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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5-07 04:14:02

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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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

1. 개요

고질라란 일본의 괴수 ' 고지라(ゴジラ, Gojira)'가 미국에서 개봉될 때 사용한 번역어인 'Godzilla'[1]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단어이다.

2. 특징

1954년의 일본의 괴수 영화 고지라는 1956년에 미국에 수출되어 <Godzilla, King of Monsters!>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그러나 이때 왜 하필 고지라의 미국판 이름이 Gojira도 Gozira도 아닌 Godzilla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제작사 토호측에서도 현재 자세한 이유를 모른다. 토호에서는 이 이름의 유래에 여러가지 설이 있어서 누가 이 말을 만들어낸 건지 알 수 없으며, 그 때 당시 미국에 간 토호측 인원들이 만들어낸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 일부에서는 타나카 토모유키 프로듀서와 당시 제작진들이 God과 Gojira를 최대한 조합하여 만들어 낸 단어라고 보기도 한다. 영어권 팬들은 God이라는 단어로 고지라의 엄청난 힘을 강조하고, 일본어 자(ざ) 행에 가까운 자음 발음을 유지하면서도 고릴라(gorilla)와 압운이 맞도록 고심한 결과가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한다. 2002년에 리쿠요샤(六耀社)에서 출간된 고지라의 시대(ゴジラの時代)라는 책에서는 Godzilla가 God과 Lizard에서 착안해 만들어낸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고지라로부터 Godzilla라는 말이 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는 추측만 있을 뿐이지, 제작사 토호를 포함해 정확한 내막은 현재 아무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후로 Godzilla는 미국에서 고지라의 공식적인 영어표기로 자리잡았고, 현재 고지라와 Godzilla는 공식적인 이름으로 모두 사용된다. Godzilla는 읽을 때에는 God과 Zilla로 끊어서 읽는다. God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 작품에서는 고지라의 신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하거나, Oh, my God, Zilla 같은 말장난으로 쓰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Godzilla를 ガッズィーラ(갓지-라)라고 따로 표기하여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Godzilla'라는 이름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는 90년대까지 고지라를 원어 그대로 고지라라고 불렀고, 다이나믹콩콩코믹스 같은 해적판에선 용가리로 로컬라이징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그 때는 일본 문화를 제대로 수입하지 않던 시기였기 때문에 고지라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1998년에 일본의 본가 시리즈보다도 먼저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영화 < Godzilla>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만 해도 국내 기사에서는 미일 합작 영화 '고지라'가 만들어진다고 소개되었다.[2]

그런데 이 영화의 번역자는 바니허너(Bounty Hunter, 현상금 사냥꾼), 베이더 대왕(Lord Vader, 베이더 경) 등의 오역으로 악명 높은 그 이미도였는데, Godzilla가 고지라의 미국명임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외래어 표기법에 맞춘 것인지 고질라라고 표기했다.[3]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Gojira와 Godzilla 두 가지 이름이 모두 사용되는 장면이 있다. 미국인이 Gojira라는 발음을 잘못 알아듣고 God/zilla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이미도는 이 장면에서 Gojira는 고질라로, Godzilla는 '간질라'라고 괴상하게 번역해놓았다. 이 부분은 명백하게 비판의 여지가 있는 음차이다. 제대로 번역했다면 고지라의 이름이 두 가지가 있으며 함께 사용된다는 점을 살려 ゴジラ(Gojira)는 고지라로, Godzilla는 정식으로 읽는 방법에 가까운 발음인 갓질라 또는 외래어 표기법을 철저하게 따른다면 고질라로 표기했어야 했다. 반면에 일본과 미국에서는 Gojira와 Godzilla 두 가지 이름이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 제대로 구분하여 표기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있는 음차 뿐만 아니라 이 98년도 영화는 원작 시리즈를 완전히 무시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영화였다. 이 때문에 '고질라'라는 명칭은 한국 팬들 사이에 일종의 흑역사가 되어 2000년대의 한국 팬덤에서는 이 영화를 본가와 구분짓기 위해 '고지라'를 계속 사용하였고, '고질라' 는 98년도 영화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한동안 쭉 쓰였다. 고질라라는 표현에 대한 팬들의 반감은 대단했는데 과거 부천 영화제에서는 쇼와 시리즈가 개봉할 당시엔 주최 측이 '고지라'로 해야한다며 밀어붙이기도 했고 *, 허지웅은 신 고지라를 홍보하러 나온 자리에서 '국내 개봉명은 신 고질라로 됐지만 고지라가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

공식적으로도 해외 주류 팬덤 사이에서도 고지라와 Godzilla 두 가지 이름이 동시에 사용되는 데다가, Godzilla에는 God이 들어 있어서 영화 속에서 고지라의 신적인 모습을 은유하는 언어유희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런 사정을 모르는 국내 배급사들은 이미도 이후 고지라든 Godzilla든 죄다 고질라라고 퉁쳐서 번역해버려서 그 의미를 제대로 못 살리게 됐다. 본가 고지라 시리즈는 일본 문화 개방 이후에나 한국에 정식 수입될 수 있었는데, 1999년의 영화 '고지라 2000 밀레니엄'이 그냥 98년도 번역을 따라서 '고질라 2000'으로 개봉되었다. 이후 고질라(2014)도 고질라로 개봉되었다. 2016년의 영화 신 고지라를 수입한 미디어캐슬은 이 명칭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원래는 팬덤의 반응을 고려해서 신 고지라로 개봉할 것을 고민하다가 결국 고질라라는 이름으로 먼저 개봉해버린 2014년판을 의식해서 신 고질라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그 뒤 조금씩 들어온 쇼와시대의 작품들과 GODZILLA 시리즈도 일괄적으로 ″고질라″로 들어왔고, 몬스터버스 작품들도 전부 ″고질라″로 들어온 것을 보면, 이미 대중들 사이에서 명칭이 너무 굳어져 오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한국 정식 명칭으로써 기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제작한 작품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일본계 캐릭터는 ″고지라″, 그 외 국가 캐릭터는 ″갓질라″라고 발음하는 장면들이 존재한다. 1998년 작품에서 일본인 할아버지가 ″고지라″라고 발음하는 장면과 여주인공의 기사를 도용한 기자가 ″갓질라″라고 발음하자 ″고지라야, 멍청아!″라고 일갈하는 장면, 몬스터버스 작품 내에서 세리자와 박사가 꾸준히 ″고지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장면등이다. 국내에서는 고질라라는 해괴망측한 오역 때문에 해당 작품들의 자막에서 그러한 발음차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98년 작품의 고지라 발음 대사의 경우 개봉당시에는 ″간질라″라는 괴상한 단어를 채용했다가 그것마저 수정되어 현재 제공되는 OTT 서비스에서는 고질라를 고질라라고 발음하라며 일갈하는 괴상한 장면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1] 일반 미국 영어식 발음은 /ɡɑdˈzɪlə/로, 외래어 표기법을 무시하고 한국어로 최대한 비슷하게 적자면 '가질러'나 '갓질러' 쯤 된다. [2] 경향신문 96년 10월 21일자 29면, 「미·일 합작영화 '고지라' 제작」 [3] 이미도 바로 직전에도 매일경제 97년 10월 18일자에서 기자가 98년 영화를 소개할 때 고질라('Godgilla')라고 잘못 표기한 사례가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