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일본에는 2002년에, 한국에는 2003년 2월 21일에 개봉한 일본의 공포 영화이다. 링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작가 스즈키 코지가 쓴 단편을 링 1편을 연출한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영화화했다.
2. 줄거리
마츠바라 요시미는 이혼 후 다섯 살 된 딸 이쿠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 소송 중이다. 부모, 특히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외로운 기억이 있는 요시미는 딸만은 자신과 같은 괴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한다. 비오는 어느 오후, 두 모녀는 새 집을 구하기 위해 강가에 인접한 낡고 허름한 콘크리트 아파트를 찾아간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바닥엔 물이 고여있고, 가만히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길에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딸 이쿠코가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옥상에서 발견한 딸의 어깨엔 주인 모를 빨간 가방이 걸려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양육권을 지키려면 별다른 수가 없었던 요시미는 딸과 함께 아파트 305호로 이사 온다. 그러나 버려도 버려도 빨간 가방은 딸에게로 다시 돌아오고, 천장의 검은 물 자국은 날이 갈수록 퍼지더니, 급기야 물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지기까지 한다. 관리인에게 항의도 해보지만 무관심한 반응 뿐.
수돗물에선 머리카락이 섞여 나오고, 위층에선 아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요시미는 405호를 찾아가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다. 그 후로 자주 빗속에 노란 우의를 입은 여자아이의 환영을 본다. 뿐만 아니라 이쿠코도 계속해서 미츠코라는 상상 속의 친구를 부르며 같이 노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쿠코는 유치원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중 발바닥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여자아이의 환영을 보고 실신한다. 깜짝 놀라 이쿠코의 유치원을 찾은 요시미는 노란 우의에 빨간 가방을 맨 소녀의 그림을 발견한다. 그 소녀는 바로 유아 실종 전단지에서 본 가와이 미츠코. 한편 실신한 이후 시름시름 앓던 이쿠코가 별안간 사라져버리고, 딸을 찾아나선 요시미는 또 옥상의 물탱크 옆에서 미츠코의 환영과 빨간 가방을 목격한다. 정작 이쿠코는 405호에서 기절한 채 발견되고[1], 딸을 급하게 데려나오던 요시미는 그 집 문패에서 '가와이 미츠코'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겁에 질린 요시미는 이사를 가려 하나, 변호사가 양육권 소송에 악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만류한다. 이후 405호가 관리인의 실수인지 문이 잠겨있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요시미도 이를 보고 405호의 발소리나 물, 그리고 옥상의 환영은 누가 빈 집에 장난치고 간 거나 주변 풍경을 자기가 과민해진 상태에서 잘못 본 것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305호 천장에는 새 도배지가 붙어 위층 물이 샌 흔적도 싹 사라지고, 남편과의 양육소송도 어느정도 합의를 봐 요시미가 당분간 이쿠코를 데리고 살 수 있게 되며 모녀의 앞길이 다시 밝아지는 것 같았으나...
하지만 며칠 후 두 모녀 앞에 문제의 빨간 가방이 다시 나타난다. 이젠 자신이 본 것이 헛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요시미는 혼자서 옥상의 물탱크로 향하고, 이 곳에서 사건의 진상을 깨닫게 된다. 미츠코라는 아이는 원래 405호에 살았으나 어느날 물탱크에 빠진 자신의 빨간 가방을 건지려다 그만 물탱크에서 익사하고 말았고, 비참하게도 시신도 발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물탱크 속에서 썩어간 것이였다. 그 와중에 홀로 남겨진 이쿠코를 검은 물[2] 밑에서 솟구쳐 나온 손이 습격한다. 뒤늦게 돌아온 요시미는 습격당해 기절한 이쿠코를 들쳐메고 아파트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미동도 하지 않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천장에서 탁한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닫아두고 나온 305호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나오고 요시미는 최후를 직감하며 그 쪽을 돌아보는데...
305호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아닌 진짜 이쿠코였다. 즉 요시미가 데려나온줄 알았던 이쿠코는 미츠코 귀신이 그녀를 꾀어내기 위해 변신한 것. 미츠코는 요시미를 엄마라 부르면서[3] 그녀를 데려가려 한다. 거부하려 해도 미츠코는 요시미를 놔주려 하지 않고, 결국 계속 이러다간 딸까지 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요시미는 미츠코를 따라가게 된다. 이쿠코가 엄마를 다급히 쫒아가보지만 둘이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에서는 탁한 물만이 콸콸 쏟아질 뿐이었고, 요시미는 그대로 실종되고 만다.
10년 후 고등학생이 된 이쿠코가 다시 아파트로 돌아온다. 완전히 버려진 폐허가 된 아파트였지만 이상하게도 모녀가 살던 305호는 아직도 사람이 사는 것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런 305호를 둘러보던 이쿠코 앞에 요시미의 영혼이 나타나 그녀를 두고 떠난 것에 대하여[4] 사과한다. 하지만 미츠코는 죽어서 영혼이 되어버린 그녀를 여전히 억제하여 요시미는 이쿠코에게 작별을 고하며 사라진다. 그리고 이쿠코는 아파트를 나서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3. 여담
- 나카타 히데오의 대표작인 링이 그랬듯이, 점프스케어보다는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압박하는 연출이 일품이라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절제된 점프스케어와 새드엔딩으로 끝을 맺는 스토리 때문에 공포스럽다기보다는 눈물겨운 비극에 가깝다는 평이 많다.[5]
- 한국 개봉 제목은 지나친 의역 내지는 오역이다. 仄暗い는 "어둡다"는 의미일 뿐, "검다"는 의미가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물 역시 검게 보일 때는 어두워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영화에서 물이 밝은 곳에 드러날 경우 시종일관 탁하고 어두운 노란색으로 묘사된다. 미츠코의 썩어문드러진 시체에서 떨어져 나온 부유물이 떠다니는 물탱크 내부, 유치원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요시미의 과거 회상, 물이 새는 천장의 노란 얼룩, 우비를 입은 미츠코 귀신, 이쿠코를 폭포처럼 덮치며 쏟아지는 노란 물 등 영화에서는 검은색이 아니라 노란색이 죽음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끊임없이 등장한다. # 때문에 "仄暗い"를 "검은"이라고 번역한 것은 영화가 그려내는 심상을 제대로 못 읽은 오역에 가깝다. 타이틀 자막에 한글제목과 같이 병기된 영문 번역도 "Dark Water"로 "검은"이란 표현은 전무한데도 굳이 오역을 범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반면 원작 소설은 "어두컴컴한 물 밑에서"라고 올바르게 번역했다.
- 원작은 링 시리즈로 유명한 스즈키 코지가 1996년에 출간한 단편집으로, 이 영화는 그 중 한 편인 '부유하는 물(浮遊する水)'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단편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각색이 많이 된 편으로, 원작의 등장인물은 요시미, 이쿠코 모녀와 관리인밖에 없으며, 옥상 물탱크에 미츠코의 시신이 잠겼다는 환상을 접한 요시미가 이쿠코를 데리고 호텔로 피신하면서 끝난다. 원작에서는 미츠코가 물탱크에 빠져 죽었는지, 혼령이 되어 아파트를 떠도는지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아 요시미의 시선으로 암시만 될 뿐이다. 원작 소설만 봐선 이것이 결벽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요시미의 망상인지, 정말로 미츠코가 물탱크 속에서 죽었는지는 불명이다. 영화에서도 요시미는 양육권 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언급이 나오는 등 멀쩡한 상태가 아니긴 하나, 적어도 영화 속의 초자연적 현상들은 전부 현실인 것으로 묘사된다.
- 미츠코가 생전에 다녔고 주인공 모녀가 이사오면서 딸 이쿠코가 입학하는 유치원의 이름은 백국(白菊)유치원이다. 백색 국화가 장례식 조화로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위의 황천 색에 가까운 물과 더불어 본작에 '죽음'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요소 중 하나.
- 2005년 미국에서 월터 살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아 '다크 워터'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주인공 요시미는 '달리아 윌리엄스'라는 이름으로 로컬라이징되었으며 제니퍼 코넬리가 해당 배역을 맡았다.
- 2013년에 발생한 엘리사 램 익사 사건과 영화 줄거리의 유사성이 화제가 되었다.
- 왓챠에서 볼 수 있으나 한글자막의 번역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다. 구어체 남발과 부자연스러운 문장들 때문에 사실상 자막은 상황파악만 하는 용도로 봐야 할 정도.
- 개봉 당시 진행한 라디오 광고에서 귀신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광고 중간에 낮은 여성의 목소리로 '殺す(죽인다)'라고 한다는 것. 결론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깔린 주제가(스가 시카오의 青空)의 후렴 한 구절(君が僕に教えてくれた)이 열화된 음질과 나레이션 등이 겹쳐 잘못 들린 것이었다.[6]
[1]
왠지 몰라도 수도꼭지가 잠겨있지 않아 물이 콸콸 쏟아져 집 전체가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또 미츠코의 그림자가 벽에 비쳐 보인 건 덤.
[2]
수도꼭지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물이 갑자기 욕조로 콸콸 쏟아져나오기 시작하고 이쿠코가 아무리 멈춰보려해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쏟아질수록 점점 탁하고 흐려지는 물과 그 전 몇몇 장면부터 물에 섞여나오던 머리카락을 보면 아마도 물 전체에 미츠코의 사체 잔해가 녹아있는 걸지도...
[3]
이전의 환영이나 사진과는 다르게 미츠코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는데, 익사하여 시신도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상황을 반영한건지 눈이 사라진데다 피부도 시커매진 모습이라 상당히 혐오스럽다. 다른 한 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비참하게 죽은 후에도 엄마를 찾아 헤메던 미츠코가 측은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4]
이쿠코는 친아버지와 같이 살게 되었는데 친아버지는 이후 재혼을 했다. 새 가족이 생겨 자신이 있을 곳이 없게돼 다시 같이 살자고 한다. 폐허가 된데다 전기와 가스, 수돗물까지 모두 끊겼을 아파트에서 귀신이 된 어머니와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미친 소리 같지만 귀신이랑 같이 사는 게 차라리 덜 외로울 정도로 갈 곳 없이 외롭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지도.
[5]
딸을 위해 목숨을 버린데다 죽은 후에도 그 영혼이 아파트 안에 갇혀버린 요시미는 물론이고, 어린 나이에 죽은 후에도 엄마를 찾아 이승을 헤메던 미츠코 귀신, 살아남긴 했지만 눈 앞에서 엄마를 잃었고 새 가족 안에서도 자기가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이쿠코까지 하나같이 비극으로 점철되어있다.
[6]
'教えて' 부분에서 '殺す'로 들린다고 하는데, おし의 오를 낮은 음으로 부른 것이 라디오 특유의 뭉개지는 음성과 겹쳐 ころす로 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