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yeblack.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눈 밑에 검게 바르는 물건. 눈부심과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용도이다. 사진의 선수는 브라이스 하퍼.
2. 상세
흔히 야구를 보다 보면 선수들이 눈 밑에 스티커 같은 것을 검게 붙이고 나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것이다.눈부심을 막기 위해서 칠하는 용도로, 광원을 마주할 때 빛은 눈에 직접 들어가기도 하지만 일부는 광대뼈 부근에 닿고 거기서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가는데, 여기를 검게 만들어 놔서 빛을 흡수하게 만들어 놓으면 반사광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줘서 눈부심을 줄여준다는 간단한 원리. 한국에서는 야구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미식축구, 라크로스 등 북미 기원의 야외스포츠를 중심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위장크림처럼 눈 밑에 바르는 타입이 있고 스티커 타입이 있다. 초창기에는 숯을 진흙 등에 뭉개서 발랐으나, 요즘은 아이섀도 같은 화장품 형태로 나오며, 아예 바르기 편하게 립스틱같은 스틱형으로도 나온다. 바르는 타입은 면적을 원하는 만큼 넓게 발라줄 수 있으나, 화장품이 다 그렇듯이 스티커 타입에 비해 피부에 안 좋으며 바르기도 지우기도 귀찮다는 단점이 있고, 스티커 타입은 간편하고 피부에도 부담이 덜한 대신 넓이를 마음대로 조절하기 힘들어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
원조는 야구의 신 베이브 루스이다. 루스가 처음 눈밑에 숯을 바르고 저 원리를 설명하자 다들 납득해서 너도나도 따라하게 되어 북미 스포츠의 한 문화가 되었다. 원조가 미국사람이기 때문에 미국 스포츠, 특히 공이 하늘을 날아다녀서 하늘 자주 봐야 하는 야구 같은 스포츠에서 주로 하며, 북미권 외의 스포츠에서는 하는 선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다. 그나마 마찬가지로 하늘 볼 일 많은 축구의 골키퍼가 종종 하는 정도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예일대와 뉴햄프셔 대학에서 이루어졌는데, 예일대의 연구에서는 시각의 밝기 감도가 올라가는 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확인되었고, 뉴햄프셔의 연구에서는 예일대 연구를 보완하여 실험했는데, 다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밝기 감도 상승이 확인되었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스티커 타입은 효과가 없고, 파란 눈동자인 사람들도 효과를 얻지 못했지만, 파랗지 않은 홍채 색을 가진 사람들이 바르는 타입의 아이 블랙을 했을 때에는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뉴햄프셔의 연구에서는 위약효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음에도 효과가 확인되었다.[1] 물론 그 효과가 실제로 크게 체감되는 정도인지는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저 원리가 나온 지 70년이 다 된 2000년대나 되어서야 첫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저 베이브 루스가 설명한 원리가 워낙 명쾌한 데다가 루스가 워낙 전설적인 선수다 보니 다들 레전드가 쓰는 건데 어련히 효과가 있겠거니 하고 믿어 의심치 않아서 70년이 다 되도록 검증할 생각 자체를 안 했던 것이다.[2] 그래서 야구의 외야수처럼 장비 착용 규정이 널럴하고 실제 빛 차단 효과가 필요한 스포츠의 경우 더 확실한 효과를 위해 아예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온다.
그러나 효과의 정도가 어떠한지와는 별개로 이미 북미 스포츠의 한 문화가 되어서 관습적으로 한다. 큰돈 드는 것도 아닌 데다가 심리적 효과 정도는 기대할 수 있으며, 이젠 선수들이 저걸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폴리네시아 원주민의 워페인트처럼 일종의 전투화장 역할도 겸하기 때문. 맨 위 사진의 브라이스 하퍼는 항상 배트맨을 형상화한 박쥐날개 무늬의 아이블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 외에도 아이블랙에 메시지를 써넣거나, 십자가 모양으로 그려서 신앙심을 표현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형태로 개성있는 아이블랙을 하는 선수들이 많으니 선수마다 다른 아이블랙을 보는 것도 스포츠를 보는 재미 중 하나로, 사실 21세기 현재는 선수들도 실제 효과가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심리적인 이유나 문화적인 이유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흑인 선수들도 아이블랙을 하고 나온다.
이렇게 아이블랙은 선수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기에, 비록 그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앞으로도 볼거리 중 하나로서 아예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1]
단, 뉴햄프셔의 연구도 이중맹검 실험은 아니었음이 지적받는다.
[2]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저게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면
흑인 선수들은 태양빛으로 인한 수비실수가 백인 선수들보다 확연히 적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루스 시절에야 흑인은
MLB에서 뛸 수 없었으니 그렇다 쳐도, 흑인에게 문호가 개방된 이후에는 이상함을 느낄 법도 한데(...) 거의 50년이 넘도록 이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재미있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