않더라도 알현 문제까지만 살펴볼 생각을 하고 다시 업무를 본다.

그렇게 서류를 보고 있던 와중 부관이 다급히 들어온다. 시간을 확인해 아직 이른 시간이라 관리들이 입궁할 시간이 아니고, 자신은 근처에서 사니, 이 시간에 나와있는거라고 생각한다. 부관이 초조해하는 걸 보고 왜 그러냐고 묻는다. 머릿속에 부관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할 일이 떠올라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부관은 릴테앙 대공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보다한다. 릴테앙 대공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번개가 친 바람에 이를 본 부관이 두려워하며 벌벌 떨자 부관에게 일어나라고 말한다. 부관의 머리카락이 축축한 것에 손수건을 준다. 부관이 여전히 덜덜 떨어하며 손을 내밀자 앉아보라고 말한다. 옷이 젖었다고 말하는 부관에게 괜찮다고 대답하고서 의자를 가리킨다. 부관에게 하인리에게는 보고를 하러 갔냐고 묻는다. 다른 사람이 보고하러 갔다는 말에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서도, 자신이 알기론 릴테앙 대공은 하인리의 생일 연회 때의 사건으로 붉은 탑[15]에 갇혔고, 붉은 탑은 귀족이나 왕족 죄수들을 가두어두는만큼 경비가 매우 삼엄한 곳이라 들었는데, 자국도 아닌 외국에서 릴테앙 대공이 탈옥했다며 의문을 품는다. 그러던 와중 다시 천둥이 치고, 확실히 탈옥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고 여긴다. 탈출 경위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냐고 질문한다. 아직 거기까지 모른다고 대답하던 부관은 여전히 과도하게 쩔쩔매고, 의구심을 풀기 위해 대놓고 혹시 더 보고하지 못한 게 있냐고 묻는다. 부관에게 '오늘은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며 알현을 미루겠다고 전한다. 부관이 수긍하고서[16] 나가자 부부침실로 들어간다.

침대에서 자고 있는 하인리를 바라보다가 뺨을 쓸어보곤, 귓가에 속삭인다. 하인리는 깨어나자마자 자신을 부르곤 손을 뻗어 자신의 목 뒤를 잡아끌어 당기고서 자신의 쇄골, 목, 턱에 입을 맞추고서 시계를 보곤 시간을 확인해 왜 벌써 일어났냐며 아직 이른 시간이라고 말한다. 하인리는 아침에 열리는 회의가 없기에 푹 자둘 것이라고 예고한 걸 상기하고 이른 아침부터 깨우니 일어나기 싫은 듯 하다고 여긴다. 하인리에게 부관이나 맥켄나가 무슨 말을 전하진 않았냐고 묻지만 하인리는 무슨 말이냐고 말한다. 급한 말 같다고 대답했으나, 하인리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며 아마 맥켄나 선에서 급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끊었을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한다.

자신의 부관은 릴테앙 대공이 탈옥하자 사색이 돼서 달려왔는데, 하인리의 부관과 맥켄나는 자기들 선에서 이 일을 끊어버렸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는다. 심지어 부관은 자신이 왜 이렇게 두려워하냐는 질문을 했을 때 쩔쩔매며 대답하지 못했고, 자기가 이 대답을 할 수 없는 입장이란걸 헤아려달라고 애원했기에 하인리를 찾아온 것이엿니 더욱 의구심을 품는다. 결국 이불을 확 걷어가며 하인리에게 일어나라고 말한다. 하인리는 자신의 다리에 달라붙고, 이에 인상을 찡그린다. 하인리는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하인리에게 릴테앙 대공이 탈옥했다고 털어놓는다. 이를 의아해하던 하인리는 몸을 일으키고선 웃으면서, 다시 자신의 다리에 머리를 얹고서 어차피 소비에슈의 인가를 얻어서 벌을 내린건데 상관없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고는, 머리카락을 문지르다가 다른 손으로 하인리의 뺨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부관은 왜 이렇게 사색이 되었냐며, 왜 그런거 같냐고 추궁한다.

하인리에게 릴테앙 대공의 탈옥 건을 털어놓은 후 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하인리는 소비에슈와 대화를 해보려할거라고 판단한다. 하인리가 잔혹한 처벌을 주었긴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건 릴테앙 대공이였고, 그에 대해 피해를 본 건 무력한 어린아이였으니, 소비에슈 측에서도 문제를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한다면, 릴테앙 대공의 탈출은 쉬쉬하며 지나갈 수도 있고, 릴테앙 대공을 다시 찾아서 가두어두거나, 소비에슈가 데려갈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이내, 문제를 지금 소비에슈가 자기가 릴테앙 대공 건에 관해 지시한걸 기억하고 있는 것에 관한거라고 생각한다. 카를 후작이 말해줄테니 괜찮을거라고 여기며, 이 일은 자신의 관할이 아니니 릴테앙 대공의 탈옥 사건에 관한 생각을 멈춘다.

억지로 시선을 무릎 위에 펼쳐놓은 동화책으로 돌린다. 입에 돌을 넣었다거나 하는 이미지는 태교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하인리가 한 고백을 맑고 깨끗한 내용을 읽으면서 정화해버릴 생각을 가지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서 웃음을 터트린다. 천둥소리가 듣기 싫다며 귀를 막고 몸을 비틀던 로라는 자신이 웃음을 터트린 것에 왜 그러냐며, 뭐 재밌는 게 있냐고 묻는다.

코샤르는 어릴 때 천둥을 무서워한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로라가 의아해하자 지금도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며, 그걸 알아볼만큼 곁에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라는 의외라고 대답하지만, 마스타스는 그럴 줄 알았다고 대답하는 등 서로 동시에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서로가 한 대답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쳐다보며 학을 뗀다. 로라의 의견에 동조해 로라를 쳐다본다. 하지만, 마스타스는 억울하다는 듯 코샤르는 딱 봐도 마음이 약해보이지 않냐며 연약하니 천둥소리를 무서워해도 어울리지 않냐고 변명한다. 그 말에 마스타스가 말한 사람이 코샤르가 맞냐고 의문을 품고, 로라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듯 혹시 오빠가 한 명 더 있었냐고 묻는다. 자신에게 다른 오빠는 없다고 알려준다. 이에 울상을 짓던 마스타스는 천둥이 유난히 크게 치자마자 비명을 지르는 로라를 겁이 많다고 놀리며, 시녀들의 수다가 계속된다.

그러던 와중 응접실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하던 이야기를 멈춘채 로라가 문가로 다가가 문을 연다. 랑드레 자작이 어깨만 젖어있는 걸 목격해 이를 의아해하다가 어디에 다녀왔냐고 묻는다. 잠시 다른 볼일이 있어서였다고 대답하던 랑드레 자작은 모자를 무릎 위에 두고, 옆에 편하게 둬도 괜찮다고 말한다. 랑드레 자작이 내일까지 자리를 좀 비워야 될 듯 하다고 알려주면서도 부기사단장이 계속 옆에서 있을테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다. 비가 많이 와서 어차피 멀리 나가지도 못하니 걱정 말라고 말한다.

랑드레 자작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마자 로라는 창가로 가 날씨를 보곤 혀를 차며 이 날씨에 어딜 나가는거냐고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자신의 개인 기사단 역할을 해주고는 있지만 사실은 월대륙 연합 소속이니, 다른 일도 많을거라고 대답해준다. 그제서야 로라는 랑드레 자작이 월대뤄 연합 소속임을 떠올리고 주베르 백작부인은 지금처럼 계속 옆에 붙어 있어주는 게 대단한거라며 랑드레 자작의 편을 들면서도 소파에 남아있는 물기 자국을 힐끗거리다가 하녀를 불러 물기를 없애라고 지시한다. 창틀에 담요에 쿠션을 가져다두고 창가를 바라보다가 그냥 외출한 것이니 상관은 없다고 여긴다.

릴테앙 대공이 그냥 평범하게 감금만 되어 있었더라면 소비에슈의 승인 하에 벌을 내린 것이니 문제는 없지만, 곱게 갇혀있지 않단 게 알려지면 소비에슈가 트집을 잡을 것이라고 판단한다.[17] 자신이라면 상대국가가 적일 경우 트집을 잡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은 적대 국가라 하기엔 좀 미묘하다고 여기지만 이내 적대 국가가 아니더라도 자존심 문제로 시비를 건 다음 이득을 취할수도 있다고 여겨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창문에 이마를 가볍게 몇 번 부딪혀보지만 소비에슈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보니 어떻게 나올지 짐작도 어렵다고 여기고, 하인리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작정인지를 궁금해한다.

추밀원에서 릴테앙 대공의 탈옥 사건에 관해 처리한 문서를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집무실에서 서류를 찬찬히 훑어보고 있던 중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인리임을 눈치채 대답하는 대신 책상에 팔을 괴고 문을 쳐다보고 있다가 노크 소리가 들리자 문 앞으로 가 기다린다. 다시 노크 소리가 들리자 바로 문을 연다. 하인리는 자신을 보고 손을 올린채 깜짝 놀라하다가 이내 환하게 웃고서 '꼭 마법처럼 나타났다'고 말하고 대답하는 대신 돌아선다.

하인리는 얼른 자신에게 다가와 상자를 내밀어 전에 먹고 싶다 한 완두콩 포타주라고 말한다. 상자를 열어 완두콩 포타주임을 확인인다. 본인이 만든거라고 자랑하며 귀엽게 눈웃음을 치는 하인리를 보고, 사랑스럽지만 누가 봐도 먹을걸로 화를 풀게 만드려는 티가 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넘어가주고 싶기도 하지만, 듣기 싫어도 좀 쓴소리를 해야한다는 상반된 감정에 한숨을 쉬다가, 후자를 택해 완두콩 포타주를 책상에 두고 하인리의 손을 잡는다. 하인리는 식기 전에 먹어보라고 권한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도 좋지만, 앞뒤가 다르게 행동하다가 걸린게 한 두번이 아니었기에 한 번은 진지하게 이야기해봐야할 것 같다고 판단한다.

결국 하인리에게 "계획과 생각을 하고서 한 행동이겠지만, 사람을 벌할 때 너무 잔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충고한다. 자신의 말에 하인리가 바로 표정이 굳어진채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자 '감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벌이였고, 굳이 더 잔인하게 행동할 필요 없었다'고 재차 충고한다. 이에 하인리가 억울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자 자신도 릴테앙 대공을 싫어하며, 처음엔 뇌물을 주며 친해지려 했고, 그게 안 되자 라스타에게 붙었고, 이후로는 자신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고 말한다. 너무 가르치는 것처럼 보일거라고 여겨 하인리가 기분이 상할까봐 표정을 살펴보다가 얼굴을 쓸어주면서도 "정당한 복수를 하더라도 그 방식이 잔인하다면, 사람들은 복수가 아니라 방법에만 집중할 것"[18]이라고 지적한다.

이중적으로 굴려면 정말 그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지만, 하인리는 내숭을 부리면서도 몇 번이나, 자신에게 진짜 모습을 들켰고, 희미하게 실루엣만 보였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만 긴장을 풀고 있다하더라도, 이미 하인리는 자신을 위해 즈멘시아 공작가를 공개적으로 잔인하게 처벌한 전적이 있기에 우려한다. "엄격한 처벌과 잔인한 처벌은 다르다"고 재차 지적하면서도 하인리는 서대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황제이고, 후대에라도 단순히 잔인한 행적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잠시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는 걸어가다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건지 알겠다. 나도 되도록 나비에의 말은 다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소비에슈 황제는 가만히 앉아 자기 할 일만 하고, 모든 걸 법대로 처리해도 위엄이 따라온다. 그런데 난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난 귀족들이 나를 만만히 볼 수 없도록 만들어야하지만, 쥐도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문다. 난 귀족들이 궁지에 몰릴 정도로는 그들을 몰아붙일 수 없다. 나는 무섭지 않은 황제인 동시에 무서운 황제여야하고, 귀족들의 경계심을 사진 않지만, 그들이 눈치를 보고 신경써야하는 황제여야 한다."라고 변명하고는 자신의 양 볼에 입맞춤을 하고 나간다.

다시 추밀원에서 올라온 서류를 읽는다. 하인리가 하고 간 말에 대해 신경을 쓰다가 입맛이 없어 포타주를 먹기 싫어한다. 이내, 하인리가 주고 간 음식을 안 먹자니 그것도 싫다고 여기고 다시 상자를 꺼내 포타주를 먹는다.

그때 부관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은색 상자를 든채 찾아와 소비에슈가 자신에게 전하라고 했다고 보고한다. 치밀어오르는 화를 느끼고 방에 없다고 전하라고 딱 잘라 거절한다.

부관이 나가자마자 그나마 억지로 먹던 걸 중단하고 더 먹었다간 체할 것 같아 스푼을 내려놓는다. '하인리도 중요하지만 배 속에서 구역질하고 있을 우리 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책상 위의 그릇을 모두 치우게 한 뒤 차를 마시려한다.

그러나 부관이 다시 들어와 정말 난처한 표정으로 편지를 내밀어 소비에슈가 보냈다고 보고한다. 돌려보내라고 재차 딱 잘라 거부한다. 서류 위에 덮어둔 책을 보지만 눈가를 가리고서 속으로 어이없어한다.

이윽고 부관이 또 들어와 편지지를 내민다. 재차 돌려보내라고 말하려던 찰나, 겉봉에 동대제국 황제의 사인이 돼 있는 걸 보고 바로 공식 서신처럼 포장해 돌려보내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임을 눈치챈다.

결국 치밀어오르는 화에 편지를 받아들고서 부관을 내보낸다. 거칠게 편지 봉투를 뜯고서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길래 나한테 편지를 보내나 한 번 보자'고 생각하던 찰나 '이것도 돌려보낼수 있겠어?'라는 딱 한 줄의 문장에 매우 어이없어한다.

열받아서 편지를 든채 문을 열고 집무실에서 나오지만, 나오자마자 소비에슈는 꽃다발을 내밀며 선물이라고 말한다. '내 꽃다발은 남편이 챙겨주니, 옆 나라 황제가 주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치면서도 속으로 '꽃다발으로 소비에슈를 내려치면 문제가 커지겠냐? 언제 보름이 채워지는거냐? 원래 보름이 이렇게 길었냐?'라고 매우 어이없어한다.

그때 랑드레 자작이 보낸 심부름꾼이 자신을 찾아온다. 심부름꾼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소비에슈와 더 대화하기 싫었던 참이여서,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심부름꾼은 랑드레 자작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전하라고 했다고 보고하면서도 소비에슈의 눈치를 살핀다. 꽃다발을 소비에슈에게 도로 안기고서 심부름꾼을 집무실에 들이자마자 문을 잠그고 말하라고 지시한다. 심부름꾼으로부터 랑드레 자작이 '빠르면 곧, 늦으면 내일 누가 찾아올건데 어떤 부탁을 하든 되도록 거절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라 했다는 부탁을 보고받는다.

릴테앙 대공의 탈옥 사건 이후 릴테앙 대공의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인해 평소 자신만만해하던 하인리가 신중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채 걸어가자, 보다못해 하인리의 어깨를 문질러준다. 하인리는 그제서야 자신을 바라보면서 웃고, 이에 괜찮냐고 묻는다. 물론이라며, 곧 잡을 수 있을거라는 대답에 그 대답은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한다. 하인리가 자신의 이마에 이마를 문질러대며 귀엽다고 말하자 이 와중에 이러냐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이 어긋나는 게 귀엽다'는 대답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로가 됐다면 다행이라고 판단한다.

그때 맥켄나가 먼 발치에서 하인리를 부르는 바람에 산책이 중단된다. 하인리는 즐거웠다고 말하고서 입을 맞추고 자리를 뜨고, 하인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을 돌린다. 릴테앙 대공이 곧 발견되어서 하인리가 안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돌아서지만 소비에슈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목격한다. 그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에 간단히 인사를 하고서 돌아서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을 따라온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 걸어가려했으나, 소비에슈는 같이 돌아서 나란히 걸어가고, 박자까지 맞춰서서 같이 돌아서기까지 한다. 소비에슈의 행동에 정강이를 찍을뻔한 충동을 느끼고 속으로 갑자기 나타서 뭐하자는거냐고 어이없어한다. 소비에슈가 " 넌 속았다"는 말을 내뱉자황당해해 소비에슈의 말을 그대로 받아치고서 돌아서서 걷는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옆에 붙어서 나란히 걷고, 발걸음을 빨리해도 속도를 맞춰서 걷다가 '하인리 황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냐'는 말을 내뱉는다. '소비에슈보다 내가 더 하인리에 대해 잘 안다'고 응수했으나, 소비에슈는 아직 모른다고 억지를 부린다. 헛소리라고 딱 잘라 말했으나, 소비에슈는 " 하인리의 실체를 알게 되면 정 떨어질 것"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어이없어해 헛소리 그만하고 가라며 딱 잘라 말하다가 소비에슈를 쏘아본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눈이 정말 예뻐. 원래부터 예뻤는데 더 예뻐졌어.'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심지어 " 생각해봐. 너와 평생을 사랑하고 지낸 나도 잘못을 했어. 그런데 그 자는 너와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혼했지. 그게 무슨 뜻 같아? 그 자는 네 껍데기에 반한거야. 넌 그런 사랑,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랑이 영원할거라고 생각해?"라는 역대급 망언을 지껄이기까지 한다!!!

소비에슈의 적반하장을 넘어선 매우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속으로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냐?"고 기가 막혀해 홧김에 발을 소비에슈의 발치에 내리쳐 얼음 마법을 사용하지만, 소비에슈는 도리어 '능력이 널 닮았다'는 헛소리를 내뱉는다. 이에 " 설령 사랑이 식는다해도 너한테 갈 일은 없다"고 응수하지만, 소비에슈는 슬플거라며 억지를 부린다. 이에 '내 배 속에 누가 있는지 그것도 잊은 모양인데. 알려주겠냐?'고 재차 응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슈는 '널 닮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하며 계속 질척거린다.

결국 분노가 폭발해 " 하인리와 나의 사이가 나빠져도, 내가 소비에슈에게 갈 일은 없다"고 일갈한 후 돌아선 뒤, 알아들었으면 가라고 딱 잘라 말하고서 걸어간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여전히 따라붙어서 " 난 네 아이도 내 아이로 받아들일 수 있어. 아기도 날 받아들일 수 있고. 아직 누가 아빠인지, 애는 모르고 있잖아."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까지 내뱉는다.[19]

소비에슈의 도를 넘어선 망언에 더더욱 황당해해 쳐다보지만, 소비에슈는 당당하게 웃는다. 어이없어해 언성을 높이고 말을 낮춰서 '좀 포기하나 싶더니 또 왜 이러냐'고 따진다. 자신의 지적에도 소비에슈는 " 네 남편이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돼서 그래. 그리고 포기하다니? 포기했단 건 내가 아니야."라며 여전히 억지를 부린다. " 포기했던 사람도 너고, 하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든, 너보단 낫다"고 응수하지만 소비에슈는 " 정신차려. 나한테 화났다고 해서 내 말 흘려듣지 말고."라며 대놓고 자신의 탓을 한다.

소비에슈는 서대제국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한 험담을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이에 대해 의아해해 묻는다. 소비에슈가 말을 피하자, 계속 말해보라며 서대제국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한 험담에 대해 묻지만, 소비에슈는 재차 말을 피한다. 할 말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여기고 소비에슈를 째려보다가 헛소리하지 말고, 요양이 끝났으면 얼른 동대제국으로 돌아가서 항구 뺏기지 않을 궁리부터 하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순간 부관이 급히 달려와 초국적 기사단이 왔다고 보고한다. 부관에게 랑드레 자작 말이냐고 묻지만 이를 들은 소비에슈는 랑드레 자작이 초국적 기사단이냐고 묻는다. 입 좀 다물라는 신호를 보내고 부관을 쳐다본다. 부관은 랑드레 자작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보고한다.

손님을 맞이하는 작은 방에서 초국적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맞이한다. 자신을 보고서 눈웃음을 지은 남자는 말로만 들었던 랑드레 경의 주군이시냐고 말하고서 이름과 소속을 소개하며 인사한다. 에인젤을 보고 랑드레 자작이 말한 '부탁하러 올 사람'임을 깨닫는다. 대체 누가 찾아올거라고 그런 부탁을 했나 했는데 보자마자 깨달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서 평소같은 태도로 인사를 받아준다. 초국적 기사단이 워낙에 이미지가 좋지 않다 보니, 긴장감을 느낀다.[20] 부관 역시 에인젤을 보고서 덩달아 긴장하자, 부관에게 다과를 부탁한다. 부관이 밖으로 나가자 소파를 가리키며 에인젤에게 앉으라고 말한다.

에인젤이 소파에 앉자 맞은 편에 앉아서 에인젤을 관찰한다. 초국적 기사단의 악명과, 랑드레 자작의 경고를 떠올려 심부름꾼을 통해 경고했던 랑드레 자작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에 찜찜해한다. 관찰 도중 에인젤과 눈을 마주치게 되고, 자신이 관찰을 하고 있음을 간파한 에인젤으로부터 관찰을 잘 한다는 대답을 듣는다. 부관이 다과를 챙겨주고 가자마자 에인젤은 커피를 마시고, 그가 여전히 하얀 장갑을 끼고 있는 것에 여전히 의아해한다.

에인젤은 커피를 마시자마자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5기사단장의 주군'에게 부탁을 드리러 온 것뿐이라고 대답한다. 서대제국 황후가 아니라 '5기사단장의 주군'에게 온 거라는 것에 의아해한다. 에인젤에게 어떤 부탁이냐고 물으면서도 대답은 랑드레 자작이 정해주고 갔지만 일단 물어는 봐야한다며, 궁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인젤은 하러 왔단 부탁은 꺼내지 않다가 오는 길에 몹시 빼빼한 남자를 봤는데 입이 상처투성이여서 보는 사람이 무서웠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이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서 에인젤을 쳐다본다. 에인젤은 눈웃음을 짓고서 입을 꿰매었던 자국이 있다고 속삭이듯 말해 넌지시 릴테앙 대공임을 언급하고, 이를 알아챈다. 놀라서 에인젤을 쳐다보지만, 에인젤은 그제야 이번에 임무를 여러 개 맡아서 부족하다는 핑계를 댐과 동시에 릴테앙 대공을 언급하며 입술을 두드리곤 5기사단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꺼낸다.

에인젤은 조건을 내세웠고, 그 조건이 5기사단을 빌려주면 릴테앙 대공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는 것임을 간파해 유감이지만 그건 안 되겠다고 말해 거절하는 동시에 어차피 대답은 정해져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대답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에인젤은 안 되냐고 묻자, 재차 안 된다고 거절한다. 그러자 에인젤은 혹시 아까 릴테앙 대공의 이름을 너무 작게 말했냐고 묻는 동시에 5기사단을 빌려가서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며, 다른 기사단이라 해도 그들 모두 동료들이니, 그저 일손이 부족해서 도움을 받고 싶을 뿐이라는 이유를 대고, 그래도 안 되겠다고 거절한다. 자신의 반응에 에인젤은 눈웃음을 짓고서 혹시 랑드레 자작이 말을 한 게 있냐는 예리한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에는 솔직하게 대답해선 안 된다고 판단해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에 에인젤이 고개를 갸웃거리곤 그런데 어째서냐고 묻는다. 에인젤을 따라 웃으면서 " 협박을 하기 전엔 상대가 협박이 통하는 상대인지 미리 회유가 가능한 상대인지 미리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대답한다.

순순히 소파에서 일어난 에인젤은 문 앞으로 가 문고리를 돌리기 직전에서야 질문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무엇을 말이냐고 물었으나, 에인젤은 5기사단을 빌려주겠다고 말했으면 실망했을거라고 대답한다. 그 말에 놀라 혹시 자신을 시험해본거냐며, 자신이 동료들을 마음에 드는 조건으로 파는지, 아닌지 궁금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에인젤은 그와는 별개로 릴테앙 대공의 위치는 안 알려줄거라고 딱 잘라 말하며, 그게 조건이였다고 알려준다.

다음 날 아침 하인리를 찾지만, 하인리의 시종에게서 일이 생겨서 새벽에 나갔으며,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표정이 좋지 않았고 가벼운 일이 아닌 듯 했다는 말을 듣는다.

아침 식사 후 부관은 릴테앙 대공이 밤중에 동대제국 대사관에서 발견됐으며, 대사관에서 바로 소비에슈에게 연락했다고 보고한다. 릴테앙 대공은 소비에슈가 데리고 있는거냐고 질문한다. 부관으로부터 릴테앙 대공은 아직 대사관에 있지만, 소비에슈가 하인리에게 이 일을 따지려는 눈치였다고 보고한다. 부관이 인사를 하고서 나간 후 함께 아침 식사를 했던 시녀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자 부관이 말한 '엉망인 꼴'이라는 말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 여긴다. 무조건 괜찮을거란 말을 하긴 어렵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 꼴이 좋은 꼴이 아니란 건 짐작하기 쉽다고 여긴다.

하인리의 집무실으로 가 하인리를 찾지만 만나지 못하고, 대신 집무실을 지키고 있던 맥켄나에게서 둥지를 만드는 곳에 있음을 전해듣는다. 밤의 방 뒷쪽에 있는 그 장소를 말하는거냐고 묻는다. 맥켄나가 시인하자, 알려줘서 고맙다고 대답하고 집무실에서 나가려한다. 맥켄나는 자신에게 다가와 머뭇거리다가 소비에슈가 릴테앙 대공이 심하게 다친 일을 두고 하인리를 비난했다고[21] 알려주고서 자신의 눈치를 산다. 하인리를 위로해달라 말하고 싶은건지, 소비에슈의 일로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건지 궁금해하다가 기다린다. 기다림에도 맥켄나가 말하지 않자 알겠다고 대답하고 집무실에서 나온다.

곧장 후원으로 향한다. 보석 장식으로 가득한 기둥 위에서 아직 부실하게만 보이는 엉성한 둥지 위에 새의 모습으로 앉아 어딘가를 넋 놓고 바라보는 하인리를 발견한다. 하인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한다.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며, 새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공허한 표정이 보인다고 여긴다. 하인리에게 다가가 위로하려하지만, 이내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뻗은 손을 내린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중 하인리가 날개로 자기 머리를 감싸는 걸 보고 몸을 돌린다. 지금 자신이 하인리에게 다가가면, 자신 때문에 포기한 걸 떠올리고 그걸 후회할까봐, 그 후회가 자신을 향한 원망으로 향할까봐 걱정한다.

응접실에 들어온 마스타스가 얼굴은 물론 목덜미까지 빨개져 있자, 로즈와 로라가 '남자 만나고 온 거 아니냐'고 마스타스를 놀리고, 이에 마스타스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고서 구석으로 걸어가 검집을 꺼내 들고 내려치는 자세를 반복하지만, 로라와 로즈는 마스타스를 보며 웃고, 주베르 백작부인도 가세해 거짓말을 저리 못한다고 마스타스를 놀린다. 시녀들이 연달아 놀려대는 것에 마스타스는 다 들린다고 고함을 지르고서 검집을 챙겨 응접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이를 주베르 백작부인에게 몸을 기댄채 듣고 있는다. 시녀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밝은 분위기에 있으니, 시무룩해하던 하인리의 모습을 조금 뒤로 밀어둘 수 있어 좋다고 여긴다. 시녀들과 먹을 간식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시녀들이 하녀들을 불러 간식을 챙겨오는 동안 침실에 들어가 옷의 단추 몇 개를 푼다. 포크를 들어 시녀들과 간식을 먹으려한다.

그때 문 앞에 있던 기사가 소비에슈가 찾아왔다고 알려준다. 그 소식에 포크를 내려놓는다. 간식을 먹고 있던 시녀들도 당황해해 일어서려하고, 나가지 말라고 말린다. 자신의 대답에 시녀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여기 있으라고 대답하고 일어난다.

응접실 문을 열자마자 바구니를 들고 있던 소비에슈와 마주친다.소비에슈가 응접실에 들어오자 무슨 일로 온 거냐고 싸늘하게 묻는다. 소비에슈는 시녀들을 힐끗 바라보곤 바구니를 건네며 선물이라고 대답하고, 이에 대해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소비에슈는 바구니를 음식 옆에 두고는 문가로 돌아와 이따 보라고 말하고, 갖다 버릴거라고 대꾸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쓰게 웃으며 '네가 그렇게 말해도 난 네게 매달릴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녀들 앞에서는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매달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시녀들에게 자리를 지키라고 말한 것인데, 시녀들이 있건, 없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당황한다.

소비에슈는 '내겐 나비에가 한 쌍이다. 아니라고 해도 난 나비에를 쫓아갈수밖에 없다. 내겐 나비에는 폐나 마찬가지다.'라는 헛소리를 지껄이고서 할 말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달싹이며 시선을 떨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자신을 천천히 훑어보며 '네가 좋다'고 말하고, 이에 '난 좋지 않다'고 받아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그래도 난 네가 좋다.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좋아하지 말라 말해도, 날 싫어해도 어쩔 수 없다. 평생 아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제와서 아니라 말한들 그걸 어떻게 돌이키겠냐.'라는 헛소리를 추가로 지껄이고, 이에 '날 아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그땐 남이라 생각되겠냐'고 대꾸한다. 이에 소비에슈는 '그만큼의 그리움이 쌓일텐데 가능하겠냐'고 반문한다. ' 천사처럼 생긴 은발 여자를 찾아봐라. 그럼 가능할거다'라고 대답한다.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이름을 기억하는지 '은발'이라고 중얼거리다가 초국적 기사단 4기사단장이 자신을 찾아왔던 일을 언급하면서 혹시 항구 때문에 왔을지도 몰라서, 아직 보름이 안 됐지만 돌아가보려고 한다고 말하고서 머뭇거리고, 단호하게 잘 가라고 대꾸한다. 그제야 소비에슈는 고개를 끄덕이고 편지 하겠다라고 속삭이고서 응접실에서 나간다. 문을 닫고서 자리로 돌아오자마진, 대화를 듣고 있었던 시녀들이 다가와 소비에슈가 돌아오라고 말한 거냐며 질문을 퍼붓자, 그럴리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바구니를 들고서 침실에 들어온다. 바구니 위에 쌓인 천을 걷었으나 한가득 쌓여있는 편지들을 보고 이걸 언제 다 쓴거냐고 당황한다. 기가 막혀해 바구니를 들고 도로 일어나려던 찰나 겉봉이 없는 편지를 보고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겉봉이 없는 편지[22]만 꺼내 편지를 펼친다.

침대에 누운채 동대제국 사람들이 쓴 편지들[23]을 하나하나 뜯어서 읽어보던 중 이를 보고 신기해하던 하인리가 자신의 옆에 와 몸을 누이고서 뭐 하고 있냐고 물으면서도 한 팔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 아래에, 다른 한 팔은 자신의 손에 겹친다. 하인리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서 편지를 읽고 있었다고 대답하고서 하인리에게 편지를 건낸다. 하인리는 편지를 받아들고서 동대제국 사람들이 썼다는 편지 말이냐고 묻는 동시에 자신의 어깨를 감싼 손을 자신의 팔을 위아래로 훓는다. 말은 일상적인데 말과 손이 따로 논다고 여겨 손에 든 편지봉투로 하인리의 손등을 찰싹 두드린다. 하인리는 작게 웃으면서 봐달라며 안을수도 없는데 만지게 해달라고 아양을 부리고, '지금도 안고 있다'고 받아친다. 이에 하인리는 그렇게 안는거 말고라고 대답한다. 고개를 들어 하인리를 째려보다가 아랫입술을 이로 살짝 물고서 잡아당긴다. 하인리는 간지러운지 얼른 따라와서는 자기 입으로 자신의 입을 누르며 자연스럽게 손을 위로 올린다. 하인리의 가슴에 귀를 대고 그 감촉을 느끼고 있는다.

하인리는 발을 뻗어 침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바구니를 아래로 떨어트린다. 황당해해 하인리를 쳐다봤으나, 하인리는 뻔뻔하게 웃으며 저 바구니 주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내용물까지 걷어찰 생각은 없다고 대답한다. 너무 눈 가리고 아웅인 변명이였지만, 하인리의 가슴에 다시 머리를 묻고서 혼자 둥지에 앉은채 허망한 표정을 짓던 모습보다는, 소비에슈에 대한 미움을 드러내면서 바구니를 밀어내는 모습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하인리가 코샤르와 샬렛의 결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며, 코샤르는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코샤르에게 결정하라고 했으니, 알아서 결정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귀족으로 태어난 이상 정략결혼을 피하긴 어렵지만, 코샤르는 좀 예외였다고 여기며 그래도 몇 번 샬렛 공주와 만나보는 것 같으니 곧 답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대답한다.

다음 날 오후 랑드레 자작과 만나 며칠 사이에 눈이 피르스름하게 변해서 무척 피곤해보인다고 여기고 괜찮냐고 묻는다. 무슨 일로 며칠간 자리를 비웠는지 엄두도 나지 않는 모습에 저절로 걱정스러운 질문이 나갔다고 생각하던 찰나 랑드레 자작은 힘없이 에인젤이 릴테앙 대공을 빼냈을 것 같아서 밤새 찾아다니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고 알려준다. 릴테앙 대공은 동대제국 대사관 바로 앞에서 발견됐다는 말을 하려 했으나 랑드레 자작은 에인젤이 릴테앙 대공을 동대제국 대사관에 데려다놓았다고 대답한다. 랑드레 자작의 대답에 비가 몹시 오던 날, 랑드레 자작의 어깨가 비에 젖어 있던 걸 떠올려 릴테앙 대공을 계속 찾아다닌 것임을 알아챈다. 릴테앙 대공은 결국 소비에슈가 다시 동대제국으로 데려갔고, 하인리가 순순히 보내주지 않을거라고 여겼지만, 하인리 역시 순순히 릴테앙 대공을 보내준 일을 떠올리고, 릴테앙 대공을 빼내고 동대제국 대사관 앞에 가져다 둔 게 에인젤이 한 짓이라는 것에 협박 카드로 사용할거란 추측은 했지만 찜찜해한다.

랑드레 자작에게 에인젤이 릴테앙 대공을 대사관에 데려다놓은 게 확실하냐고 묻는다. 랑드레 자작은 확신하지 못했지만 의심은 하고 있었다며, 미리 말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괜찮다고 대답하는 대신 자신에게 왜 에인젤의 부탁을 거절하라고 한 건지, 왜 처음부터 에인젤이 찾아올거라고 말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랑드레 자작은 심부름꾼이 말을 그대로 전할지 자신이 없었다고 대답하면서도 나비에의 개인 기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한 사람이 에인젤이였다고 알려준다. 그 말에 랑드레 자작이 한 말의 의미[24]를 눈치챈다. 어쨋든 초국적 기사단이 나타났기에, 혹시 마력 감소 현상 때문에 온게 아닌가 불안해했지만, 순순히 돌아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안심하지만, 이걸로 당분간은 안심해도 되는거냐고 의문을 가진다.

랑드레 자작은 르베티에게 서대제국으로 올 건지 물어보고, 오겠다 하면 데려오라는 자신의 지시를 언급함과 동시에 부하가 급히 심부름꾼을 먼저 보냈는데 르베티가 서대제국으로 오는 중이라고 보고한다.

랑드레 자작에게서 르베티가 서대제국으로 오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 르베티가 서대제국에 오면 어디에 재워줘야할지에 대해 생각하다손님용 방에 머무르게 해야할지, 시녀들 방에 머무르게 해야할지, 아니면 자신의 방에서 멀지 않은 빈 방에서 머무르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한다. 시녀들에게 의견을 묻지만 로즈는 너무 가까운데 방을 주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고 했고, 이에 로라는 르베티는 그럴 애가 아니고, 나비에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아하는 애라고 반박하지만, 주베르 백작부인은 로라에게 로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고, 밝은 영애인데 아무래도 안 좋은 일이 있다보니, 밝은 분위기에 있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로즈의 의견에 동조하고 마스타스도 자기 영지에 안 가고 옆 마을에 머무르는 걸 잡아오는거지 않냐고 말하다가 잡아오는 게 아니라고 정정하고, 그렇다면 혼자 있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동조하는 등 의견이 제각각 달랐다.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생각이 바뀌다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 세 가지 의견 사이에서 뱅뱅 돌다가, 시녀들에게 떠밀려 하인리를 만나러 가게 된다. 결론이 안 나니, 하인리의 의견을 듣고 오라는 건 핑계이고, 하인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해서 밀어내는 티가 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 역시 하인리가 보고 싶다며 모른 척한채 하인리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집무실, 연무장, 정원, 하인리가 소중히 여기는 둥지 등 하인리가 있을만한 장소들을 돌아다녔음에도 하인리를 찾지 못한다. 어디 다친 건 아닌지, 날아다니다가 화살에라도 맞지 않았는지, 하늘에서 길을 잃어버린건 아닌지, 갑자기 기절한건지, 비행하다 실수로 커다란 나무에 부딪혀 날개가 부러진건 아닌지 등 여러 생각을 하며 하인리를 걱정한다.

맥켄나를 찾아가지만, 맥켄나조차 하인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더욱 걱정을 했으나, 맥켄나는 그런 자신을 위로하며 하인리가 어디 나무에서 햇볕을 쬐면서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자주 그러니 걱정 말라고 대답하고서 별거 아니라는듯 웃는다. 어떻게 마음이 쓰이지 않을수가 있냐고 생각하다, 하인리처럼 작고 예쁜 새는 남들 눈에 잘 띈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말에 의아해한 맥켄나는 '작고 예쁜 새라니, 절 말씀하시는거냐'고 묻는다. 하인리라고 단답하면서도 물론 맥켄나의 파란 깃털도 색이 예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맥켄나는 "난 황후 폐하를 존경하지만, 우리 짹짹이 폐하가 작고 예쁘다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이건 내 양심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라고 대답해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머리를 젓다가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더니 바로 변신해 방 안을 한 바퀴 날고선, 부리로 옷을 끌고서 어딘가로 가 변신을 풀고서 옷을 입고 나타나 작고 예쁜 새는 방금 본 그 파랑새를 두고 작고 예쁘다고 하는거고, 하인리는 거대하다고 반박한다. 자신의 눈에는 하인리의 금색 깃털이 최고로 예뻣다며, 자신이 금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저런 사적인 감정을 다 배제하고 봐도 그가 최고로 잘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물론 덩치로 치자면 맥켄나가 좀 더 작지만, 하인리도 거대한 편은 아니고 꼭 끌어안을 수 있는 크기이고, 원래 새는 그 정도 크기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맥켄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 좀 더 찾아보겠다고 대답한다.

다시 돌아다니던 중 문득 폐궁의 분수대를 떠올린다. 여러가지로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한 폐궁의 분수대이니, 하인리는 그곳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다가, 하인리는 폐궁의 분수대에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폐궁의 분수대에서 하인리를 찾아낸다. 분수대에 걸터앉은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하인리의 모습과 옷은 근처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을 목격한다. 노랫소리에선 아침 향기가 난다고 생각해 노래를 들으며 기둥에 기댄다.

그 순간 하인리는 노래를 멈추고서 자신을 본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하인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환하게 웃는다. 하인리의 곁으로 다가가지만, 하인리는 자신의 배에 대고 '아가, 눈 감고 있어.'라고 속삭이고는,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자신의 입에 다시 입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목덜미, 귓볼을 물고 살짝 씹다가 작게 기도문을 외우고는 눈을 감고서 자신에게 떨어져 분수대 안으로 들어가 상체만 내놓은채 어색하게 웃는다. 그런 하인리의 모습을 보고서 사랑스럽다고 여겨 하인리에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전부 '내 거'다.'라고 속삭인다. 하인리가 어디에 대고 말하는거냐고 항의하자 하인리도 자신의 배에 대고 말했으니, 자신도 하인리의 배에 대고 말한 것 뿐이라고 받아친다. 하인리는 거긴 배가 아니라고 말하고, 손가락으로 가슴 사이를 쓸고서 입술을 문지른다. 하인리는 얌전히 입을 열어 자신의 손가락을 물고서 웃는다.

잠시 장난을 치다가, 자신도 치맛자락을 무릎까지 들어 올리고서 하인리의 옆에 나란히 앉아 다리를 걸친다. 하인리는 찬물인데 괜찮겠냐고 걱정한다. 날씨가 따뜻해서 괜찮았고, 신발은 벗어두었다고 생각한다. 추우면 감싸주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하인리는 그건 그렇다고 수긍하고서 손을 뻗어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다. 하인리의 옆에 붙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열기가 올라왔고, 이상한 뜻이 아니라 정말로 체감이 되는 그런 열기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있던 중 뒤늦게 하인리를 찾은 목적과, 자신이 얼마나 놀라서 하인리를 찾아다녔는지를 떠올린다. 하인리에게 보이지 않아서 놀랐다고 대답하고서 생각하고보니 얄밉다고 여겨 하인리의 허벅지를 찰싹 두드리며 항의한다. 하인리는 몸을 움찔하곤 생각을 좀 정리할게 있어서였다고 사과한다. 폐궁 분수대에 오면 정리가 되냐고 묻는다. 폐궁 분수대에 오면 어떤 일이든 다 별거 아니게 여겨진다는 하인리의 대답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냐고 물으면서도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당시 분수대에 서 있는 하인리를 본 건 자신 뿐이고 하인리는 자신을 보지 못했지만, 하인리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라면, 자신과 관련 없는 다른 일 때문일거고, 그게 어떤 일인지 궁금해하며 하인리에 대한 일이라면 모든 일이 궁금하다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어릴 때 일이고, 별로 좋지 못한 일이였지만 좀 사고가 있었다고 별거 아니란 투로 말한다. 그 사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별거 아닌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하인리에게 더 캐물을지 넘어갈지 망설이다가 모른 척 넘어간다.

이윽고 르베티에 관한 주제를 꺼낸다. '우리 사이가 더 진전되기 위해서는 더 파고 들어야하지 않냐'는 생각도 하지만 이내, 상대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상처를 자신의 호기심을 위해 들춰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인리에게 르베티가 서대제국에 곧 도착할거라고 알려주지만 르베티의 이름을 들은 하인리는 고개를 기웃거리고, 르베티와 하인리는 직접 대면한 일이 없단 걸 알아차린다. 하인리에게 르베티가 로테슈 자작의 딸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하인리는 표정이 의미심장해지고 로테슈 자작은 최후엔 라스타의 적이였지만, 자신이 동대제국에 있을 무렵에는 자신의 적이기도 해서, 그 로테슈 자작의 딸인 르베티가 자신에게 올 거라고 말하니 좀 이상하게 여겨지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르베티는 자신을 많이 좋아해주던 영애라고 설명해주어서야 하인리는 수긍한다.

하인리에게 르베티는 아버지 오빠가 사형을 당했으니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할 것이니, 자신이 르베티를 데리고 있으려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뜻대로 하라며, 어차피 궁전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말하는 하인리에게 어느 방에 머무르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시녀들과 고민한 걸 말한다. 하지민 하인리는 르베티가 자신을 아주 많이 좋아했고 자신의 초상화를 많이 수집한다면 최대한 먼 곳에 두어야한다며, 그래야한다고 단답해 질투심을 표출한다. 이 말에 의아해해 어째서냐고 물었으나, 하인리는 르베티는 자신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곁에 머무르는건 본인 하나로 충분하다고 단답해 재차 질투심을 표출한다. 르베티는 여자라고 반박했으나, 하인리는 본인이 경계하지 않는 상대는 트로비 공작부부와 코샤르, 뱃속 아기라고 일축한다.

하인리가 대외적으로 '급한 볼 일'[25]이 있어서 자리를 비운지 이틀 후 랑드레 자작으로부터 부하가 르베티를 서대제국 수도로 데리고 왔다는 급보를 전해듣는다. 랑드레 자작의 보고를 듣자마자 직접 르베티를 맞이하고 환대해줄 생각을 하고서, 시녀들과 함께 정원으로 나간다. 시녀들과 함께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 마차 한 대가 정원 쪽으로 느리게 오고 있음을 목격한다.

마차가 멈춘 후 안에서 튀어나온 르베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자신을 부르면서 허겁지겁 달려오고, 랑드레 자작은 그런 르베티의 행동에 움찔한다. 르베티의 행동이 예의고 뭐고 집어치운거라고 르베티를 말려야 할지 말아야할지 당혹스러운듯하다고 생각해 자작이 르베티를 저지하기도 전에 한 걸음 앞서서 르베티를 끌어안는다. 자신에게 안기자마자 르베티는 울음을 터트리며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르베티의 등을 토닥거려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등에 뼈가 있다고 느낀다. 몇 번 더 등을 토닥거려주지만 르베티는 아예 울다가 잠시 후에서야 잦아든다. 르베티의 등을 감싸고서 건물 쪽으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한 후 방에 데리고 간다.

방 안에 들어와서도 르베티가 계속 훌쩍이자, 로즈에게 뜨거운 초콜릿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한다. 잠시 후 로즈가 초콜렛이 가득 담긴 잔을 가져다주자, 잔을 받아서 르베티에게 건낸다. 몇 모금을 마시고나서야 진정한 르베티는 딸꾹질을 하고선 안 울려 했다며, 오는 내내 계속 안 울어야하고, 절대로 울면 안 된다고 계속 생각했다고 중얼거린다. 괜찮다고 말해주었으나, 르베티는 또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소리없이 울을 태세를 하다가, 이내 울음을 참아내고서 초콜릿을 마신다. 르베티를 지켜보다가 어떻게 지냈는지 물으면 또 울 거라고 생각해 르베티의 옆에 앉아 등을 두드려준다.

한참 후에서야 르베티에게 서대제국에서 지내겠냐는 말을 꺼낸다. 자신의 질문에 놀란 르베티가 눈이 동그라지자, 원한다면 여기서 계속 자신과 함께 있자고 제안하고서 르베티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무릎에 얹고서 손을 잡아준다. 르베티는 눈이 그렁그렁해져 울려하고, 어떠냐고 물으면서도 진심이였다며, 미리 준비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르베티는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정말로 감사하지만 괜찮다며, 자신을 만나고 싶어서 오긴 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한다. 르베티의 말에 로라는 놀라서 '안 좋은 기억은 홀랑 버리고 나랑 같이 놀면서 지내자'고 말한다. 르베티는 씁쓸하게 고개를 젓고서 서대제국에서 지내고 싶지만, 아버지 로테슈 자작이 영지를 남기면서, 이젠 르베티 본인이 림웰 영지의 영주라고 말했고, 영주로서 작은 영지지만 림웰 영지 내 사람들을 이끌어야하며, 어머니도 살고 있다고 완강히 거절한다.

르베티가 완강히 거절하자, 로라 역시 더 권하긴 힘든지 더 권하진 못하고 힘만 빼고, 자신 역시 르베티에게 서대제국에 남으라고 말하는 대신 말없이 차만 마신다. 르베티는 저런 말을 하면서도 옆 마을에 머물렀고, 그런 걸 보면 분명 다른 생각도 있긴 한 것 같았으나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르베티에게 원하는대로 하라고 권한다. 르베티는 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서 수긍한다. 이후 르베티와 몇 마디를 더 나눈다. 로라가 미리 준비한 방으로 르베티를 데리고 나간 후, 시녀들 역시 하나 둘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가장 마지막에 남은 주베르 백작부인은 그새 그늘이 졌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기특하다며, 지금 속이 말이 아닐거라고 혀를 찬다.

주베르 백작부인까지 나간 후 안락의자에 앉아 태교 겸 자장가를 흥얼거리지만 완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르베티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여긴다. 자신도 속상하고 괴로운 일을 여러 번 겪었지만, 그래도 갑자기 둘이나 가족을 잃은 르베티에 비할 만큼은 아니라며, 그런 의미에서 르베티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문득 소비에슈도 그런 마음이였겠냐고 궁금해한다. 기억을 잃은 소비에슈도 자신에겐 소비에슈일 뿐이라, 자신은 그가 뻔뻔하다 여겨 화가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소비에슈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부모와, 아내가 모두 다 사라진 상황이나 다름없기에, 졸지에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르베티와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찜찜함을 느낀다.

다음 날 하늘을 쳐다보며 마력석을 회수하러 간 하인리를 생각한다. 마력석을 회수하러 갔다 다치진 않았는지, 하려던 일은 잘 하고 있는지, 혹시 또 혼자 속상해하진 않을지를 걱정한다. 그러던 도중 변신한 모습인 하인리가 오고 있음을 목격한다. 하인리를 보고 놀라 창문을 열어준다. 하인리가 안으로 들어와 한 바퀴를 돌자 이름을 불러준다. 하인리는 얼른 변신을 풀고서 두 팔을 벌려 자신을 안아준 뒤 잘 지냈냐고 묻는다. 잘 지냈다고 대답하려던 찰나 '하려던 일은 다 했냐'는 질문이 먼저 나기고 만다. 하인리는 회수했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한 마력석이 몇 개 더 남았다고 알려준다. 위험하진 않았냐고 물으려던 찰나 방 밖에서 르베티가 왔다고 보고받는다. 이에 하인리는 옷이 없었기에 황급히 부부침실로 달아나고, 응접실로 나간다.

응접실로 나가 르베티를 맞이한다. 다부진 표정으로 서 있는 르베티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내내 울던 전 날과는 달리, 하루 사이에 침착하고 야무진 표정으로 부탁을 하나, 아니 두 개 드려도 되냐고 묻는다. 르베티를 앉히고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영지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르베티의 요청에 르베티는 이제 영주가 된다는 걸 상기하고 수긍한다. 르베티 역시 수긍하면서도 그 쪽으론 배운적이 없다고 말하자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대답해 르베티의 부탁을 수락한다. 르베티는 벌떡 일어나 감사하다고 대답하며 허리를 숙이고, 이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르베티는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머뭇거리고, 자신이 먼저 나서서 부탁이 하나 더 있지 않냐고 묻는다. 자신이 먼저 운을 띄어줘서야 르베티가 수긍하자 사실 르베티가 영지를 관리하는 법을 알려달라 청할거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다른 부탁이 무엇일지는 도통 짐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르베티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안을 찾는걸 도와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며 알렌의 아들이라고 설명한다. 그 말에 놀라서 르베티를 쳐다본다.[26] 라스타의 재판에 참관하러 동대제국에 갔을 때 들었던 안에 대한 판결[27]을 생각하다가 말없이 있는다. 고개를 숙이고서 두 손을 모으곤 이상한건 안다고 말하면서도, 본인도 안이 싫지만 오빠 알렌의 유일한 핏줄이고, 본인은 안을 싫어했지만 알렌은 안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르베티에게 안을 보살펴주고 싶은거냐고 묻는다. 르베티는 안을 사랑해줄 순 없다며, 그 정도론 마음이 안 간다고 말하면서도, '안이 불행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드러내고 그렇게 조카를 싫어하던 아이가 이렇게 마음이 바뀌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냐고 여겨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래서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해 르베티의 부탁을 수락한다.

르베티가 가고 난 후 침실에 돌아와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전을 펼친다. 사전 속 하나하나 단어들을 훑어보던 중 '국적'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르베티의 부탁을 떠올려 사전을 덮는다. 르베티의 조안인 안를 찾으려면 동대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사실[28]을 깨닫고 고민하다가 사전을 책꽂이 안에 넣는다.

침실 안을 서성이던 중 문득 소비에슈가 전 날 보낸 편지를 떠올려 받고서 황당해해 '필요없는 물건'을 담는 상자에 넣고서 구석에 쳐박아두었고, 답장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당연히 읽지도 않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그 편지가 필요했고, 답장하는 척 르베티의 조카를 찾는걸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곧장 '필요없는 물건'을 두는 방에 가 편지가 담긴 상자를 꺼내 다시 방으로 돌아와 상자를 열고서 편지를 읽다가 편지 내용[29]에 의외로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여긴다. 에인젤이 소비에슈를 찾아가 마력 감소 현상을 두고 거래를 했다는 것에 놀라한다.

편지를 보고 있던 중 하인리가 공용침실에서 나와 자신을 부르고, 하인리에게도 보여주어야할 것 같다고 판단해 하인리에게 다가오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다가온 하인리가 르베티는 갔냐고 묻자, 갔다고 말하며 편지를 보여준다. 이불을 두른채 다가온 하인리는 뭐냐고 묻지만 편지를 보자마자 표정이 험악해지지만, 자신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청순한 표정을 만들어내고, 소비에슈의 편지란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4기사단장에 관한 부분을 가리킨다. 하인리는 그렇지 않아도 마력석을 회수하러 간 곳에 4기사단의 기사 두 명이 숨어있다고 알려준다. 에인젤이 뭔가를 알고 온 거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알고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편지를 보니 아니었던 것 같다며, 그 부근에서 마법사의 마력이 사라진 일이 있으니 조사차 보낸것일거라고 말하고, 에인젤과의 독대 당시, 그는 5기사단을 빌려달라 온 거라고 알려준다. 에인젤은 이름처럼 천사 같이 웃는 얼굴로 사람을 잘 속이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며, 은근한 척 던진 묘한 말조차, 지금 생각하니 사기는 아니었을까 하는 정도였고, 그 말을 듣고서 그가 자신을 시험하러 온 거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소비에슈의 편지를 들어올려 '어느 쪽이든 나와 소비에슈 황제, 모두에게 좋지 않단 건 분명하다'고 대답하고 소비에슈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냐고 되묻는다. 하인리는 제안을 했는데 거절당했으니 자존심이 상할거라며, 이렇게 뒤에서 술수를 부리는 사람일수록, 자존심은 강할거라고 대답하고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소비에슈의 편지를 내려놓더니 자신을 향해 빙그레 웃고서 아무리 증거를 캐내고 다녀봤자 증거를 다 없애버리면 끝이라며, 가속시켰다는 증거만 없애면 마력 감소 현상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오던 자연현상이 될 거라고 단언한다. 하인리의 대답에도 걱정이 되어 그의 손을 꽉 잡는다. 자신의 손을 마주잡고 있던 하인리가 편지를 찢어도 되냐고 묻자 그제서야 르베티를 떠올린다. 편지를 찢지 말고 답장을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하인리는 농담이냐고 되묻고, 그에게 르베티의 부탁을 전해준다.

하인리가 대신 답장을 써서 보내고, 또다른 마력석을 회수하러 떠난 다음 날 카프멘이 돌시와 함께 찾아온다. 카프멘은 '돌시가 마법을 가르쳐주기 전에 시험을 해보고 싶다 했다'고 말했지만 돌시는 오자마자 자기가 그린 그림 몇 장을 내밀었던 건 핑계였다며 곳곳의 화려한 벽이 그려진 그림이였지만 아무리 봐도 돌시의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받아들고 돌시를 빤히 쳐다보던 찰나 돌시는 뇌물을 찔러주듯 자신에게 윙크한다. 이를 보고 속으로 윙크하면서 찔러줄거라면 자기 좋은 게 아니라 나 좋은걸 가져와야하지 않냐'고 황당해하지만, 돌려주기엔 그림의 정체가 꺼림찍해기에 어쩔 수 없이 받고서 서랍에 넣어둔다. 자신이 그림을 받자 돌시는 헤죽 웃으면서 마법을 봐주겠다고 제안하며 넓은 공간은 없냐고 묻는다. 밖에서 하자고 말하려던 찰나, 돌시는 밖은 안 된다며 사람 없는 곳으로 해달라 말한다.

돌시와 카프멘을 1층에 있는 빈 방에 데려가 돌시에게 어떻냐고 묻는다. 괜찮다는 대답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왕 봐주는 김에 제대로 봐줄 생각인건지 돌시는 진지한 표정으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보게, 있는 힘껏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마법을 써보라'고 지시하고, 이에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종을 집는다. 물을 얼리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돌시는 '이름 이상한 여자'라고 자신을 부르면서 대번에 종 위쪽을 짚어 막고서 뭐 하려냐고 묻는다. 물을 가져오라 할 거라고 대답하지만 돌시는 평생 물만 얼리면서 살 거냐며, 얼음 마법을 잘 익혀서 얼음물 만드는데 쓸 거라면 유용해지겠지만 거기에서 그칠 생각 아니면 그만두라고 지적한다. 자신은 항상 뭔가를 얼리는데 집중해서 연습을 해왔기에 어떻게 하라는거냐며 당황해해 돌시를 쳐다본다. 돌시는 턱을 치켜올리곤 그냥 마법을 써보라고 말한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당황했으나, 생각해보니 얼결에 얼음 마법을 사용할 때는 분명 허공에 사용하긴 했다며 즈멘시아 공작의 습격 사건을 떠올린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어색하게 허공을 향해 손을 들지만, 속으론 익숙하지 않은채 허공에 손을 뻗어서 괴짜 마법사가 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주의를 집중하자 손 주위에 잘게 간 얼음 조각 같은 것이 나타난다. 속으로 잘한거냐며 돌시를 곁눈질하지만 돌시는 가차없이 "약하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 말에 시무룩해해 손을 내린다. 카프멘은 이 정도면 대단하지 않냐고 자신을 편 들지만, 돌시는 어디서 거짓말로 편 드냐고 지적한다. '진짜냐'는 듯한 눈으로 카프멘을 쳐다보지만 카프멘은 시선을 회피한다. 카프멘도 자신의 마법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한다고 시무룩해하다가 수석 졸업생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긴다. 돌시는 그렇게 마법을 쓰면 누가 좋아하는지 알고 있냐고 질문한다. 적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돌시는 잘 안다고 냉담하게 대답한다. 돌시는 허공을 직접 가리키며 다시 해보라고 지시한다. 그게 안 되니까 도와달라고 한 거라고 생각한다.

마법 연습을 하지만 돌시는 옆에서 잔소리를 해댄다.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마법은 스스로 하는 학문'이라는 깨달음을 주는데는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렇게 잔소리만 해대던 돌시는 딱 두 시간이 지나자 힘들다고 한탄하면서 목덜미를 두드리고선 폭신한 의자를 하나 만들더니 혼자 그 위에 드러누우며 커피를 달라고 지시한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자신은 커피는 안 된다고 덧붙이는 건 덤.

돌시의 태도에 속으로 진짜 짜증나는 용이라고 불만을 터트린다.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사람을 불러 커피와 과자, 음료수를 가져오라 지시한다. 돌시는 테이블에 음식이 차려지자 신나게 커피며 과자며 쉴 틈 없이 먹고, 카프멘은 돌시의 말에 대응해준다. 그들을 보며 자신처럼 고지식하고 딱딱한 귀족인 카프멘이 돌시의 거침없는 말에도 물러서지 않고 대응해준다며 신기해해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던 중 갑자기 돌시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화제를 전환하고, 이에 카프멘은 커피를 마시며 뭐냐고 묻는다. 상체를 약간 숙인 돌시는 전에 사랑의 묘약과 약효를 풀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고 말하고, 이 말에 카프멘은 물론 자신도 덩달아 움찔한다. 하지만 돌시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지금은 풀렸냐고 질문하고, 카프멘은 풀렸다고 대답한다. 돌시가 어떻게 풀렸냐고 질문하자 카프멘은 어쩌다보니 풀렸다고 대답하고, 이 대화에는 큰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고 과자를 집어먹는다.

돌시는 카프멘에게서 사랑의묘약을 해독한 방법과 해독약, 사랑의 묘약의 효과에 대해 30분은 캐물을 정도로 화제에 푹 빠져있었고, 하나 더 남은 게 없냐 묻는다. 카프멘은 인상을 찡그리지만 돌시는 히죽 웃으면서 하나 줘보라고 요구하며 그건 왜냐고 물음에도 돌시는 일단 줘보라고 재차 요구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카프멘은 뭘 하려는거냐고 질문했으나, 돌시는 마시겠다고 대답한다. 당연히 카프멘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내가 그렇게 고생하는걸 봐 놓고서 그러냐'고 되묻고, 이에 카프멘이 사랑의 묘약을 해독하기 위해 돌시에게도 도움을 청했다는걸 간파한다. 하지만 돌시는 그래서 한심했다며,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그렇게 고생하는 게 신기했다고 대꾸해 막무가내로 군다. 돌시의 태도에 카프멘은 이마에 힘줄이 올라오지만, 돌시는 어떤 느낌인지 한 번 궁금해서 그러니 일단 줘보라고 요구하고서, 자긴 어차피 위대한 마법사라서 바로 해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에 속으로 용은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인 존재이였냐고 어이없어하다가, 보석댐에 대해 알게 된 후 도안이나 그림을 가져다준 걸 떠올린다. 돌시는 카프멘이 약을 주지 않으면 뺏어가려는 태세로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고, 눈동자 안에 흉흉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그냥 느낌만 그런게 아니라 진짜로 눈 안 쪽에 뭔가 보였다고 생각한다. 카프멘은 어쩔수 없이 일어나 약을 가지러 나가고, 돌시는 자신을 쳐다보며 다 쉬었으면 연습하라고 지시한다.

연습을 하는 내내 얼음 가루만 한가득 만들어내고 만다. 마침 카프멘은 사랑의 묘약을 가지고 와 돌시에게 건낸다. 돌시는 낄낄 웃으며 사랑의 묘약을 받아들이고 카프멘은 다시 한 번 말한다며 만류하려 했으나, 돌시는 약병 마개를 따자마자 약을 마시고, 카프멘과 동시에 탁자 아래에 몸을 숨긴다. 약을 다 마신 돌시는 아무 맛도 안 나는데, 왜 둘 다 숨어드냐며 하나는 얼굴을 보여줘야 효과를 본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 같이 숨어 있던 카프멘이 나가지 말라고 고개를 젓자, 고개를 끄덕이고서 수긍하고 당장 약효를 해독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거라며, 돌시에게도 부작용이 올 수도 있는거기에 돌시와는 그런 쪽으로 엮히지 않고 싶고, 절대로 나설 생각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카프멘이 나오지 않자 짜증이 난 돌시는 탁자를 두드리며 둘 중 하나가 지원하라고 요구하지만, 카프멘과 같이 쥐죽은듯 가만히 있는다. 돌시는 낄낄 웃으며 그럼 자기가 하나 고르면 된다고 말하곤 일어선다.

하지만 하필 그 순간 맥켄나가 들어오고, 당황해해 고개를 들다가 카프멘과 눈이 마주치고 동시에 최악의 상상을 한다. 황급히 동시에 일어섰으나 이미 돌시는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서 돌아선 상태였고, 효과가 있냐고 궁금해하면서도 이렇게 생각해보면 상대는 용이니 효과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돌시는 맥켄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푸른 하늘을 똑 따다 만든 것처럼 사랑스럽고 조그만 파랑새"는 뭐냐고 자신을 향해 묻는다. 돌시의 말에 속으로 사랑스럽고, 조그만 파랑새가 여기 어디 있는거냐고 당혹스러워해 대답하지 못한다. 맥켄나가 파랑새임을 상기하던 찰나, 카프멘이 속마음을 듣는다는걸 뒤늦게 떠올려 이런 생각해도 되는거냐고 생각하면서 황급히 카프멘을 본다. 카프멘이 자신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은 것처럼 돌시만을 바라보고 있자, 조금은 안심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카프멘이 이 일에 대해서 모를리가 없겠다며 속마음을 들을 수 없는 돌시를 제외하고 이 세상에 카프멘이 모르는 비밀이 있는거냐고 생각한다. 다시 돌시가 던진 묘한 말을 신경쓰다가 눈 깜짝하지 않은채 여기 파랑새가 어디 있냐고 되묻는다. 돌시는 눈썹을 치켜올리고선 맥켄나를 가리키며 저기 "사랑스럽고 조그만 파랑새"가 있지 않냐고 대답하는 동시에, 세상에 저렇게 "사랑스럽게 날개짓하는 파랑새"가 있냐며 감탄한다. 카프멘을 쳐다보며 속으로 '돌시가 자꾸 파랑새 파랑새 하는데, 진짜로 파랑새로 보여서 파랑새라고 하는 것 같냐, 아니면 그냥 파란 머리라서 파랑새라고 하는 것 같냐.'라고 묻는다. 카프멘은 자신 쪽을 쳐다보지 않은 상태로 짧고 빠르게 고개를 젓는다. 카프멘도 모르는 것 같다 생각하는 동시에, 돌시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말했던 걸 떠올린다.

그때 돌시는 맥켄나에게 다가가고, 영문을 몰라하던 맥켄나는 뭔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채 줄행랑친다. 돌시는 황급히 맥켄나를 쫓아간다. 몇 시간 후 돌시는 제정신을 차리고는 돌아가고, 카프멘 역시 나중을 기약하고서 돌아간다.

ㅇ후 집무실에서 맥켄나와 만난다. 여전히 기겁해하며 얼굴이 새파래져 대체 그건 뭐였냐고 묻는 맥켄나에게 용일지도 모르지만 아닐지도 모른다며 돌시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맥켄나는 더욱 얼굴이 새파래져 '왜 그 용이 나한테 파랑새라고 말했냐'고 겁에 질려한다. 뭘 잘못 먹은거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맥켄나는 뭘 잘못 먹었다고 대답하고, 이에 사랑의 묘약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고 여겨 고개를 젓는다. 팔을 문지르던 맥켄나는 "날 쳐다보고 '파랑새!'하는데, 심장이 쿵 떨어지는줄 알았다."라며 기겁해하고 이 상황에 뭐라고 말을 해주어야하냐며 어색하게 웃는다.

맥켄나는 그제야 뭔가가 생각난듯 탄식하고서, 그 이상한 용 때문에 급한 볼 일을 까먹었었는데, 종교 행사 때문에 급히 문의할 일이 있어서 왔다며, 이름 높은 성자가 순례를 떠났는데 이쪽으로 지나간다 한다고 보고하고서, 그에 관한 일을 전해주며[30], 그들은 예언이라 하는데 그게 뭐가 예언이냐며, 축복이라고 덧붙인다. 맥켄나는 대체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다닌다는데 서대제국에서도 환영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권한다. 성자가 미래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준다면 서대제국 국민들이 좋아할거라며, 여로모로 혼란스러운 시기이니 미래에 대한 축복이 사람들어게도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하인리에게 물어보아야하지 않냐고 물으면서도 일단 환영 행사가 결정되고 나면 그걸 진행할 방법은 자신이 고르는 게 맞지만, 행사를 열지 말지는 하인리의 선에서 결정해야하지 않냐고 생각한다.

맥켄나는 시름에 잠긴 얼굴로 한숨을 내쉬곤 하인리가 오기 전에 성자가 서대제국에 도착할 것 같다고 대답한다. 정말이냐고 되물으면서도 옆 나라에서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면서 이쪽으로 올 때까지 행적을 놓쳤냐고 의아해한다. 맥켄나는 그 일 이후, 성자도 부담이 됐는지 이후로는 행적을 감추고 이동했고, 서대제국 역시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 마력석을 회수하러 돌아다니던 서대제국 일족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보고한다. 확실히 애매하다고 납득한다. 자신이 하인리를 대신해 성자를 맞이하거나 행사를 열어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성자가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하는데 굳이 환대하게 맞이해야하는지가 문제임을 간파한다. 함부로 성대한 환영 행사를 베풀었다가 성자가 기분이 불쾌해져서 악담을 퍼부으면 여론이 좋아지긴 커녕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그렇다고 성자를 모른 척 보냈다가 이 일이 알려지면 국민들은 '옆 나라는 모셔놓고 환영 파티를 해줬는데, 우리는 그냥 보내냐'고 불만을 가질지도 모르는데다, 하인리가 자리를 비운 시기이니 그 불만의 표적이 자신이 될 거라고 판단한다

생각 끝에 일단 이야기해보자고 결정을 내린다. 자신의 결정에 괜찮겠냐고 묻는 맥켄나에게 이에 공개적으로 환영 행사를 열지 않고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도울게 있는지 물어볼거라고 대답한다. 성대한 환영 인사를 열었다간 성자가 싫어할테고 성자가 지나가는걸 알면서도 모른척해주면 국민들이 항의할테니 중간 점에서 타협점을 찾겠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이도저도 아닌 방법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이도저도 하기 곤란할 땐 중간지점을 찾는 수 밖에 없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도 있지만 이 경우엔 가만히 있는 것도 좋은 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맥켄나는 위치를 확인해 보고하겠다고 말한다.

사흘 후 랑드레 자작과 측근 호위 몇 명, 행인으로 위장한 근위기사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함으로 상당한 무력을 갖췄고, 일이 생기면 새로 변해 가장 먼저 정보를 전할 수 있는 맥켄나를 대동하고서 성자를 맞이하러 간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들판에서 쉬어가는 여행객처럼 위장한채 성자를 기다리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신관복을 입은채 걸어오고 있는 성자를 목격한다. 호위 한 명 데리고 있지 않았고 몹시 지친 표정인 성자를 보고 '순례하는 성자'나 '예비 대신관'같은 느낌은 안 난다고 생각하면서도겉모습으로만 보고 판단해선 절대 안 된다고 판단한다.[31]

그 순간 다리가 아파 죽겠다는 표정으로 힘없이 걸어오고 있던 성자 역시 자신과 일행을 목격하고, 멈춰서서 자신과 일행을 쳐다본다. 성자는 '몰래몰래 다녀도 어찌들 이리 잘 알아내고 찾아오시냐'고 감탄한다. 간이의자에서 일어나 랑드레 자작의 부축을 받아 성자의 곁으로 다가가 성자에게 바쁜 걸음을 자신이 방해했냐고 묻는다. 성자는 힘없이 웃으면서 예상하지 못했던지라 놀랐을 뿐이라며 직접 나와서 맞이해줄 줄은 몰랐다며 인사를 올리고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한단 말을 들었지만, 대신관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은 적도 많은데 모른 척 보내긴 어려웠다고 대답한다.

성자는 정확히 자신을 짚어 황송하다고 인사를 올리고, 순례길에 올랐다고 들었는데 혹시 자신이 도울 일은 없는지를 묻는 동시에 있다면 말하라고 대답한다. 이에 성자는 쭉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며, 사실은 마차나 말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면 순례가 아니게 되는지라 청할 방도가 없다고 대답하고서 민망한 웃음을 터트린 후인사를 하더니 랑드레 자작을 보곤 자신에게 작은 목소리로 '고직하고 정직한 사람이지만, 옳은 뜻을 가지고 행동한다 해서 언제나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속삭인다. 그 말에 무슨 소리냐고 의아해하던 찰나 성자는 맥켄나 쪽을 보더니 혀를 크게 차고서, 맥켄나의 말에 더 반응하는 대신 자신 쪽을 쳐다본다. 축복을 받으면 좋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해줄 줄은 몰랐다며, 생각보다 더욱 의미심장하게 군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채 덩달아 성자를 쳐다봤으나, 성자는 자신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이고는 큰 목소리로 "서대제국 사람들은 황후 폐하께서 이곳(서대제국)에 오신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겁니다. 피를 불러오는 황제가 황후 폐하를 만나 본성을 눌렀으니까요."라고 외친다.[32]

성자의 말에 행인과 여행객으로 위장한 근위기사들이 흠칫해 자신의 쪽을 힐긋거리는 사이, 성자는 자신을 향해 인사를 올린 후 몹시 바쁘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성문으로 걸어간다. 성자가 가고 난 후 성자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왜 나한테만 저렇게 불길하게 그러냐'고 툴툴거리던 맥켄나는 아까 성자가 자신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던 것에 대해 뭐라고 말한거냐고 질문한다

성자가 자신에게 남긴 말[33]을 떠올려 그에 대해 이렇게 들어서는 별 말이 아니라며 아이가 여럿인 모든 가정이 다 원하는 일일테고, 그냥 덕담이라고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이 아무 것도 아닌 말을 성자가 굳이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자신에게만 속삭이며 전했다며 찝찝해한다.자신이 성자를 보고 오겠다며 나갔다는 걸 아는 시녀들이 성자가 자신에게 뭐라고 했는지 궁금해해 질문세례를 해댐에도 완전히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어하며 '하인리가 날 만나서 다행이였다'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하다고 생각해 그냥 말없이 웃기만 한다. 이에 대해 랑드레 자작은 성자가 '하인리 황제가 나비에 황후를 만난 걸 서대제국 사람들이 감사해야한다'고 말했다고 알려주며, 그 말에 시녀들은 하나같이 좋아한다.[34] 랑드레 자작은 온순하게 웃으면서 근위기사들도 들었으니 곧 이야기가 퍼져나갈거라며 성자도 어쩌면 이렇게 대놓고 그 이야기를 한 걸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성자가 랑드레 자작에 대해서도 묘한 말을 남겼단 말을 전하지 못하고 그냥 고맙다고 중얼거린다.

이틀 후 하인리가 돌아오자 성자가 한 말을 남김없이 전해준다. 하인리는 떨떠름해 '애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다는거냐. 그냥 덕담할 말이 없어서 한 말 아니냐.'라고 되묻는다.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하인리도 이 예언이 이상하단 눈치라고 생각한다. 성자가 맥켄나를 보고 혀를 찼다는 이야기 역시 전해준다.

하인리는 맥켄나에 대한 이야기에는 낄낄 웃다가, 랑드레 자작의 이야기는 진지하게 받아들여, 마력석을 회수하러 간 곳에서 또다시 4기사단 소속 기사를 보았다고 알려준다. 이에 4기사단 소속 기사가 무언가 알고 왔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이번에도 이전처럼, 그냥 마력이 사라진 사람 근처를 떠돌면서 증거를 찾으려한 듯 했다고 알려준다. 혹시 싸움이 붙었냐고 물었으나 하인리는 이전에 만난 4기사단 기사들과는 어쩔 수 없이 싸웠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마력석을 회수하기 힘들었다고 말했기에 이번에도 4기사단 기사들을 만났다는 것을 걱정하는 동시에 마력 감소 현상이 벌어진 곳에서 자꾸 누군가의 습격을 받는다면 4기사단은 분명 이 점을 이상하게 여길 것이고, 마력 감소 현상 주위에 증거가 남아있을거란 심증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이윽고 하인리는 일부로 다른 사건으로 시선을 돌린 다음 회수했다고 알려주면서도 계속 이렇게 할 순 없을거라고 말한다.

하인리와의 대화가 끝난 후 4기사단의 눈을 피해서 마력석을 회수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상대를 기절시키고 회수하는 방법 상대의 시선을 돌려서 회수하는 방법 은 하인리가 사용했다는 방법이고 효율적이지만, 거듭되면 수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제외한다. 상대를 방심시키고 회수하는 방법을 떠올리지만 상대가 방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판단해 모두 제외하고 세 가지 방법 외에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판단한다.

케트런 후작이 환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단 걸 떠올려 케트런 후작에게 도움을 받는 방법을 생각하자마자, 안 된다고 판단한다. 케트런 후작은 하인리가 마력 감소 현상을 주도했다는 걸 모르는 눈치였고, 하인리와 자신에게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아직 하인리는 그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누르지 않았기 때문. 케트런 후작이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해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하인리의 일을 돕게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길게는 안 되지 않겠냐고 보류하다가도, 한 두 번의 도움이 어디냐며, 마력석이 수백 개 흩어져 있더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돌시에게 도움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보지만, 마법을 가르쳐 주는 일조차 보석을 그렇게 많이 받아 먹었는데, 마력석을 회수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판단해 보류한다. 그래도 말이라도 해보자고 판단하다가도, 마력석 회수에 대해 돌시가 눈치채면 어떻게 나올지를 걱정한다.

결국 홀로 방법을 고민하다 커다란 대야에 받아둔 온수를 손으로 쳐댄다. 그때 돌시가 다가와 '설마 그걸 수련이라고 하는건 아니겠냐'고 묻는 바람에 놀라서 돌시를 쳐다본다. 온수에서 손을 꺼내지 않은채 돌시를 빤히 쳐다보지만, 돌시는 헛기침을 하고서 시선을 피하고 이를 자신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다가 갑자기 파랑새를 쫓아 나간 일은 기억난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시는 3초 만에 좋은 수련 방법이라고 말을 바꾸고서 뻔뻔하게 방긋 웃으면 계속하라면서 손을 젓는다. 이에 그냥 물놀이를 하고 있었을뿐이라고 생각해 물에서 손을 빼고서 수건에 손을 닦는다.

돌시는 '주위 사람들을 좀 물려보라'는 시선을 보내고, 시녀들과 랑드레 자작에게 자리를 벌려달라고 부탁해 시녀들과 랑드레 자작이 물론 멀리 떨어지지 않았지만 거리를 만들어주게 한다. 시녀들과 랑드레 자작이 자리를 비켜주자마자 돌시는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는지 황급히 '전에 내가 본 파랑새는 여기서 기르는 새인거냐'고 묻는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해 입을 다문다. 돌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기우뚱하며, '분명 파랑새가 포닥포닥 귀엽게 날아가고 있기에 쫒아갔는데 갑자기 사라졌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새가 없었다'고 중얼거린다. 새는 없지만 파란 머리는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돌시는 카프멘에게 혹시 사랑의 묘약에 환상을 보는 효과도 있냐고 묻지만, 카프멘은 고개를 젓는다. 이에 돌시는 '혹시 궁전에서 파랑새를 기르냐'고 자신에게 묻는다. 차마 안 기른다고는 못하겠다며, 맥켄나가 새로 변해 날아가다가 들키면 용이 거짓말을 눈치채고 포악해질까봐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정말로 궁금한 질문이라고 여겨 새를 기르긴 하지만, 왜 묻냐고 묻는다. 돌시는 '왜긴 왜냐, 귀여워보여서다.'라고 대답하고 약효 때문에 귀여워보인거라며, 지금은 약효가 풀렸을텐데 굳이 그 새를 찾을 필요가 있냐고 지적하면서도 사랑의 묘약에 취해서 사람인 맥켄나를 새로 봤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돌시는 그렇다고 수긍하지만, 히죽 웃으면서 '그런데 그 느낌 좋았고, 생각해보니 새니까 한 마리 길러도 될 것 같다'고 대답한다.

맥켄나를 떠올린 찰나, 하필 그때 맥켄나가 들어온다. 옆구리에 뭔가를 끼고 다가오던 맥켄나는 돌시를 보자마자 굳어서 멈춰서고, 눈을 굴리면서 입을 열지 못하는 게 상대가 용이란 걸 알고 나니 새삼 두려운 듯 하다고 생각한다. 파랑새 노래를 부르던 돌시도 사랑의 묘약이 없으니 맥켄나가 파랑새로 보이지 않는듯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이를 보고 처음 카프멘과 함께 왔을 때라고 생각하다 맥켄나의 눈치를 살피며, 돌시에게 '궁전에서 기르는 파랑새 중 한 마리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한다.

돌시는 기대하겠다는 말을 남긴채 카프멘을 데리고 가버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맥켄나를 쳐다본다. 돌시가 카프멘을 데리고 멀어져서야 가까스로 어깨의 긴장이 풀린 맥켄나의 모습에 '파랑새가 된 맥켄나가 돌시에게 마력석 회수를 부탁하고, 돌시가 나서준다'는 방법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하면서 맥켄나를 대놓고 바라본 탓에 이를 눈치챈 맥켄나는 '왜 절 그런 눈으로 보시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발뺌해보지만 맥켄나는 아닌게 아니라며, 방금아주 계산적인 눈으로 쳐다봤다고 추궁한다. 재차 아니라고 발뺌한다.

갑자기 온 하인리가 자신을 포옹하자 '갑자기 포옹이라니 왜 이러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자신이 보고 싶어서 왔다며 귀염을 떨더니, 몇 번이고 연겨푸 자신의 뺨에 입을 맞추고서 나가고,마력석 회수 때문에 또 자리를 비워야해서 저런거냐고 생각한다. 하인리가 입을 맞추고 간 부위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손으로 하인리의 손이 닿은 피부를 눌러본다. 뱃속 아기에게 '엄마가 아빠랑 뽀뽀할 땐 네가 눈을 감도록 해라'라고 속삭이고, 업무를 본다.

몇 가지 업무를 한 후 시간이 되어 방에 돌아간다. 저택과 영지를 너무 오래 비운 탓에 동대제국으로 돌아가야하는 트로비 공작부부와의 식사를 위해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갈아입고 벗어두었던 망토를 걸치려던 찰나 얼굴을 붉힌채 다가온 마스타스가 부탁할게 있다고 말하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작은 쪽지를 자신에게 내민다. 쪽지를 받아들고 무엇이냐고 묻는다. 귀까지 빨개진 마스타스는 코샤르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로라는 놀라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마스타스의 등짝을 때리며 고백이냐고 묻지만 마스타스는 황급히 아니라고 대답하고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괜찮겠냐고 부탁한다. 내용을 궁금해하면서도 부탁을 수락해 쪽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트로비 공작부부와의 식사를 하기 위해 코샤르에게 가는 내내 내용을 신경쓰다가 견디기 힘들어한다.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다 몇 번 마스타스가 코샤르를 좋아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했던 걸 떠올려 정말로 마스타스가 코샤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코샤르가 마스타스와 이어진다고 해도 자신은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샬렛이 코샤르와 공식적으로 청혼했고, 코샤르도 샬렛과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데, 마스타스가 코샤르를 좋아하게 되면 세 사람 사이에서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식당 앞에 서 있던 코샤르와 마주친다. 코샤르에게 다가가 왜 여기 있냐고 묻는다. 코샤르는 웃으면서 같이 들어가려한다고 대답하고서 자신을 에스코트를 해주겠다는 듯 팔을 내밀고 코샤르의 팔을 잡으려하다가 코샤르에게 편지를 먼저 주는 게 낫다며, 트로비 공작부부가 보는데서 주면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코샤르에게 내밀며 마스타스가 쪽지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알려준다. 코샤르는 마스타스가 자신의 시녀임을 기억하고, 코샤르가 쬐지를 읽어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먼저 식당에 들어가겠다고 대답하고서 식당에 들어간다.[35]

식사 내내 트로비 공작과 영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트로비 공작은 자신을 사랑하는만큼 트로비 영지도 사랑했기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둔 영지를 많이 걱정하는 눈치였고, 그 애정을 알기에 몇 번 아쉽다는 말만 하고서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사실 트로비 공작부부가 서대제국까지 와서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어준 것만으로 몹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트로비 공작부인에게 서대제국에 남아 있을거냐고 묻는다. 트로비 공작부인 역시 이것저것 살필 게 있어서 가야한다고 말한다.

도중에 트로비 공작부인은 자신의 배를 쳐다보고서 웃는다. 이제는 배가 제법 나와 있었지만 평소에는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기에 부른 티가 나진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트로비 공작부인의 눈에는 자신의 배도, 뱃속 아기도 훤히 들여다보인다고 생각한다. 손주를 보려면 지금 가는 게 낫다는 말에 수긍한다. 힘들지 않냐고 묻던 트로비 공작부인은 자신의 배 위에 손을 대보다가 '나 때보다 배가 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중얼거리고, 요즘 부쩍 손발이 많이 저린다고 말한다. 하인리가 시시때때로, 손과 발,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지만 마력석 회수 때문에 아예 자리를 비우는 횟수도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트로비 공작부인으로부터 몇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트로비 공작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코샤르의 안색이 안 좋은 걸 본 트로비 공작은 코샤르에게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 트로비 공작부인과 함께 코샤르를 쳐다본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코샤르는 대번에 아니라고 부정한다. 표정으로 봐선 거짓말처럼 들린다며, 아파서 안색이 나쁜 게 아니라, 편지 때문에 안색이 나빠진거라는 생각을 하며 식당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기다릴 때는 안색이 좋았던 걸 떠올려 의문을 품는다.

식사가 끝난 후 코샤르에게 답장은 없냐고 물었으나, 코샤르는 대번에 정색하고 그 말에 더욱 의문을 품는다. 못할 말이라도 했냐는듯 없다고 딱딱하게 딱 잘라 말하는 코샤르의 태도에 정말로 곤란한 쪽지를 써서 보낸거냐고 생각한다.

집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코샤르가 쪽지를 내밀어 마스타스에게 전해달라고 말하면서 품고 있던 의문점에 대해 확신한다. 답장은 없을거라고 했다고 대답해보지만 코샤르는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오해가 있을거 같다고 말한다. 무슨 오해냐고 되물었으나 코샤르는 말할 수 없다며, 마스타스에게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고 대답한다. 속으로 실례니 뭐니 할 정도의 얘기냐고 황당해한다.

코샤르의 답장을 마스타스에게 전해준다. 자신이 건넨 편지를 잔뜩 긴장해서 받아들이는 마스타스를 보고 초조해보인다며 편지를 받아든 손이 떨릴 정도라고 생각하다가, 대체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보고 싶어한다. 말하고 싶은 내용이였다면 마스타스가 미리 말했을거라며, 지금 자신이 생각해야할 건 마스타스와 코샤르가 주고받는 편지가 아니라 마력석을 4기사단의 의심을 받지 않고 회수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호기심을 접기도 전에 편지를 펼쳐 내용을 확인하던 마스타스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더욱 의아해해 무슨 일이냐고 생각하고서 다가가려한다. 마스타스는 눈가를 비비더니 괜찮다고 웅얼거리고서 황급히 나가버리고, 과자를 만들어온 로라 역시 마스타스를 보고서 당황해한다. 왜 저러냐는 로라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밖에 나간 마스타스는 자신이 과자를 다 먹는 동안에도 돌아오지 않다가 눈이 퉁퉁 부은채로 돌아오고, 예리한 주베르 백작부인조차 마스타스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추측하지 못한채로 하루가 지나간다.

목욕을 하기 위해 침실에 들어와 옷을 벗었을 때쯤 망토를 정리해주던 로즈가 망토에서 연분홍색의 쪽지를 발견해 자신에게 건낸다. 자신이 코샤르에게 건낸 마스타스의 쪽지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자마자, 분명 코샤르에게 쪽지를 건냈고, 코샤르도 쪽지를 받고 답장까지 해줬다며 혼란스러워한다. 황급히 욕실로 들어간다. 시중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는 로즈에게 15분 정도 후에 들어오라고 지시한다.

욕실에 들어오자마자 쪽지를 펼쳐보지만 그 내용[36]에 경악한다. 마스타스가 코샤르에 대해 누굴 쓰러뜨릴까봐 걱정되는 게 아니라, 쓰러질 걸 걱정하는 것임에 기겁해하다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마스타스가 코샤르에게 보낸 편지였다는 것에 신경을 쓰는 동시에 자신이 건냈고, 코샤르가 읽고서 답장까지 한 그 쪽지는 뭐냐고 혼란스러워한다. 혹시 자신이 쓴 편지인거냐고 생각해보지만, 그런 편지를 써서 주머니에 넣어둔 기억은 없다고 판단하며 어쨋든 실수를 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욕 가운을 벗지 않은 채 곧장 욕실에서 나와 로즈에게 코샤르를 불러달라 부탁한다. 주베르 백작부인의 도움을 받아 편한 실내복으로 갈아입고서, 응접실에 나온다. 코샤르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오고, 시녀들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한다. 코샤르에게 마스타스의 편지를 건네며 자신이 실수했다며, 이게 마스타스가 전해달라한 쪽지이고, 처음에 건네준 건 다른 거였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코샤르는 자신의 말을 듣자마자 몇 번 눈을 깜박거리더니 사색이 된 얼굴로, 입을 벌리고서 자신을 쳐다보다가 '그러면 네가 팡팡......'[37]이란 말을 중얼거린다. 무슨 소리냐고 황당해해 미간을 구기고서 코샤르를 쳐다보지만, 코샤르는 황급히 정색하고서 고개를 젓는다. 그 모습이 더 수상해보인다고 생각해 손을 내밀고서 편지를 받고서 마스타스에게 새로 답장을 써줄 것을 부탁하며 마스타스에겐 자신이 사과할거라며 자신의 실수였다고 대답한다. 이어서 가지고 있던 쪽지는 돌려달라고 부탁하며 아무래도 자신의 편지인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코샤르는 벌떡 일어나서 그 편지는 버렸고,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한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였기에 왜 저러냐며 더욱 수상해하다, 무슨 내용이였는지는 말해달라며, 기억은 나냐고 묻는다. 하지만, 코샤르는 잊어버렸고, 기억이 안 난다고 재차 거짓말하고서 답장은 다시 써서 마스타스에게 보내겠다고 대답하자마자 소파를 뛰어넘으며 달아나버리고, 대체 무슨 내용이였냐고 더욱 당황한다.

트로비 공작부부가 동대제국으로 간 후 따뜻한 음식을 먹고 있던 와중, 반짝거리는 얼굴을 한 마스타스로부터 성자가 '황제 폐하는 황후 폐하를 만난 걸 하루에 세 번씩 절하면서 감사해야한다'고 말했던 이야기가 알음알음 퍼지고 있다고 보고받는다. 이야기가 와전된 것 같다고 당황해했으나, 마스타스는 원래 소문은 그런거라며, 어쨌든 다들 그러고 있다고 대답하고는, 오면서 제일 인상적이였던 소문을 읽어주겠다며 자켓 주머니에서 쪽지[38]를 꺼내 읽고, 이를 어린아이가 예법 선생 앞에서 책을 읽는 톤이지만, 그 내용은 민망하다고 생각한다. 마스타스는 참고로 이 말을 내뱉은 건 서쪽 성벽의 위병이였으며 몰래 땡땡이치며 이야기했고, 원래는 보고하러 왔는데 이러길래 그냥 두고 왔다고 대답한다. 이런 소문이 돌 걸 의도하고서 성자를 만난 건 아니라며 성자를 만나지 않았다가 국민들이 싫어할까봐 만난 거지만, 막상 예상 외로 좋은 이야기가 터졌기에 성자가 고마워졌다고 생각한다. 이내 이렇게 되면 하인리의 이미지가 좀 이상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어색해한다.

어색한 기분을 감추기 위해 과자를 먹고 있던 중 마스타스의 얼굴이 유난히 광택이 돌고 있는듯 반짝거리고 있음을 심상치 않게 여긴 주베르 백작부인은 마스타스에게 혹시 다른 소문은 없던거냐고 추궁한다. 그 말에 마스타스가 놀라자, 주베르 백작부인은 턱을 괴고서 눈을 짖궂게 뜨더니 단순히 그 소문으로 좋아하는 얼굴이 아닌다고 예리한 질문을 한다. 마스타스는 아니라고 부정했으나, 주베르 백작부인은 재차 아닌게 아니라고 추궁하고, 마스타스는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주베르 백작부인이 나가서야 마스타스는 코샤르에게서 새 답장이 왔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얼굴에 광택이 났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그 일에 대해서는 자신도 마스타스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먼저 말을 꺼내주어서 다행이라고 판단함과 동시에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편지를 바꿔서 전달했단걸 뒤늦게 알았다고 사과한다. 마스타스는 괜찮다고 대답하자마자 쑥스러운 걸 참으려는듯한 표정으로 새로 받은 답장은 매우 맘에 들었다며, 코샤르가 원래 받은 편지의 내용이 너무 남사스러워서 처음에 그런 답장을 해준거였고, 미안하다고 식사를 대접해주겠다고 했단 걸 전한다. 마스타스에게 잘 됐다고 대답해주자마자 마스타스는 도망치듯 나가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주저앉는다. 전 날 코샤르의 반응으로 치솟았고, 간신히 눌렀던 불안감을 다시 느낀다. 원래 받은 편지 내용이 너무 남사스러웠단 것에 대체 무슨 내용이였냐며 누가 쓴 거냐고 궁금해하는 동시에 답을 알고 싶지 않아한다.

마력석을 회수하러 갔던 하인리가 폭우를 맞고서 돌아오자 그를 걱정하지만 하인리는 괜찮다며, 그냥 따뜻한 물로 씻고 푹 자면 된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다음 날 목감기에 걸려 아예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된다. 하인리가 목을 부여잡는 걸 자기 목을 붙잡고 의사소통이 안 되며 열은 참을 수 있지만 말이 안 통하는 게 괴로워보인다고 여긴다. 하인리의 손을 잡고서 '내가 간호를 할테니 염려 말라'고 나선다. 맥켄나는 감기에 옳으면 큰일나니 자기가 간호하겠다'고 만류한다. 하인리는 지금 목이 잠겨서 아예 남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고, 이럴 때는 그의 눈빛만으로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자신이 곁에 있어야한다고 판단한다. 지금 하인리는 말이 안 통해서 힘들어하니, 이럴땐 하인리를 이해하고, 필요를 하는걸 바로바로 줄 수 있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하인리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걸 맥켄나보다는 자신의 간호를 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맥켄나는 '말은 내가 더 잘 통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황당한 소리를 한다며 하인리는 자신의 간호를 받고 싶어하고 지금도 그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맥켄나와 같이 하인리를 간호하기로 결정해 인자하게 웃으며 하인리에게 오늘은 하루종일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한다. 이후 하인리를 간호하다가 깜박 잠에 든다.

이상한 꿈[39]을 꾸다가 깨어난다. 하인리가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보고 그제야 간호하다가 깜박 잠에 들었음을 알아챈다. 하인리는 왜 이렇게 자고 있냐며, 맥켄나는 어쩌냐고 묻는다. 언제 잤는지는 기억난다고 생각해 맥켄나가 많이 힘들어보여서 가서 자라고 했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맥켄나가 나간 후 하인리의 얼굴을 샅샅이 관찰하다가 잠든 것임을 상기한다. 하인리는 '맥켄나는 나비에가 가라고 말했다고 간 거냐'고 묻는다. 그 말에 속으로 표정 험악하게 하지 말라고 불쾌해하다 맥켄나가 안 가겠다고 하는 걸 보냈다며, 그는 늘 바쁘다고 대답한다. 하인리의 표정이 몸이 낫자마자 잔소리를 퍼부을 표정이라고 생각하고서 얼른 하인리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려 몸은 좀 어떻냐며,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질문한다. 말을 돌 린걸 알아챈 하인리는 '지금 말을 돌리고 있단 건 알지만, 넘어가주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잡지 않은 손으로 목을 감싸고서 괜찮다며 이젠 목도 안 아프다고 대답하며 어릴 때부터 하루만 아파도 바로 나았다고 자랑한다. 다행이라고 말하며 전 날 자신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어쩌면 전 날 자신이 간호해줘서 빨리 나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하고서 정말이라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중얼거린다. 하인리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쳐다보지만, 하인리는 시선을 피하다니 몸을 일으키고는 배고프다고 중얼거린다.

아침 식사는 무조건 가벼운걸로 해야한다고 궁의가 신신당부를 하고 간 후 감자와 버섯을 넣어 만든 수프를 만들어오라고 지시하고서 직접 수프를 하인리의 입에 떠먹여준다. 느낌이 이상하다는 하인리의 말에 자신에겐 잘만 먹여주면서, 막상 자신이 먹여주니 이상하냐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영 이상한듯 계속 수프를 받아먹는다.

아침 식사 후 궁의는 자극적인 음식만 아니라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해도 된다고 허락하고, 정원 내 테이블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한다. 하인리가 많이 배가 고팠는지 평소보다 잘 먹자, 그를 챙기다가 다음엔 비가 오면 비를 피하라며, 맞고만 있지 말라고 잔소리한다. 이에 대해 하인리가 폭우를 틈타서 마력석을 회수하려고 했다고 설명하자 마력석이 문제냐고 묻는다. 그 말에 하인리가 머뭇거리자 마력석이 문제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하인리 본인을 위해서도 서대제국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입을 다문다.

하인리는 웃으면서 그래도 아프니까 좋다며 자신이 걱정해준다고 화제를 돌리고 걱정은 늘 하고 있으니 아프지 말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하인리는 자신이 많이 걱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한거냐고 생각하며 하인리가 웃는 걸 보고 뭐가 그리 좋다고 연신 웃음을 흘려대냐고 답답해한다. 한숨을 내쉬고서 생선 살을 발라 그릇에 놓아주지만, 하인리는 얼른 받아먹고서는 본인도 생선 살을 발라 자신의 입 앞에 내밀어준다. 지금 챙길 때냐고 황당해해 잔소리를 하려하지만 참고서 받아먹는다.

하인리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던 중, 혹시 에르기가 소비에슈에게 원한이 있냐고 질문한다. 이에 하인리는 의아해하고, 소비에슈의 편지를 보고서 자신도 덩달아 그 일기에 적을 때 소비에슈는 에르기가 항구를 노리고서 덤벼든 게 아니라, 애초에 자기를 노렸다고 여겼나고 궁금해한다. 하인리는 포크를 문 채 눈쌀을 찌푸리고서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싫어하는 건 분명하다고 대답하며 에르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하인리에게 에르기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냐고 물었으나, 저주인형이라는 말에 우연이 아니라, 고의일 수도 있다 생각한다.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하인리는 확인할 게 있다며 맥켄나를 데리고서 나가려하고, 어제 그렇게 심하게 앓았으니 쉬면 좋겠다고 말하려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꼭 지금 해야할 일이라고 대답하고서 말도 듣지 않은채 나가버린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할 때, 자신 역시 걱정어린 조언을 무시하고 일에만 몰두했고, 그때 자신을 말리던 사람들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였냐고 생각한다. 어쨋든 아픈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자신만 쉴 수는 없다고 생각해 카프멘에게 건강한 파랑새 한 마리를 보내라는 지시를 부관에게 내리고서 집무실로 가 몇 가지 일을 본다. 일을 마친 후 시녀들, 르베티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방으로 간다.

식사를 하던 중 르베티에게 공부하는건 어떠냐고 묻는다. 르베티는 생각보다 까다롭다며, 조그만 영지니까 어찌어찌 하면 잘 운영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봤다고 말한다. 르베티의 영지 이야기, 자신이 유모를 구해야한다는 이야기, 아가방을 어떤 풍으로 꾸밀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나누던 도중 낮에 하인리에게 물은 질문을 떠올려 주베르 백작부인과 로라에게도 질문한다. 이런건 사람들마다 다양한 관점으로 보기에 예상지 못한 데에서 그럴싸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베르 백작부인은 고개를 기웃하며 에르기 공작이 소비에슈를 싫어하는지도 궁금하다고 대답하고서 말을 하다 말고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고개를 끄덕여 '먼저 말한거니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제야 주베르 백작부인은 에르기가 라스타를 배신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한다. 로라도 푸딩을 쳐대면서 둘이서 한 쌍처럼 붙어다니더니 왜 그랬냐고 대답하고서 푸딩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로즈와 마스타스는 에르기와 라스타에 대해 모르기에 조용히 식사만 한다.

그러나 르베티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눈이 댕그래진채로 처음 듣는단 표정으로 무슨 소리냐고 질문한다.[40] 로라는 덩달아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몰랐냐고 물었으나, 르베티는 모른다며, 둘이 엄청 친하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그런 르베티의 반응에 르베티는 라스타를 피해 외딴 곳에서 지낸데다, 자유를 되찾은 후에는 엄청난 일들을 연달아 겪어서 소식에 어두웠고, 영지 근처 시골에 간 후로도 밖의 일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로라는 르베티에게 에르기가 글로리엠의 친자 검사 날에 신전에 안을 데려갔다고 설명해준다. 그 말에 놀란 르베티는 포크를 내려놓고서 낮아진 목소리로 정말이냐고 물었으나, 주베르 백작부인도 알렌과 라스타가 내통하는 사이라고 확정된 게 그 일 때문이라고 설명해준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르베티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로즈는 주베르 백작부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고서 고개를 젓지만, 주베르 백작부인은 '왜?' 하는 표정으로 로즈를 쳐다본다. 이에 대해 주베르 백작부인은 어차피 비밀도 아니고, 알려면 언제든 알 수 있는 일이니 지금 알려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음을 눈치챈다. 하지만, 르베티는 표정이 험악해진채 입술을 꽉 깨물고서 스테이크를 노려보고 있었고, 주베르 백작부인은 뒤늦게야 '내가 말을 잘못했냐'는 듯이 시선을 보내짓안 로즈는 골치가 아프다는듯 이마를 감싸고서 인상을 구긴다. 평소의 르베티라면 주위의 사람들의 이런 변화를 빠르게 눈치챌텐데 뜻밖의 소식에 많이 놀란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타스와 식사하러 간 코샤르가 식사를 마치고 궁전에 돌아오자, 코샤르를 불러 식사에 대해 묻는다. '편하고 신선하고 귀여웠다'는 말에 얼굴이 굳는다. 잠시 대답하지 않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마스타스가 좋은거라면 샬렛와의 국혼은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떻냐고 충고한다.

다음 날 자신이 코샤르에게 한 말이 샬렛에게는 실례일거라고 걱정하며 샬렛과 코샤르가 결혼을 하게 되면 화이트 몬드는 물론 서대제국에도 도움이 되니 어쩌면 자신은 서대제국 황후로서도 실례를 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어린아이처럼 밝은 얼굴로 마스타스 이야기를 하는 코샤르를 보고 걱정이 돼서 그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코샤르가 마스타스와의 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마스타스 역시도 넋 나간 얼굴을 한채 코샤르가 연약하지만 속은 강단있는 사람이라고 중얼거렸고, 심지어는 자신의 얼굴에서 코샤르를 떠올렸는지 가끔 자신을 곁눈질하며 중얼거리기까지 했기에 자신의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혼자만의 짝사랑이라면 모를까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이 있는 눈치인데 이런 상황에서 코샤르가 가문을 위해 정략결혼을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샬렛에게도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이어서 코샤르가 샬렛에게 자신이 소비에슈에게 받았던 고통을 주는 것도 싫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걱정 끝에 일단 나가서 걷자고 판단단해 집무실에서 나와 걷는다.

코샤르의 결혼에 자신이 한 마디 보탠 것부터가 자신답지 않다며, 왜 전 날에는 그런 말을 해버린 건지 당황해하다, 하인리가 늘 자신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보내와서, 자신이 그런 사랑을 하고 있으니 코샤르도 그런 사랑을 하기 원해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속으로 이건 오지랖이라고 황당해하던 찰나 카프멘과 마주치게 된다. 카프멘이 어색하게 웃는 걸 보고 자신의 생각의 뒷부분을 들은 것이라는 생각에 민망해서 시선을 피했으나, 카프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놀리려는 게 아니라며, 많이 편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무슨 소리냐고 물었으나, 카프멘은 예전에는 황후로서의 모습이나 황후로서의 반응을 보이는데 열중했다고 말한다. 그 말에 속으로 지금은 그렇지 않고, 황후로서의 위엄이 사라졌단 이야기냐고 불편해하던 중 카프멘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내, 카프멘에게 돌시에게 파랑새는 전해주었냐고 묻는다. 지금쯤 돌시는 파랑새를 받았을거라는 말에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카프멘과 헤어진 후 좀 더 걷고 있던 중 기사 한 명이 동대제국에서 자신에게 사람을 보냈다고 알려주자, 집무실로 가 사절을 맞이한다. 부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절 복장을 한 남자를 보고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안다고 생각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사절은 품 안에서 봉인된 서신을 꺼내 내밀고는 하인리가 보낸 서신에 대한 답서라고 설명한다. 하인리에게 보낸 답서인데 자신에게 건네는 걸 보면 안을 찾았다고 여겨 사절에게 수고했다 대답하고 집무실로 돌아와 답서를 열어본다.

이후, 르베티에게 이 답서를 건네며 안을 찾았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소식을 들은 르베티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서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곤 벌써 찾았냐는 반응을 보이고, 놀란 건지 기뻐하는건지 걱정하는건지 알 수 없는 그 표정이 르베티의 심정을 생생히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글로리엠의 친자 검사 날 에르기가 신전에 안을 데리고 나타났단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르베티는 시커먼 구덩이에 빠진 사람처럼 지냈으며, 커다란 원망과 괴로움, 복수심이 그녀를 붙잡은 것처럼 시시때때로 에르기 이야기를 하다가 눈이 서늘해졌기에 티 한점 없이 착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까지 포함해 구김살이 없던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르베티를 두고 라스타와 아버지, 오빠가 같이 죽게 된 후에도 꿋꿋하게 살 길을 찾던 아이였다고 평가함과 동시에, 불시에 또렷한 적이 나타나서인지 요즘 들어서는 정말로 칼 한 자루를 차고 에르기를 찾아가는건 아닐까 하고 염려한다. 이내, 에르기가 칼 한 자루에 당할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르베티와 같이 있던 로라는 그럼 벌써 동대제국으로 돌아가는 거냐고 묻는다. 르베티는 두 손을 모으고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어떻게든 하나뿐인 혈육을 책임져야한단 생각은 했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니 겁이 나는 듯 하다고 생각한다. 로라는 간단하다는 듯이 서대제국으로 안을 데리고 오면 되지 않냐고 말했으나, 라스타와 안의 외모 및 관계[41]를 눈치채고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아 말을 바꾼다. 자신도 로라의 생각에 수긍하고 서대제국의 수도 밖에 집을 얻어주더라도 안을 궁전에서 키울 순 없을테고, 그렇다고 서대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르베티에게 안을 데리고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잠시 머뭇거리던 르베티는 일단은 안을 찾아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겠다며 원래는 안을 림웰 영지에다 데려다 놓을 생각이였지만, 본인이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이 괴롭힐 수도 있으니 그 점은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해 시무룩해한다. 덩달아 기운이 없어진 로라는 어쨋든 동대제국에 돌아가긴 하는거냐고 묻고, 르베티도 이를 수긍해 자신에게 동대제국으로 돌아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르베티에게 동대제국은 르베티의 나라이며, 서대제국 황궁 안에서 안을 기를 수는 없지만, 멀지 않은 곳에 집을 구해줄 순 있다고 말해주며 르베티의 조카라지만 안은 귀족이 아니어서 사교계에 나설 일은 없고 아직 나이도 어리니 넓은 정원이 딸린 커다란 저택을 구해주면 그 안에서 놀아도 충분하며, 안이 성장해서 저택 밖을 돌아다닐 나이가 되면 르베티가 데려갈거라고 생각한다. 이에 르베티는 "감사해요. 언제나요. 늘. 황후 폐하는 늘 제 영웅이에요."라고 말하며 감사를 표하고는 두 손을 모으고 작은 목소리로 "난 한 게 아무 것도 없는데."라고 중얼거리고,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정말 르베티의 영웅이어서가 아니라 지금 르베티에게는 의지가 될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르베티가 의지하고 싶어서 자신을 단단한 기둥처럼 여기고 있는데, 거기다 굳이 자신은 단단한 기둥이 아닌 물렁한 기둥이라고 말해 줄 필요가 없어서 딱히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던 중 뭔가를 떠올리고 르베티에게 한 가지 당부할게 있다고 말한다. 르베티가 뭐든 말하라고 대답하자 르베티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동대제국에 다녀오는 동안 행동을 조심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이 말에 놀란 르베티는 눈을 댕그랗게 뜨며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우시냐'는 표정을 짓는다. 르베티가 못 미더워서 하는 충고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르베티 때문이 아니라 여러모로 상황이 복잡하고 초국적 기사단 기사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설명해준다. 르베티는 그런 사람들하고는 관련될 게 없다고 말하며 어리둥절해하고, 이에 대해 혹시 모른다고 말한다. 르베티는 초국적 기사단과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자신이 걱정하는 건 초국적 기사단이 아니라 에르기 공작에게 생겨버린 르베티의 적의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라스타는 죽었고 르베티는 원래부터 여러 가지 악연으로 얽혀 있던 라스타 뿐만이 아니라, 아버지와 오빠가 처형당하는 힘든 일을 겪고도 라스타에 대한 적의로 사람이 변하진 않았다는 걸 상기한다. 하지만 에르기는 라스타와는 다르게 상처 하나 없이 눈에 훤히 보이는 적이었기 때문에, 복수심에 가득 찬 르베티가 만에 하나라도 에르기와 얽혀서 괴로워지거나 이상한 상황에 빠지는 걸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결국 르베티도 자신의 말을 수긍해 고개를 끄덕이고선 활짝 웃으며, 얌전히 안만 챙겨서 돌아오겠다고 대답한다.

자신과 하인리의 방 맞은편에 아기방을 꾸미기로 결정한다. 이후 궁전은 아기방을 꾸미고, 아기가 사용할 장난감과 아기용품을 준비하고, 아이가 걸음마를 뗏을 때 다치지 않도록 푹신한 카펫을 복도 전체에 깔아두고, 아이가 힘들 때 잠시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들고, 복도에 더 많은 병사를 배치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벽에 장식을 거는 등 분주해진다. 부른 배를 끌어안은채 자신의 첫 아기가 누릴 일상을 신중하게 고르면서도, 하인리가 만들고 있는 둥하를 몰래 치워버릴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아기에 대해 공부하고 아기 용품을 준비할수록 아기란 존재가 얼마나 조그맣고 연약한지 알았기에, 막연히 생각해도 둥지는 영 아니었는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하인리가 만든 그 엉성한 나뭇가지 둥지에 자신의 아기를 두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인리도 나름대로 둥지를 꾸미느라 바빠진데다, 요즘에는 둥지에 장식할 보석들을 가져와 자신에게 어느게 더 예쁘냐고 물어보고, 맥켄나 역시도 어디서 실크 무더기를 모아와서는 그걸로 둥지를 만들겠다고 뛰어다니고 있었고, 둥지를 만들 때는 새의 모습이여야했다보니 집무실에 가는 내내 새의 모습으로 변신한 둘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한다.

결국 아기가 좀 더 큰 다음에 둥지에 올려두면 안 되냐고 질문했으나, 맥켄나는 아기 때는 몇 시간은 무조건 새의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새 모습일 때 꼭 둥지에 있을 필요는 없지 않냐고 않냐고 물었으나, 맥켄나는 새 모습일 땐 둥지가 가장 편하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자신은 새였던 적이 없으니 뭐라 반박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실크 둥지에 쓸 실크와 장식할 보석을 고르기 위해 응접실에 모인다. 하인리와 맥켄나는 실크의 촉감을 온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새로 변신하고 둘에게 실크를 둘러주었다가 벗기는 작업을 계속하던 중 밖에서 랑드레 자작이 자신을 부른다. 이 일을 위해 시녀들을 다 물린 상태였던지라 직접 문으로 가 랑드레 자작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고는 복잡한 일을 해야하니 웬만하면 방해하지 말라고 했던 걸 떠올리던 찰나 돌시가 왔다는 보고를 듣는다. 돌시가 왔다는 보고를 듣고 예전엔 오면 무조건 알리라고 당부해뒀다고 생각하던 찰나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있던 맥켄나는 굳어버린다. 하인리는 그게 웃긴지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웃어대다가 탁상 위로 떨어지고 둘을 보면서 속으로 '가끔 보면 바보 같다. 새가 될 때에는 약간 머리도 새처럼 변하는 것 같다.'라고 황당해한다.

돌시에게 '지금은 내가 몸이 많이 무거우니 만나기 어렵다. 속도 좀 좋지 않다.'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한 후 랑드레 자작이 나가자마자 문을 닫고서 소파로 돌아온다. 맥켄나는 발을 내리고서 탁상 위에 엎어지고, 조그만 새가 일자로 쭉 엎어진 모습이 귀엽다고 여겨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자신이 웃음을 터트린 것에 하인리는 맥켄나를 한 발로 차버리고는 맥켄나가 누워있던 자리에 똑같이 누워서 '내가 더 귀엽지?'라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거리며 쳐다본다. 이에 대해 '역시 새가 되면 머리도 새처럼 변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실크 둥지에 넣을 보석을 고르고, 촉감이 좋은 실크도 몇 가지 고른 후 하인리, 맥켄나와 식사를 한다. 식사 도중 맥켄나, 돌시 이야기를 들은 하인리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장가가겠다고 맥켄나를 놀리는 바람에 화가 난 맥켄나가 씩씩거린다. 그럼에도 하인리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서 어차피 용은 무성이고, 맥켄나도 돌시도 파란색이니 잘 어울릴거라고 대꾸한다. 맥켄나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냐고 따지지만, 하인리는 돌시가 저렇게 열심히 맥켄나를 쫓아다니지 않냐고 받아친다. 그 말에 맥켄나는 황당해해 돌시는 옆을 지나가도 거들떠도 안 본다며, 그냥 애완동물 하나 가지고 싶어서 저런다고 대꾸한다.

식사를 마친 후 차와 커피를 가져오게 한 후 정원에 나간다. 느긋하게 디저트를 먹으며 햇볓을 쬐는 동안, 하인리는 아기에게 자장가를 들려주겠다며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고, 맥켄나는 귀를 막는 등 평온한 시간이 흘러간다.

도중에 에이프린이 하인리를 부르고 노래를 멈춘 하인리는 표정을 평소처럼 바꾸고서 에이프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맥켄나도 귀에서 손을 뗀 후 안락의자에서 일어난다. 에이프린은 월대륙 연합에서 편지가 왔다고 보고하며 모든 나라에 동시에 편지를 돌렸다고 하니, 다 비슷한 내용일거라고 말하고서 품 안에서 편지를 꺼내 하인리에게 내민다. 편지를 읽은 하인리는 이마를 찌푸리고, 이에 무슨 일이냐고 궁금해하던 찰나, 하인리는 의례적인 인사라고 대답하고서 신년제 때 따로 모이지 말고,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자며, 중히 의논할 일이 있으니, 모든 나라의 왕이 참여해주기 바란다고 설명한다. 그런 일이 없진 않다고 수긍하면서도 자신이 알기로는 지금은 각국의 왕들이 모일 시기도 아니기에 의문을 품는다.[42]

편지 내용을 들은 맥켄나는 혀를 차며 지금 서대제국의 약점을 캐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인데 갑자기 모인다며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라고 추측한다. 하인리 역시 모든 나라에 같은 내용이 갔단 것도 추측일 뿐, 아닐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맥켄나와 의논을 나누던 하인리는 자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서 오늘은 내내 함께 있고 싶었는데 자리를 비워도 되겠냐고 묻는다. 이를 수긍하면서도 속으로는 언제는 허락을 받고 갔냐고 황당해한다. 거듭 자신의 이마에 입을 맞춘 하인리는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고 속삭이고서, 맥켄나, 에이프린과 함께 본궁으로 달려간다.

해가 질 때까지 바람을 쐰 후 산책을 하고 싶어하지만, 요즘은 몸이 무거워서 이전보다는 산책을 하기가 어려운 사정에 배 안에 아기가 들어있으니 당연하겠지만 자신이 상상했던 무게보다도 무거운 것에 두렵다고 생각한다.

침실로 돌아가던 중 본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스타스와 코샤르를 목격한다. 등에 맨 창을 보자마자 마스타스임을 바로 알아보고서, 코샤르를 봤으나 마스타스가 코샤르에게 고백하는 걸 듣는다. 마스타스와 코샤르가 서로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는 걸 지켜보면서 속으로 '이런거 보고 싶지 않다'고 비명을 지른다. 속마음과는 달리 몸은 느리게 움직이고, 이 광경을 보고 싶어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둘 다 실력이 좋은 기사들이니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였다가는 저 광경을 본 걸 들킬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서 '형제자매가 연애하는 모습은 안 보는 게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자신이 태교용으로 구입한 동화책을 읽고 있던 로라는 눈을 번뜩이고서 코샤르가 연애를 하냐며, 그 상대가 마스타스이냐고 묻는다. 침묵을 지키며 코샤르 앞에서는 하인리와 너무 붙어있진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내, 다시 생각해도 코샤르가 짓는 그런 그윽한 표정에 코샤르가 정말로 마스타스를 좋아하긴 한다며 신기해하면서도, 이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정략결혼을 하지 않으면 분명 검이랑 결혼할 거라 확신했다고 생각한다. 샬렛과의 국혼을 떠올리고 샬렛이 좀 걸리긴 하지만 아직 청혼에 대답을 한 건 아니니, 어떻게든 마음 상하지 않게 잘 무마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마법 연습을 하면서도 마스타스에게 시선이 가고, 이를 느낀 마스타스는 '혹시 뭐 내가 실수라도 했냐'고 물어본다. 어쩌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상대를 곁눈질하는건 자신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볼 때마다 눈이 마주친다는 건 마스타스도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며 자신의 얼굴에서 코샤르를 찾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귀엽다고 여기다가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모른 척해야겠다고 생각해 웃는다.

무의식적으로 허공에 얼음을 만들려던 찰나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얼음 조각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서 한 겹 씌워두었는데 그걸 자신이 스치듯 건드린 느낌에 이거라고 생각한다. 곧 파사삭 하는 소리가 나고, 놀라 아래를 내려다본다. 얇은 얼음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걸 보고 이거라고 판단한다. 다시 한 번 더 그 감각을 살려보자고 생각해 마력을 움직인다. 이번에는 더 뚜렷하게 움직이겠다고 생각한 순간 이상한 느낌을 느낀다. 돌시가 말한 것임을 깨닫고, 돌시가 오고 가며 내뱉은 잔소리가 도움이 되었다며, 당시엔 뭐 저런 뜬금없는 말만 해주나 싶었는데 정말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돌시가 찾아오고, 자신으로부터 돌시의 정체와 행동을 조심해야한다는 당부를 들었던 시녀들은 뒤로 물러난다. 돌시는 파랑새 이야기를 좀 하자고 말하고, 올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끈질기다고 생각한다. 돌시는 카프멘이 약을 먹고 아무 파랑새나 다 보면 해결될 거라고 말해서 봤는데 전혀 달랐다며, 하늘을 똑 따 만든 파랑새 느낌이 안 난다고 말하고는 '네 주위에 마력이 좀 이상하게 흐른다'고 말을 바꾸고, 돌시가 자신이 파랑새 이야기에는 아무 관심이 없단 걸 깨닫고, 자신의 마력에 관심있는 척 놀란 표정을 지었다는 걸 알아챈다. 실제로도 자신의 마력에는 아무 관심이 없을테지만, 어쨌든 거짓으로도 봐주려는 것 같기에 봐주자고 생각해 약간 성과가 보였다고 대답한다. 돌시는 '너 천재인 것 같다'고 감탄하고, 속으로 말에 영혼을 못 담겠다면 리듬이라도 담아보라며, 그래야 약간이라도 진심이 들린다고 생각한다.

돌시 앞에서 세심하게 마력을 운용해보인다. 이를 본 돌시는 감탄해 건성으로 박수를 치고서 이 정도쯤 되면 마력석을 써도 되겠다며, 그러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함과 동시에, 그 전엔 마력석을 써봐야 돌인지 마력석인지에 대한 구분도 안 갔을거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구분을 하냐고 묻는다. 돌시는 마력석을 잡고서 안에 담긴 마력이 몸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며, 빨대가 된 느낌으로 마력석에 담긴 마력을 끌어들여 몸을 거치게 한 후 그 마력으로 마법을 사용하면 되며, 자신의 경우엔 얼음으로 만들면 된다고 조언한다. 무슨 효과가 있냐고 묻는다. 돌시는 힘의 강약조절이나 마력의 운용 등이라고 조언하며, 마력석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말한다.

돌시가 돌아간 뒤 마력석 침대를 떠올려 공용 침실로 간다. 자신이 알기로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마력석이였기에 마력석 침대에 손을 댄다. 이내, 하인리가 마력석 침대에 대해 한 말을 떠올리고 손을 떼 별 문제는 없을거라고 여기면서도 찝찝해해 침대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창고에 가서 커다란 마력석을 꺼낸 후 자신의 방에 돌아와 침대에 앉아 마력석을 만진다. 마력을 섬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어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느끼게 되자 오른손에는 마력석을 쥔채 왼손으로 훈련할 때처럼 얼음을 만들려 한다.

마력석을 이용하자, 마력석 없이 얼음을 만들 때보다도 더 쉽게 얼음이 만들어지고, 이래서 마법사들이 마력석을 가지고 있으려 한다고 감탄한다. 주먹만한 얼음 덩어리를 손 안에서 굴려본 후 내려놓고서 길쭉한 얼음, 꽃 모양 얼음, 책 모양 얼음을 순서대로 만든다. 세 개의 얼음을 만들면서 모양이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물을 얼리는 게 다였던 처음에 비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감탄해 이번에는 녹이는 걸 해보자고 판단하며, 얼음을 만든 다음 녹이지 못한다면 오히려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음을 녹이는 게 잘 안 되자, 생각보다 진도가 빠른거라고 여겨 손 밖으로 마력을 뿜는대신 안으로 들여보내자고 생각한다.

얼음을 만들면서, 얼음 속 마력을 흡수한다는 느낌을 느끼고 마력을 뿜어서 얼음을 만들었으니 그 반대로 하면 얼음이 녹을 거라고 판단한 순간 통증을 느낀다. 마력석을 놓고 심장 부근에 손을 올리지만, 다시 온 통증에 어지러움을 느끼고 출산을 시작한다.


[1] 소비에슈를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했으나 소비에슈는 새빨간 아이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2] '일을 안 덜어가셔도 좋으니 깨어나 주세요'라고 했다고. [3] 즈멘시아 공작은 즉사했으며, 즈멘시아 노공작은 하인리에게 끌려와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이후 즈멘시아 공작가의 사람들은 모조리 체포되어서 황후를 시해하려한 죄를 물어 교수형이나 노예형을 선고받았다고. [4] 부정한 것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 효과가 있다는 보석이라고 한다. [5] 마법사의 수는 아주 적었고, 그 마법사들의 재능과 특기는 제각각이였으며 같은 특기여도 마력과 응용 방법은 천자만별이였다고 한다. 마법사란 자체도 대단하지만, 강대한 마법사들은 손에 꼽히게 적었고 그 강대한 마법사들은 대부분 동대제국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한다. [6] 급하게 댐을 만들 때 돌과 흙 계열 마법사들을 대거 동원했다고 한다. [7] 평소의 소비에슈는 회의를 할 때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상대를 굴리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오히려 상대를 조곤조곤 열받게 하는 화법은 황태자 시절에 구사했던 것이라고. [8] 소비에슈가 황태자이던 시절 나비에가 인상을 찡그리면 손을 들어 눈썹을 펴주었고, 나비에는 더 짜증이 나서 확 돌아서거나 간지러움에 웃음을 터트리느라 짜증을 잊었다고 한다. [9] 과거, 나비에는 낭만소설을 읽고, 소비에슈에게 소설대로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소비에슈는 복숭아 나무 위로 올라가 복숭아를 땄으나, 복숭아가 나비에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나비에는 머리에 혹이 났고, 소비에슈는 나무에서 떨어져 기절했다고. 후에 소비에슈는 사과를 한답시고 나비에를 찾아가 복숭아를 내밀었으나, 분노한 나비에는 베개로 소비에슈를 때렸고, 놀란 소비에슈가 도망가자 추격하다가 첫 키스를 했다. [10] 소비에슈가 한 짓은 서대제국에 요양을 핑계로 가서는 멋대로 동대제국 황실 소속 마법사들을 '궁정인'으로 위장시켜 서대제국 황궁에 잠입시켰고, 밤중에 멋대로 궁전을 뒤지는 등, 동대제국 황제 신분으로 서대제국을 능멸한 행위나 다름없었으며 이는 명백한 외교 문제에 해당하는 일이였다. 정작 나비에는 서대제국 황후로서 타국의 황제가 요양을 핑계로 자국을 능멸한 일에 대해 정치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긴 커녕, 되려 밤중에 몰래 소비에슈를 만난 것이다. 이는 한밤중에 전 남편이자 타국의 황제와 밀회를 한 매우 몰지각한 짓을 벌인 것인데, 당연하지만 한 나라의 황후라는 작자가 할 짓이 절대 아니다. 라스타가 임신한 상태로 동대제국의 남자 귀족들만 티파티에 초대해 노골적으로 유혹한 일과 에르기 공작과의 지속된 밀회를 해 비난을 들었던 걸 생각하면, 나비에도 후계자를 임신한 황후가 전 남편이자 타국의 황제와 밤중에 밀회를 했다며 불륜 커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비난을 듣는 것은 기본이고, 황후 자리에서 폐위되었을 것이다. 이쯤되면 이 작자가 서대제국의 황후라는 사람이 맞긴 한 건지 의심이 들 지경. [11] 소비에슈를 끌어들이기 위해 낸 함정이였고, 시녀들 역시 소문을 퍼트리면서도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12] 소비에슈도 시찰을 나간 적이 있고, 그 사이에 평소보다 업무량이 늘어나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주 자리를 비우는 것은 아니었고, 떠나기 전에 미리 할 수 있는 업무를 처리하고 갔다고. [13] 로테슈 자작으로부터 상속받은 림웰 영지 바로 옆에 있는 므아르라는 마을에 있었다고 한다. [14] 르베티는 데뷔당트를 치른지 얼마 안 된 어린 귀족 영애인데다가, 영지 경영에 대해 배운 적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가주가 된 처지였다. 르베티의 어머니인 림웰 자작부인이 생존해있었으나 몸이 약해서 딸에게 경영을 알려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로테슈 자작 역시 르베티가 영지를 잘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했고, 혹시나 르베티가 실수할 것을 대비해 현금과 어음을 남겼다. [15] 한 번 올라가면 죽어서 피를 흘려야만 내려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흉흉한 곳이라고 한다. '붉은 탑'이라는 이름도 탑의 계단이 피로 인해 붉어졌다 해서 붙인 이름이였다고. 고위 귀족이나, 왕족들을 가두어두는 곳이기에 탑 내부 시설은 깔끔했으나, 이 소문 때문에 아무도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16] 날씨가 이 정도로 나쁘면 비정기적으로 알현이 취소되기도 한다고 한다. [17] 릴테앙 대공은 타국의 황족이므로, 릴테앙 대공의 입에 돌을 넣고서 꿰맨 채 감금시킨 하인리의 만행은 외교 문제에 해당한다. [18] 실제로 즈멘시아 공작의 자살 테러와 이에 대한 하인리의 처벌에 대해 서대제국 사람들마저 우려했던 걸 따져보면 매우 정확한 지적이다. 하인리/비판 문서에도 거론되었듯이 하인리의 처벌 방식은 매우 지나치다 못해 도를 넘어섰다. [19] 나비에의 뱃속 아기의 아버지는 명백히 하인리가 맞다. 더욱이 나비에가 임신 중인 아이는 서대제국의 차기 황제가 될 것이 유력한 아기이자, 2세대만에 간신히 생긴 정통 황실 후계자다. 즉, 명백한 헛소리. [20] 초국적 기사단은 웬만해선 좋은 일로 방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랑드레 자작이 초국적 기사단을 이끌고 서왕국에 와 나비에의 개인 기사단을 자처했을 때 서왕국 사람들이 놀랐던 것. [21]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하인리의 행동은 타국의 황족에게 고문 수준의 상해를 가한 것인지라 그 나라의 황제인 소비에슈가 비난하는 게 당연하다. [22] 자신이 쓴 편지 빼고, 바구니에 담겨 있는 편지들은 전부 동대제국 사람들이 쓴 편지로, 서대제국 수도를 돌아다닐 때, 여행자, 용병, 사업차 온 사람들, 일 때문에 온 사람들에게 받은 것이고, '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은거니 마음 아플 때마다 읽어보라'는 내용이였다.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동대제국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이용한 것이 드러난 부분. [23] 어디에 있든 행복하시길 바란다는 것, 꼭 한 번은 알현을 신청해서 뵙고 싶었는데, 결국 뵙지 못해 아쉽다는 것, 서대제국 놈들이 힘드시게 하면 언제든 돌아오시라는 내용이였다. [24] 에인젤 쪽이 랑드레 자작보다 더 발이 넓다는 것과, 랑드레 자작이 에인젤을 견제하고 있다는 뜻. [25] 숨겨두었던 마력석들을 회수하는 일. [26] 르베티는 라스타와 알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인 안을 굉장히 싫어해 '덩어리'라며 혐오했기 때문이였다. [27] 부모인 라스타와 알렌 모두 중죄인이 되어 죽으면서, 연좌제가 적용되었고 노예로 팔렸다. [28] 안이 어디로 팔려갔는지는 동대제국 법정 기록에 남아 있을테지만, 서대제국의 황후가 된 나비에는 그 기록을 볼 수 없었고, 보여달라고 해도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였다. 하물며 르베티가 직접 기록을 찾을수도 없었는데, 이제 막 작은 마을의 영주가 되었고 권력조차 없는 르베티에게 가족이 얽힌 기록을 보여줄리 없었다. [29]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해 알려주면 항구 사건에 대해 동대제국 편을 들어주겠다는 4기사단장의 제안과 그래서 거절했고, 잘했다고 해달라며 가산점 줄 수 있냐는 소감, 자신이 쓴 일기를 봤는데 에르기 공작이라는 자가 자신과 어마어마한 원수였냐며 왜 이렇게 자신에게 공격적이냐는 내용. [30] 옆 나라에서 크게 환영식을 열어줬더니 다음 세대에 나라를 부흥시킬 왕족이 나올거라고 축복을 해줬다고. [31] 성자들은 원래 각양각색인데다, 현 대신관도 겉으로 보기엔 딱 대신관 같은 느낌이지만, 성자 시절에는 굉장히 사나운 인상에 게을렀다고 한다. [32] 작중 하인리의 정적들을 처리하는 방식과 나비에를 왕비로 맞이한답시고 동대제국과의 전쟁까지 계획했던 걸 따져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33] 아이가 두 명 이상 생긴다면 사이좋은 형제자매로 만들라는 것. [34] 즈멘시아 공작 일가가 몰살당한 일로 하인리의 행보에 염려하는 서대제국 사람들이 몇 있었고, 나비에의 시녀들 역시 이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35] 하필 나비에가 코샤르에게 전해준 쪽지는 하인리가 나비에에게 쓴 연애 편지였고, 마스타스의 편지와 뒤바뀌어 있었다. [36] '코샤르 경이 지나갈 때마다 쓰러질까봐 걱정됩니다. 혹시 힘쓰는 일이 필요하다면 제게 말하세요. 어디 가기 무서워도 제게 말하세요. 제가 코샤르 경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코샤르 경이 계단에서 구르기라도 할까봐 신경이 쓰여서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37] 하인리가 나비에에게 보낸 연애 편지였는데 그 내용이 '기억나나요? 당신이 내 엉덩이를 팡팡 두드렸을 때, 나는 이미 그대에게 빠져들었습니다.'로 시작했다. [38] '동대제국에서 그리 이름 높던 분이 여기 와서 갑자기 피를 몰고 다닐 리가 있나! 만약에 갑자기 사람이 바뀐 거라면, 그건 환경이 바뀐 탓이겠지!' [39] 황궁을 걸어가다가 대연회장의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갔고, 연회장에서 들리는 싸우는 소리에 홀 중앙으로 가보았으나, 거대한 금색의 새 두 마리가 서로 고래고래 외쳐대고 있었고, 나중에는 서로의 부리를 쪼아대며 싸워댔기에 자세히 보았더니 왕관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 [40] 르베티는 라스타에 의해 납치당할 뻔한 후로, 소비에슈에 의해 구조되어 별장에서 거주하며 세상과 단절된 채로 지냈으니, 에르기와 라스타의 관계, 에르기가 라스타를 배신한 일, 글로리엠의 친자검사에 관한 것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41] 안은 라스타와 거의 클론 수준으로 똑같이 생겨서 모르는 사람이 봐도 라스타의 아들임을 눈치챌 정도다. 게다가 서대제국의 궁정인들도 라스타의 얼굴을 몇 번이나 봤고 애초에 라스타 자체가 기억에 남을법한 얼굴이였으니, 안을 데려오면 동대제국뿐만 아니라 서대제국에서도 라스타의 아들이라며 수근거릴 게 뻔했다. [42] 월대륙 연합에 속한 국가의 왕들은 정기적으로 만나진 않아도 삼 사년에 한 번씩은 그런 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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