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그리스어: δεσπότης영어: Despotes
동로마 제국에서 쓰인 칭호 중 하나로, 시기에 따라 황족, 제후, 군주에게 사용했다.
2. 역사
데스포티스는 원래 그리스어로 '주인(主人)'이란 뜻인데, 어원을 따지면 집의 주인, 즉 가부장을 뜻했다. 가부장을 뜻하는 단어가 점점 의미가 커져서 나라의 주인, 즉 임금이나 지배자를 뜻하게 되었다.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부터 재위 중인 황제의 자식들이나 사위에게 붙여주는 칭호로 바뀌었다. 군림하고 있는 황제들의 아들들에게 경칭으로 부여했고, 황제들 자신을 칭하기도 하여 동전에 바실레우스 대신에 데스포티스가 널리 사용되었다.
동로마 제국 중기 콤니노스 왕조의 마누일 1세 때 공식적으로 황제 다음으로 높은 별도의 칭호로 독립시켰는데, 이는 원래 황제 다음 서열이었던 세바스토크라토르보다 더 높은 지위였다. 처음에 데스포티스 칭호는 사실상 외국의 헝가리의 벨러 3세에게 쓰여 헝가리가 로마의 공납국이라는 의미로 여기게 했고,[1] 인근의 군주들이 이 칭호들을 가진 것으로 동로마 제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동로마 제국의 말기인 팔레올로고스 왕조 시절, 황족들을 수도와 멀리 떨어진 영지들에 분봉하여 그곳을 자체적으로 다스리게 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런 곳에 분봉받은 황족들을 데스포티스(Despotes)라 하였고, 이때부터 데스포티스는 데스포타톤(Despotaton, 영어로는 Despotate)의 보유자가 될 수 있었다.[2]
이후 4차 십자군으로 여러 후계 국가가 난립하면서 동로마 아래의 군주국의 칭호로 이피로스 전제국 등의 군주에게 붙는 칭호로도 사용되었다.
-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져있는 모레아의 경우 안드로니코스 2세가 4차 십자군 국가인 아카이아 공국에게서 펠로폰네소스 남부를 탈환한 뒤 1308년 아카이아 정벌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미하일 칸타쿠지노스에게 데스포티스 칭호를 하사한 후, 1349년에 마누일 칸타쿠지노스가 정식으로 모레아 전제군주국(데스포타톤)이라는 번국을 형성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383년 요안니스 5세가 작위를 회수해 삼남인 테오도로스 1세 팔레올로고스에게 넘겨준 뒤 황실의 직접 지배가 멸망하는 날까지 이어졌고 마지막 로마 황제인 콘스탄티노스 11세가 모레아 전제군주국의 공동 황제를 함께 역임하면서 그 장엄한 최후를 꽃피우는 기반이기도 했다.
- 4차 십자군 이후에 수립된 동로마의 후계 국가 중 하나인 이피로스 전제군주국이 있는데, 이피로스는 처음부터 영지를 분봉받아 세워진 모레아와는 달리 초기에는 로마 제국이라 칭했다. 그러나 니케아 제국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탈환하여 동로마 제국을 재건하자 칭제를 계속한 명분을 상실하고 국력에서도 열세에 놓이자, 제위를 포기하고 데스포테스 작위를 하사받았다. 그러나 초대 미하일 1세도, 테오도로스 1세도 스스로를 데스포티스라고 불릴 권리가 있었지만 그렇게 자칭한 적은 없다. 나중에 미하일 2세가 니케아 제국의 지배를 인정하면서 데스포티스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데스포티스는 어떤 지역에 붙은 명칭이 아니라 그냥 궁정에서의 타이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피로스를 이피로스 전제군주국이라고는 부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들도 스스로를 이피로스 전제군주국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동시대에는 그저 로마 제국이라고 했을 뿐이다.[3]
- 세르비아 전제군주국은 본래 슬라브계 국가의 프린스에 해당하는 '크냐즈'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나라였으나, 1402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방문한 스테판 라자레비치가 '데스포티스' 칭호를 하사받았고, 1459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세르비아의 군주 칭호로 사용되었다.
- 도브루자 전제군주국은 불가리아 제2제국 말기에 지방 귀족이 분리 독립하여 세운 나라인데, 불가리아의 정통 황제 이반 시슈만, 대립 황제 이반 스라치미르와 함께 불가리아판 삼국지를 찍다가, 셋다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했다.
3. 기타
현대에 'Despotism( 전제정치)'의 어원이 되어, 'despot'는 전제군주, 폭군, 독재자를 의미하게 되었다.중국에선 '전제군주(专制君主)', 일본에서는 '전제공(専制公)'이라는 번역어를 사용한다.
한국어 번역어는 표준화되지 않았지만, 직역한 ' 전제군주국', '전제국' 등 어휘가 사용된다. 2015년부터 연재된 소설 미연시인데 연애를 할 수 없는 건에 대하여에서 작가가 임의로 데스포티스를 친왕으로 번역했고, 이를 따라하기도 하나, 학술적으로는 쓰이지 않는 번역이다. 중세를 다룬 크루세이더 킹즈 3에서는 데스포티스는 음차를 했으나 Despotate는 번왕국으로 번역했다.[4] 어려운 그리스식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좋은 번역이나, 번왕국이라는 용어는 동로마가 아니라 영국령 인도 제국 안에 있던 지방 제후국들을 지칭하는 번역으로 보통 사용된다.
데스포티스의 여성형은 데스포이나[5] 또는 데스피나[6](despoina)로, 여성인 데스포티스 또는 데스포티스의 아내를 칭할 때 사용했다.
[1]
아직 아들이 없던 마누일 1세는 헝가리 왕국의 벨러 3세를 자신의 딸과 혼인시켜 제위 계승권자로 삼으면서 이 칭호를 수여하였다. 사위를 헝가리 왕 겸 동로마 황제로 만들어 헝가리 왕국을 동로마 제국에 포함시키려는 계획을 꾸민 것이다. 이에 반발해
시르미움 전투가 일어났는데 헝가리가 크게 패하면서 아예 복속되었고, 마침 알렉시오스 2세가 태어나면서 벨러 3세의 동로마 상속은 없던 일이 되었다.
[2]
황자가 영지로 받았다가 점차 동로마의 신하국으로 발전한
모레아 전제군주국(Despotate of Morea)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3]
물론 동시기
로마를
자청한
국가들이
많았기에 그에 따른 구분은 필요하겠다.
[4]
그리스 문화권의 산하 봉신왕국에게 붙는 칭호로 사용된다. 따라서 그리스 문화권 캐릭터로 프랑크 제국을 세웠으면 프랑스 번왕국, 아키텐 번왕국이 된다.
[5]
고전 그리스어식에 가까운 읽기
[6]
현대
그리스어식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