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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27 23:32:20

조롱

1. 정의2. 인터넷 현상으로서의 조롱 문화3. 관련 문서

1. 정의



을 비웃거나 깔보는 행위. 다른 말로는 조소(), 우롱() 등이 있다.[1]

'남을 비웃거나 놀린다'는 뜻의 조롱은 역사가 오래된 행위 방식이다. 주로 약자들이 권력자들의 부정하고 폭압적인 권력 행사에 맞서는 도구로 전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널리 쓰여왔다.

다만 조롱은 부정적인 뜻이 강하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조롱을 무턱대고 했다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풍자가 사회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에 관해 해학적인 뜻을 가진다면, 조롱은 그 외의 모든 범주에 관해 사물이나 사람, 사건 등을 비하하면서 이를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언어 폭력이다. 수치심을 주는 모욕과 비슷한 의도이다.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조롱행위는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며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에서 권력에 직접 도전하기 어려울 때 병신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풍자한 것은 건전하고 건강한 행태지만, 일베의 폭식처럼 무차별적으로 힘없는 약자까지 대상으로 삼고 아무 생각 없이 돌팔매질하는 행위는 건전하지 못한 의사표현이며 전혀 다른 정치적 의미를 띤다"고 설명했다.[2]

2. 인터넷 현상으로서의 조롱 문화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사람은 누구나 재판을 받아야 하며 자기 형제를 가리켜 바보라고 욕하는 사람은 중앙 법정에 넘겨질 것이다. 또 자기 형제더러 미친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불붙는 지옥에 던져질 것이다.
마태오의 복음서 5장 22절 (공동번역 성서)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을 판단하면서 자기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결국 남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
로마서 2장 1절 (공동번역 성서)
나무위키를 포함하여 사실상 거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롱은 널리 쓰이고 있다. 대상에 대해 날카롭고도 직접적인 공격을 숨긴채 웃음의 형태를 통해 전파됨으로 굉장히 유연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커뮤니티 사이트와 카페 및 클럽, 미니 개인 홈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를 통해 소위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는 크게 확장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의사소통은 익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행위를 어느 시점에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한 보복이나 처벌을 당장 그 시점에 받지 않고, 때로는 영영 받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인터넷 사용자들이 깨닫게 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상대방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행태의 수위가 점점 높아졌고 특히 조롱은 손쉽게 주목을 끌고 판세를 뒤집는 도구로 애용되기 시작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선 자기가 느끼는 것을 훨씬 더 분출할 수 있고 내 의견이 주목받기 위해 더욱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며 "토론문화가 정착돼있지 않으니 내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도 쉽고 단순하고 강력하게 상대방을 규정하는 '조롱'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전 교수는 "SNS가 없었을 때는 자기 의견이 소수의견인 줄 알았다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닌 지지자들을 접하면서 옳지 않은 자기 의견도 타당할 수 있고 지지받을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며 "가장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매력적이고 단호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지세력에게 자신의 그룹에서 최전선에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조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에서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재미있으니까' 혹은 '저 녀석은 잠재적 가해자니 죽여버려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재미있다는 경우는 사디즘이 의심되는 인성 문제고, 잠재적 가해자론은 재미있다고 조롱하는 악플러를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하고 증오하는 과정에서 주화입마한 것이다.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자신만은 타인을 조롱해도 된다는 궤변을 내뱉는 사람이 많다. 오프라인에서 궤변을 일삼는 자들은 전부 원한을 사서 보복을 당했는데 인터넷에서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끔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조롱 문화를 우려하는 이들은 씹선비, 프로불편러, 이상에만 매몰된 비현실적인 놈, 정신질환자라 불린다. 대다수의 무의미한 조롱은 정신장애인 혹은 중증 정신질환자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이상행동을 한 결과인데 인터넷이 제공하는 평등한 지위로 인해 무시되지 않고 널리 확산될 수 있었다.[3]

사실 조롱은 풍자와도 궤를 같이 한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면 사회적인 권력으로 통제할 경우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본래 문화적 코드로써 조롱은 강자나 권력을 향해 그 힘을 발휘해 왔다. 전근대적인 봉건주의 권력 뿐만 아니라 현대의 제도권 언론이 가진 엄숙주의를 비틀고 그 틈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뜻이다. 즉 조롱의 대상이 권력자였기에 여러 사회적 집단에서 공감을 얻으며 특유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 과장하고 풍자하며 비틀어도 어차피 그들은 권력자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그다지 큰 흠집이 나지 않는다는 것에 조롱이 가진 특유의 불편함이 가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조롱은 강자와 약자를 가리지 않는다. 예전이었으면 가해자들에게 응당 쏟아져야 할 것이 이젠 피해자들조차 감수해야 되는 것이 되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약자는 보호받아야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사회 정의에서도[4] 약자에 대한 자비는 경제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항상 언급된다. 즉 기본적으로 우리는 약자를 포용하고 배려하는 문화와 사회에서 길러졌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에 대해 조롱하고 비하하는 일련의 인터넷 행위에 대해 우리는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따금 단기적으로 표현의 경계선을 건드리며 사회적인 금기를 어기는 듯한 일탈적인 쾌감을 얻을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자라온 환경을 모두 부정하는 행위에 도덕적인 타락을 맛보는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자신의 이런 도덕적인 타락이 사회에 알려질 경우 자신의 사상을 감싸줄 집단이 부족하므로 이런 표현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그러한 타락을 공유하는 집단[5]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도덕관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식이 옅어지자 자신들의 도덕적 공허를 메꾸기 위해서 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결국 집단 내부에서 조롱의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3. 관련 문서


[1] 조롱과 비슷하나 조소는 비웃는다는 의미가 좀 더 강한 어감이고, 우롱의 경우 상대를 어리석다고() 여기며 함부로 대한다는 뉘앙스이다. [2] 머니투데이 기사에서 발췌 # [3] 유사역사학의 사학자들을 향한 조롱, 혁명을 향한 조롱, 보수/진보를 향한 조롱, 인권 운동을 향한 조롱, 자선단체를 향한 조롱, 가난한 자를 향한 조롱, 대기업을 향한 조롱, 정치인을 향한 조롱, 특정 직업을 향한 조롱, 미성년자를 향한 조롱, 교권을 향한 조롱, 노력에 대한 조롱, 종교를 향한 조롱, 사회 부적응자를 향한 조롱, 주식 개미를 향한 조롱, 인종에 대한 조롱, 게이머를 향한 조롱, 오타쿠를 향한 조롱, 연예인을 향한 조롱, 빠돌이나 빠순이를 향한 조롱, 작가나 제작자, 독자를 향한 조롱, 정치적 무관심을 향한 조롱, 일반인을 향한 조롱, 장년층 남녀를 향한 조롱, 자영업자를 향한 조롱, 식민지 피지배국을 향한 조롱, 내부고발자를 향한 조롱, 외모에 대한 조롱, 무죄 추정의 원칙을 향한 조롱. 많은 예시 중 대표적이면서 대중들이 공감하는 것을 추려도 이 정도로 조롱은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4] 공리주의도 엄밀히 말해 사회적 약자를 아예 버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신자유주의가 이 문제를 극명히 비추고 있으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신봉론자를 제외하고는 어느 학자도 사회 안전망마저 포기하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5] 대표적으로는 일베 저장소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