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극작가 이강백의 초기 작품. 1막짜리 단막극으로, 실험적인 기법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극중 '남자'가 제4의 벽을 뚫고 관객에게 말을 건다든지 관객에게 물건을 빌려서 연극의 소품으로 사용한다든지('남자'가 관객에게 은하수, 청자 등의 담배와 넥타이를 관객들에게 구한다.) 하는 기법 등을 활용한다.1974년 10월에 한국 극작 워크숍의 〈단막극 선집〉에 처음 발표되었고[1] 초연은 같은 해 11월 '카페 떼아뜨르'에서 '자유극장'의 최치림 연출로 공연되었다. 일정한 수입이 없어 궁핍했던 작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2.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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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남을 속이는 사기밖에 할 줄 모르는 빈털터리. 빌린 것들이 모두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단 사실을 알고선 마치 급한 일 처리하듯 결혼 먼저 하려 들 만큼 자존감이 바닥이다. 하지만 맞선 상대인 여자의 과거를 알게 되자 알 수 없는 연민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이따금 깨달았고 결국 자신은 사실 가난뱅이이며 여태 자랑한 물건들도 모두 남한테 빌린 거라며 사실대로 털어놓은 후 청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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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남자와 맞선 상대. 작품 내의 별명은 ' 덤'. 자기 자신이 얹어주는 덤 처럼 태어난 인생이라며 자조적으로 쓰는 별명이다. 아버지가 남의 물건을 빌려 사기 결혼을 한 뒤 도망쳤다는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는 항상 부자와 결혼하라고 딸아이를 가르쳐왔다. 그래서 맞선 상대가 아버지와 하나도 다를것이 없는 사기꾼이란걸 알았을 때 처음에는 배신감이 밀려왔지만 나중에는 그의 진심을 깨닫고 청혼을 받아들인다. 작품 내 언급상으로는 미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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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
남자에게서 빌린 물건을 도로 회수하는 존재. 작품 내 긴장감을 형성한다. 특징이라면, 대사를 절대 말하지 않는 인물. 그래서인지 더욱 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3. 줄거리
3.1. 1막
여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남자가 있다. 그는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가난한 그와 결혼해줄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남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탈탈 털어 자신을 부유하고 화려하게 치장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빌려놓고 결혼 상대가 될 아름다운 여자를 초대한다. 그러나 그 빌린 물건마다에는 제한 시간이 있었고 그것을 관장하는 하인의 냉혹한 집행에 남자의 계획은 번번이 방해받는다. 남자는 빌린 것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지만 제한 시간이 되면 빌린 물건을 빼앗기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는 점점 빈털터리가 된다. 급기야 빌린 집에서조차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러 남자의 사기행각이 드러나지만 남자는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진심을 여자에게 말한다. 그렇게 남자는 소유의 무의미함과 허영심의 덧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고백하면서 그녀에게 청혼하게 된다. 남자의 진심을 느낀 여자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4. 국어 교과
교육과정이 바뀌면서도 수년간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며 유명해진 작품이다.동아출판에서 펴낸 중학교 3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 215쪽에 실려있다. 2016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2015년 6월 시행)에 출제되었다.
비상교육 국어 고1 1학기 교과서, 천재교육 국어 고1 1학기 교과서, 해냄에듀 문학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5. 여담
초연을 한 '카페 떼아뜨르'는 70년대 중반 명동에 위치했던 카페 겸 소극장. 낮에는 차를 팔고 주말에는 홀 한쪽을 치우고 단막극을 올렸다고 한다. 의상 디자이너 이병복이 사재를 털어 맥주홀을 사들여 만들었다. 주로 오태석의 작품이 많이 공연되었고 전무송, 김동훈, 함현진 등이 자주 출연했다.
[1]
그 당시 나는, 박조열, 한상철 두 분과 함께 여석기 선생님이 주도하는 극작 워크숍에 참가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매주 한 번씩 모여서 각자의 작품을 놓고 기탄 없이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극작 워크숍을 통하여 나는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 점을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오태영, 강추자, 이병원, 이하륜, 이언호, 김병준, 유종원 씨 등 10여 명이 있다. (이강백 희곡전집 1권. 평민사.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