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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9 15:41:02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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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3. 번역4. 고증 오류

1. 개요

하버드 대학교 수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수학 석사학위까지 밟고 박사 과정을 밟으려다가 갑자기 전업 만화가로 돌아선 엄친아 래리 고닉(Larry Gonick)의 학습만화 시리즈.

2.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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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고닉의 오너캐와 실제 작가의 모습. 래리 고닉은 세계사 뿐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 만화 시리즈도 냈다.

원제는 '우주의 만화 역사(The Cartoon History of the Universe)'.[1] 출판사 궁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라는 제목으로 완결권인 5권까지 출간하였다.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는데 처음 1권만 출시되었을 때는 고려원 자회사인 고려원미디어에서 '만화로 보는 우주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2] 2권까지 나왔을 때 '만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그랬다가 고려원미디어와 모기업 고려원이 부도난 뒤 궁리에서 상기한 제목으로 출판하여 완간하였다. '만화로 보는 우주의 역사'의 번역은 이일수, 이후 번역은 이희재.

1권은 빅뱅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를, 2권은 중국의 여명에서 로마의 황혼까지를, 3권은 이슬람에서 르네상스까지를, 4권은 콜럼버스에서 미국혁명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5권은 " 바스티유( 프랑스 혁명)에서 바그다드( 이라크 전쟁)까지" 다루고 있다.

근현대사 파트인 5권의 경우 비교적 세심하게 묘사하는 다른 세계사 만화 작품에 비해 의아스러울 정도로 크게 압축된 편. 제2차 세계대전 파트부터는 진짜 순식간에 휙휙 지나간다.

그림체 변화가 심하다. 1권의 빅뱅부터 살라미스 해전 파트는 잽 코믹스(미국 만화잡지)의 영향을 받은 듯한 둥글둥글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였다가, 그 이후는 갑자기 자다가 대충 그린 듯한 식으로 바뀐다. 이후 2권부터는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1편 초반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지는 건 문제.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최대한 공정하게 그리려는 작가의 역사관이 돋보이며 심하면 서구 문명을 대차게 까기도 한다.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고대 중세 아프리카의 역사를 비교적 상세히 다루는 위업을 이루기도 했다. 서양 내에서도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도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하게 다룬다. 특히 프랑스에 대해서는 작가의 말을 통해 영미권 특유의 프랑스에 대한 깔봄[3]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언더도그마 경향이 지나칠 때도 있어서 고대 이집트인 흑인설 등의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 수나라의 멸망에 대한 고구려 쪽 서술이 등장한다. 구한말의 한국도 묘사되었으나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굽실거리며 줄타기하다가 합병당했다며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실제 조선의 외교 행보상 큰 틀에서 틀린 서술은 아니고 조선시대까지 한반도 국가의 존재감은 미미하긴 했다. 그나마 거의 짤리다시피 한 태국 동남아권에 비하면 다뤄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해야 하나. 3권 말미 참고문헌란에 Andrew C. Nahm[4]이 지은 'Korea, Tradition and Transformation'[5]이라는 한국과 관련된 책이 있다.

한국사 파트가 적은 것에 대해서는 한국 출판사 궁리와 나눈 저자의 다음 인터뷰 내용 일부를 참조하자. 전문은 여기
나는 한국 독자들에게 만화 세계사에 한국의 역사가 많지 않다는 불만 섞인 메일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내 대답은 이랬죠. 당신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역사를 전세계적인 상호 작용의 이야기로 봅니다. 그래서 세계에 있는 모든 곳의 역사를 담는 게 불필요할 때가 있어요. 이른바, 역사에는 수천 마일 떨어진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을 압박하는 ‘주요 행위자’란 게 존재합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인 이유로, 다른 많은 곳보다 이러한 분기점에 덜 얽혀 있습니다. 이건 여러분이 가진 행운이기도 하지요!

결국 한국은 세계사의 주요 행위자가 아니며, 세계 전체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분기점에서 떨어져 있는 변방이고 오히려 이것이 행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나온 세계사 관련 책들을 보면, 한국은 거의 다루지 않고 만일 나온다 해도 한국판에서 추가한 것이며, 래리 고닉의 표현대로라면 냉전 시대 주요 행위자였던 미국과 소련이 개입된 6.25 전쟁 정도가 다뤄지는 게 고작이다.

권말에는 참고문헌이 나와있는데 어림잡아도 100여 권이 넘는다.[6] 다만 실제로 다루는 측면에서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심도 있게 묘사하고 캐릭터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 것이 틀림없어 뵈는 인물이 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3권의 아부 수피안[7], 로베르 기스카르[8], 유럽 각국의 왕관을 잔뜩 머리에 인 캐릭터로 등장한 4권의 카를 5세 등.

하버드 대학교 교재로 쓰일 정도로 압축률이 뛰어나고 전체적으로 세계의 역사를 균형있고 재미있게 묘사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명작이다. 기본적으로 대학생을 위한 역사만화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에 초등학생한테 사줬다간 괜히 어렵다며 던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특히 적나라한 섹드립이 판을 치니 읽을 땐 조심. 전반적으로 폭력이나 성적 수위가 좀 높은 편이고 텍스트도 길고 빽빽해서 애들이 볼 만화는 확실히 아니다.

2편에서 갈리아 침공군으로 아스테릭스 오벨릭스가 출현한다. 퇴장하면서 "여어, 아스테릭스! 우리도 우리 만화책 만들러 가자!"라고 외친다.[9] 또한 3권에서는 '바시-바조우크'(투르크 제국의 무장 돌격대)에게 쫓기는 아독 선장[10]. 물론 "우라지고 우라질"(Billions of blue, blistering barnacles!)를 외치며.

3. 번역

신판은 살짝쿵 단점이 존재하는데, 구판만큼 맛깔나는 번역은 아니라는 점. 살짝 코믹성이 약해졌다. 덧붙여 대부분의 명칭을 영어 기준으로 옮겨놓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가령 오스만 투르크를 오토만 터키로 영어식 명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든가.

이희재의 번역은 사투리와 '킹왕짱','쌈박하다'등 전연령을 노린 다양하고 재미있는 어휘 구사와, 의역에 초점을 맞춘 것이 돋보인다.[11] 단 번역의 질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환상적인 초월번역이 나오는가 하면 애들조차 안할 기상천외한 오역이 나오기도 한다.[12]

의역한 부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원작의 미국식 개그 센스를 전부 역자가 생각하는 한국식 개그로 바꾸었기 때문에 역자와 개그 코드가 통하는 독자에게는 재미있겠지만 원작의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미국만화는 미국식으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거슬리는 부분.[13] 가끔은 역자가 원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역하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의역한 경우도 있다. 테무진이 소년시절 이복 형제를 죽이는 대목이 그 예. 원작에서 테무진은 이복 형제를 죽이고 어머니에게 "He wouldn't share, mommy!"라고 말한다. 이 대목을 역자는 평범한 아이들처럼 먹을 것을 놓고 싸우다 죽였다는 개그로 이해했는지 "말로 하니까 내가 딸리더라고요."라고 의역했다. 그런데 실제로 테무진은 먹을 것을 놓고 싸우다 형을 죽인 것이 맞다.[14] 즉 이 대사는 농담처럼 썼지만 농담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고증을 지킨 것이다.

4. 고증 오류

물론 자잘한 오류에서 꽤 큰 오류까지(특히 동양사가 심하지만 근동, 서양사라고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법 많은 편이지만 주의해서 보자. 애초에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다. 몇 가지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의역하자면 만화로 보는 세계의 역사 정도. 여러 컷으로 이루어진 만화책이라 엄밀히 말해 카툰보다는 코믹스가 좀 더 정확한 편이지만 영어 화자라고 해서 영어를 전부 다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2] 빅뱅에서부터 시작하므로 우주의 역사라는 제목이 가장 어울릴 수도 있다. 물론 시작만 그럴 뿐 점점 지구의 역사, 인류의 역사로 다루는 범위가 좁혀지지만 그거야 우리 인류의 지식 한계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3] 전쟁도 못 한다던지, 파업만 한다든지, 관료제가 심하다던지 등의 이유로 미국이나 영국인이 프랑스를 비웃는 유머가 있다. [4] 재미교포 남창우(南昌祐). 책에는 Nahn으로 오타가 나 있다. [5] 이 책 표지에는 영문 제목과 함께 한자로 '新韓國史通論'이라고 적혀 있다. [6] 단순히 참고만 했다고 써 놓은 게 아니라 '기막힐 정도로 세세한 묘사', '자료는 방대한 편이나 졸 뻔했음' 처럼 질이 좋은지, 자료의 양은 어떤지, 검증된 학설인지, 알기 쉽게 해설되어 있는지 등을 짤막하게 써 놓았다. 이때에도 위트있는 발언이 빠지지 않아 과연 래리 고닉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7] 이슬람의 발호 파트인데 읽다보면 무함마드보다 이 쪽이 주인공같다. 이슬람 전통을 존중한답시고 무함마드는 아예 제대로 캐릭터 등장도 하지 않으니 별 수 없는 노릇이다. [8] 보에몽 1세의 아버지. 여기서는 족제비 머리의 캐릭터로 등장. [9] 번역판에서는 다른 멘트로 교체. [10] 아독 선장의 '욕' 레퍼토리 중에 '바시 바조우크'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나온 조크. [11] 특히 1권에서의 람세스 2세의 대사가 압권이다. "이 자석들아, 왕 앞에서 방구 뿡뿡 껴싸도 되는기가?" [12] 뻔한 오역 중 하나가 사울 다윗더러 " 블레셋인이마 껍질을 100개만 가져오면 내 딸을 주마!"라고 하는 장면인데 'foreskin'을 대충 'forehead(이마)'의 'skin(껍질)'로 해석했다. 포경수술할 때의 포피가 맞다. 개역개정판 성경에도 그리 나오고. 개역한글판에는 좀 어려운 단어인 '양피(陽皮)'로 나온다. 구판인 고려원판에서는 제대로 포경이라고 나왔다. [13] 한 예로, 카롤루스 대제를 두고 "'암흑시대의 가장 위대한 왕'이라고? 허허! ' 디스코 최고의 히트곡' 같은 거냐?"라는 대사는 "'가장 악랄한 전쟁광'이시겠지."로 다소 무겁게 번역되었다. 70년대 말의 짧은 '디스코 강점기'가 미국인들에게 농담 삼아 음악적 암흑기로 회자되는 것이 한국인들이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맥락이기 때문. [14] 원조비사에는 테무진이 잡은 새와 물고기를 이복형 벡테르가 빼앗았기 때문에 테무진이 그를 죽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고, 벡테르가 테무진의 어머니 호엘룬과 결혼하려고 했기 때문에(벡테르는 테무진의 이복형제로 어머니는 소치겔이다) 테무진과 갈등이 깊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15] 기본적으로 기독교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저자의 시각은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다. 가령 율리아누스의 요절을 두고 '아쉽다'고 표현한다든지... [16] 미켈란젤로가 처음 그렸을 때는 예수를 포함한 등장인물 모두가 올누드였다. [17] 원문은 Strongman으로 차력사란 뜻말고도 독재자라는 뜻도 있다. 그림도 역기를 드는 차력사 그림을 그려놨다. 즉 말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