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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7-04 11:00:26

김속시

1. 개요

1. 개요

김속시(金束時)는 『용재총화』에 나오는 여진족 출신 귀화 조선인이다. 그는 젊었을 때 아비를 따라 조선으로 왔었는데, 무예가 뛰어나고 경사(經史)에 밝았다. 집이 조종현(朝宗縣, 경기도 가평) 산골에 있어서 날마다 사냥을 주업으로 삼았다.
『용재총화』의 저자인 성현이 김속시를 만나 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먼저 사슴을 잡는 요령(잡았던 이야기)을 말했다.
"여름이 되어 풀이 우거질 때에는 노루와 사슴이 새벽에 나와서 풀을 먹고 배가 부르면 숲속에 들어가 누워 있소. 내가 사냥꾼 몇 명을 데리고 짐승의 자취를 찾아내어 사방에 그물을 치고, 또 한두 사람을 산 위에 올려 보내어 혹은 노래하고, 혹은 소리를 질러 밭 갈고 소 모는 시늉을 하게 한다오. 짐승이 이 소리를 들으면 별일이 아닌 줄 알고 달아나지 않고 기(氣)를 죽이고 엎드려 있는데, 이 틈을 타서 나는 활 시위를 당기고 나아가서 화살 한 개로 적중시킨다오. 만약 이때 맞지 않으면 달아나다가 그물에 걸리므로 백에 한 번도 놓치지 않으며, 또 초목이 시들고 잎들이 떨어진 뒤에는 가만히 짐승이 다니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오는 것을 기다려 쏜다."
다음으로 곰을 잡는 요령(잡았던 이야기)을 말하기를,
"대개 곰은 용감하고 힘이 세어 호랑이를 만나면 한 쪽 앞발로 큰 돌을 들고, 한 쪽 앞발로는 호랑이의 목줄기를 움켜쥐고 치며, 또 나뭇가지를 꺾어 때린 뒤에는 다시 다른 나무를 꺾어서 친다오. 한참 있다가 호랑이가 힘이 빠지면 돌을 밀치고 다시 싸운다오. 곰은 또 큰 나무를 잘 타서 사람처럼 웅크리고 있기도 하고, 두 앞발로 가지를 잡아 당겨 도토리 열매를 따먹으며, 혹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따라 조그마한 가재를 잡아먹는데, 겨울이 되면 바위굴에 들어가서 아무 것도 먹지 아니하고 발바닥만 핥는다네. 10월에 천둥소리가 나면 굴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만 나뭇잎으로 몸뚱이를 싸고 앉아 있는다네. 나는 여름에 풀이 우거질 때 곰이 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 옷을 벗고 활을 가지고 들어가서 곰의 뒤편에 앉은 다음, 곰이 다리를 펴 나뭇가지에 오르면 드디어 활시위를 당겨 이를 쏘고, 물러가 풀속에 누워 숨을 죽이고 시체처럼 하고 있는데, 곰이 살을 맞으면 어쩔 줄을 모르고 내려와서 사방을 더듬어 찾다가 내가 있는 곳까지 와도 모르고 해치지 못하며, 그러다가 괴로움을 못 견디어 사람이 슬피 부르짖는 소리처럼 외치다가 시냇물에 엎어져서 죽고 만다.”
또 호랑이를 잡는 요령(잡았던 경험)을 말하기를,
“내 평생 수도 없이 호랑이를 쏘아 왔다. 옛날에 세조(世祖)께서 온양(溫陽)에 머물렀을 때 한 선비가 와서 아뢰기를, ‘열여섯 살쯤 된 여자가 어젯밤에 안방에 있다가 마침 창문이 열려서 호랑이가 물어갔사오니, 성덕(聖德)은 이 원통하고 억울함을 풀어주시옵소서.’ 하여 세조께서 장수들에게 명하시어 잡으라 하셨으니, 역시 나를 따라가게 하셨다네. 그 여자의 집에 도착하여 그 상황을 물어 보고서 산 중턱에 이르니, 붉은 적삼이 반쯤 찢어져서 나무 끝에 걸려 있고, 또 몇 걸음 가니 시체가 산골짜기 시냇가에 있었는데 반은 이미 먹혀 있었다네. 조금 있다가 나무 사이에서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다보니, 큰 호랑이가 탐탐(耽耽)히 노려보고 있었다네. 나는 분함을 못 참아 말을 달려 나아가 한 살로 맞히고 물러나다가 말이 소나무 가지에 걸려 쓰러지니, 호랑이가 달려들어 내 팔을 끌어당겨 물어 호랑이와 함께 서로 싸우는데, 우인(虞人)이 와서 쏘아 죽여 마침내 위험을 면했다. 옷을 벗어 보니 팔에 상처난 자리가 있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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