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1-21 02:35:04
조기현
시인의 대표시 중 하나이다.
斷, 平 ㅡ 화순 적벽에서/
조기현
저 호수도 처음엔 수평水平이 아니었죠.
산들이 단비斷臂를 한 건가요.
무명無明 골짜기에 수 억 겁 흐린 빗방울들이
유리광전琉璃光殿을 이뤘어요.
우리가 산정에서 초례를 올렸을 때
모두 자실自失했었죠.
하늘 골짜기에도 층리層理가 생겼던가 봐요.
밤마다 별자리들이 내려와 적벽赤壁을 달래야 했어요.
단념斷念의 순간들은 고요할 수 없어요.
그래도 저 수평은 슬픔이 이룬 거예요.
철 지난 신혼여행이지만
적벽에 가요.
가서, 달빛윤슬이 되기로 해요.
웹진 『시인광장』 2017년 2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