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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1-12 17:39:40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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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

1. 개요2. 줄거리3. 반응4. 미디어 믹스

1. 개요

마크 트웨인이 쓴 타임슬립 대체역사소설. 아서 왕의 궁전에 떨어진 19세기의 미국인이 과학기술을 통하여 중세 영국을 현대 사회로 만든다는 내용으로 오늘날 타임슬립 SF의 선구작이다.

"좋았던 옛날(Good Old Days)"를 그리워하는 오래된 대략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중세를 거쳐 그 시대까지 내려온 사고방식을 공격하는 작품. 예를 들어 멀린이 지혜로운 마법사가 아닌 고루한 늙은이로 그려지는데, 주인공은 멀린에게 기상청을 맡긴 뒤 실제 날씨와 다른 예보로 명예를 실추시켜 견제한다. 여러 의미에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에서 엿보이는 당대의 시대의식이 짙게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시공사에서 정발했다. #

2. 줄거리

19세기 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주인공 행크 모건은 거대한 무기 공장의 수석 작업반장이다. 어느 날 주인공은 쇄석기에 머리를 다치고 정신을 잃는데, 깨어나보니 웬 중세식 갑옷을 입고 말을 탄 기사가 자신을 창으로 위협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기사에게 잡혀가면서 목격한 중세식 고성과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6세기 아서 왕이 실존하는 카멜롯에 타임슬립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사에게 잡혀온 주인공은 수상쩍은 놈으로 몰려 화형당할 뻔하지만, 일식을 예견해 위기를 넘기고, 자신이 알던 현대 문명의 이기를 통해 세계를 뒤바꿔놓아 자신이 살던 시대의 문명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현대 문물을 보급하면서 국민들은 교육을 받고 계몽되어 가며, 멀린은 실추되어 비웃음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주인공은 공주와 결혼도 하고 아이[1]도 낳으면서 잘 먹고 잘 살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의 전개를 후려치듯이, 반전이 일어난다. 주인공이 아이의 요양을 위해 타국에 가게 되는데, 이것도 의사를 시켜 주인공을 다른 나라로 보내버리기 위한 함정이었다. 이 때 아그라베인은 랜슬롯이 주식 조작을 통해 자기를 파산시킨 것에 대한 보복으로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불륜을 고발한다. 모든 것이 원래의 전설대로 진행되어 주인공이 돌아왔을 때는 아서 왕이 죽은 것은 물론, 교회가 주인공과 그 세력을 전부 파문시키고, 과학 문물을 금지시킨 상태였다. 계몽되어 가던 국민들도 막상 '파문'이라는 말에 겁먹고 전부 원래대로 돌아가고, 어릴 적부터 새 교육을 받아 자신을 따르는 52명의 소년과 측근만 남는다.

주인공은 이때까지 만들어 놓은 공장 등 모든 과학 문물을 폭탄으로 날려버린 후, 요새에 틀어박혀 공화정을 선포한다. 그리고 교회가 동원한 기사 2만 5천을 폭탄과 전기 울타리, 기관총으로 모조리 학살하지만, 결국 요새 주변을 가득 채운 기사의 시체로 인해 전염병에 걸려 요새 안의 사람들은 전부 죽고, 주인공은 몰래 숨어들어온 멀린의 마법에 의해 13세기 동안 잠들게 된다.[2]

결국, 첫 머리에서 노인이 된 주인공에게 이야기를 듣던 마크 트웨인(작가)은, 그가 악몽 속에서 영영 못 보게 되어버린 아내와 아이를 찾으며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다.[3]

3. 반응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밝은 작품과 적도 여행기, 불가사의한 이방인 같은 비관적인 분위기의 후기 작품 사이의 전환기격의 분위기가 나기 때문에 마크 트웨인 개인의 문학관 면에서도 중요하게 연구되는 작품이다. 다만 고증은커녕 작가가 해당 시대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급히 집필한 소설이라, 고증 오류는 무수히 많으며 그 중 일부는 대중에게 각인되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잘못된 지식(?)을 낳았다. 중세 기사의 갑옷은 입고 움직이기도 어려운 물건이라거나, 기사는 자기 힘으로 말에 올라탈 수조차 없어 기중기로 올려줘야 한다든가 등의 낭설은 대부분 이 소설에서 시작된 것이다.[4]

거기다 위의 잘못된 지식을 전파한 점과 더불어 작품 자체에 대하여 대가가 쓴 소설이긴 하지만 새로운 구석은 없는 그저 흥밋거리 작품이라는 비판도 많다.[5] 사료 조사 결과 이 당시 트웨인 말고도 다른 듣보잡 작가들이 이와 비슷한 타임슬립 대체역사물을 꽤 많이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에 '최초의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칭호는 빛이 바랜다는 것이다. 당시 비평계에서도 이 소설에 대해 비슷한 비난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이런저런 3류 이고깽 대체역사물을 능가하는 필력으로 뒷날 코니 윌리스의 화재감시원 같은 잘 쓴 타임슬립 SF의 전범을 일찌감치 확립했다는 의의는 분명히 있다. 여담으로 일본식 이세계물이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끌게 되었을 때, 잠시 영어 위키백과 문서 내 '장르' 부분에 " isekai"가 들어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삭제되었다.

4. 미디어 믹스



[1] 아기 이름은 여보세요 교환원이죠(Hello-Central)(...)이다. 당시 사람들이 전화 걸 때마다 교환수한테 하는 말인데, 주인공이 이렇게 잠꼬대하는 걸 들은 아내는 어감이 신비롭고 마법 같은데다 혹시 전 애인의 이름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주인공을 기분좋게 하려고 아기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2] 멀린은 도망치다가 전기 울타리에 닿아 감전되어 죽는다. [3] 초반부터 주인공이 문제 없이 놀랄 만큼 잘 활약하고, 국민들도 주인공을 따라 빠르게 계몽되어 가면서 술술 잘 풀리기에 ' 먼치킨 주인공이 미개한 중세를 계몽한다!'는 스토리인 줄 알았다가 이러한 반전에 충격 먹은 사람들이 많다. 이 점을 근거로 이 소설이 당대 사회상을 비판하는 목적으로 쓰였다는 주장도 있으나, 위에서 말했듯이 이에 대한 논란이 많아 불확실하다. 그 외에 이 결말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주인공의 노력이 오히려 많은 죽음에 둘러싸여 자신을 파멸시키는 결과로 나타나는, 주인공 자신이 가진 전제주의적 속성을 비판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4] "나는 중세를 비난하기 위해 중세를 공부한다"라고 말한 학자가 나왔을 정도로 중세에 대한 비난과 폄하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서구 역사학계의 트렌드였다. 기사들을 말 탄 깡통 취급하는 것이 새롭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사도 로맨스물의 흥행과 별개로 기사가 가진 군사적 능력에 대한 폄하에 가까운 시선은 심각했고, 이런 시각은 심지어 20세기까지 이어져 패튼이 자신의 저서에서 중기병의 갑옷을 '자기위안의 산물'이라고 평가하는 데까지 이르른다. [5] 실제로 작가가 본작에 내비친 기독교와 기타 미신적인 요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 특히나 로마 멸망의 이유를 기독교의 보급에서 찾는 시각은 기번을 위시한 많은 학자들의 주장을 아주 얄팍하게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