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4-19 06:00:22

기펜재

1. 개요2. 성격
2.1. 대체효과와 소득효과2.2. 기펜재와 열등재
3. 현실의 기펜재4. 여담

1. 개요

기펜재(Giffen's goods)란 가격과 수요량이 비례하는 열등재를 가리킨다. 영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기펜(Robert Giffen)이 아일랜드인 감자 소비에 관한 통계를 분석하며 발견하였으며, 이후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이 저서 《경제학 원론(Principles of Economics, 1890)》에서 이를 보급하면서 유명해졌다.

2. 성격

경제학에서는 실질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일반적인 재화를 정상재(正常財, normal goods)라 하며, 반대로 실질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를 열등재(劣等財, Inferior goods)라고 한다. 이 밖에 사치 및 유행, 과시적 소비 등 선호도의 영향으로 가격과 수요가 비례하여 증가하는 베블런재(Veblen goods)가 있다. 그러나 베블런재도 아니면서 가격과 수요가 비례하는 재화가 기펜재이다.

기펜재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감소하는데 이는 기펜재가 가지는 소득효과의 크기가 대체효과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펜재의 존재는 수요와 공급 중 수요의 법칙[1]의 예외로 지목된다.

2.1. 대체효과와 소득효과

기펜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대체효과와 소득효과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1. 대체효과란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재화종류에 관계없이 항상 상대가격이 하락한 재화의 구입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효과를 말한다. 이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질소득 및 기타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특정 재화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소비자는 그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2]
  2. 소득효과란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면 실질소득이 증가하게 되는데,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말한다. 예컨대 매달 가격이 2만원인 치킨을 10마리 시켜먹는 소비자에게 있는데 어느날 치킨의 가격이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럼 한 달에 20만원을 소비하던 소비자는 이제 10만원만 소비하거나 20만원을 소비해서 치킨을 20마리를 시켜먹을 수 있을것이다. 이때, 사실상 이 소비자는 치킨 값이 하락한만큼 소득이 증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파일:기펜재.png

정상재에서는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 2가지 효과 때문에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즉, 대체효과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고 소득효과로 인해 실질소득이 증가하였으니 실질적으로 증가된 소득만큼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는 열등재인 경우에는 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체효과로 인한 수요는 증가하지만 소득효과로 인한 실질소득 증가에 의해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여 대체효과와 소득효과가 서로 상반된 효과를 지니게 된다. 이 때, 소득효과의 크기가 대체효과보다 커서 가격이 하락/상승해도 오히려 수요가 감소/증가한 경우 이를 기펜재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

2.2. 기펜재와 열등재

기펜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등재이어야 하나 열등재라고 반드시 기펜재인 것은 아니다. 기펜재는 열등재이기 위한 충분조건이며 열등재는 기펜재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열등재라고 해도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작다면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기펜재이려면 열등재이면서 동시에 소득효과의 절대적 크기가 대체효과보다 훨씬 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품은 직관적으로도 생각하기 쉽지 않다. 우선 소득효과가 크려면 이 상품이 열등재이면서 동시에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 상품의 가격이 조금만 내려가도 대체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소비자의 실질적인 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그래서 기펜재는 학문적으로나 나오는 공허한 개념이라고 비판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으며 현실에서 명백히 기펜재인 것을 찾으면 노벨경제학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도 있다.[3]

3. 현실의 기펜재

학계에서 기펜재의 예시로 흔히 인용되는 것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주식(主食)으로, 특히 현대 선진국의 복지제도와 같이 정부의 양곡 수매 및 구호 배급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의 주식 시장이 그 예시가 된다. 기펜재의 개념을 처음 제창한 기펜은 19세기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의 감자를 그 예시로 지목했다. 당시 아일랜드 서민층의 소득은 매우 제한되었기 때문에, 감자 가격이 오르면 고기같은 다른 음식을 사기 어려웠다. 그래서 감자는 가격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어났다. 반대로 소득이 오르거나 감자 가격이 인하되면 고기를 소비할 여유가 생겨서 감자의 수요량이 오히려 감소했다.

주식 시장에 관한 최근의 사례는 중국 극빈층의 쌀 소비가 있다. Giffen Behavior and Subsistence Consumption (2008) 논문의 저자들은 중국의 극빈층에서, 쌀 및 밀이 기펜재였음을 보인다. 저자들에 의하면 이 논문은 처음으로 실제 현실에서 기펜재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세계은행에서 발간한 Rising food prices and coping strategies: household-level evidence from Afghanistan(2010)[4]에서는 2007~2008년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도시에서 밀이 기펜재의 특성을 보였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기펜재의 존재가 증명되어 있음에도 현실에서 기펜재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은 의외로 힘들다. 과학적으로 기펜재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통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통계에서 기펜재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어떤 집단의 특정 재화에 대한 평균적인 소비를 구하고, 그 값이 기펜재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경제의 성장이다. 거의 모든 집단이 경제성장을 겪게 되는데, 경제성장은 그 특성상 소득의 증가와 다양성의 증가를 같이 이루어낸다. 따라서 거의 모든 집단에 있어 그 집단이 사용하는 물건들은 항상 소득효과와 대체효과가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기펜재의 조건은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훨씬 커야 한다. 즉, 기펜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소득효과의 증가율이 대체효과의 증가율보다 유의하게 크고 그 결과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크게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집단 수준에서 발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기펜재를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증명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기펜재가 아주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열등재는 재화이지만 열등한, 즉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소비가 줄어들 재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면 거의 모든 재화들은 기술발전에 의해 도태되면서 최종적으로 열등재가 된다(쉬운 예로 전화교환기, mp3 플레이어, PC통신, 고전게임 등을 생각해볼 것.) 또한 대체효과가 존재하려면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그 대안을 쉽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대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그 대안의 선택이 제한되는 일은 매우 흔하다. 이론적으로는 흡연자들은 더 몸에 해를 덜 끼치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선택할 수 있고, 3D 직업 종사자들은 직업교육을 통해 다른 직업으로 이전이 가능하며, 극단적인 예시로 염전노예들도 이론적으로는 도망쳐서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이 가능하고 권력형 성폭력을 당하는 사람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퇴사하는 식으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들의 대안 선택이 학습된 무기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대안의 선택이 극도로 제한되는 경우에는 기펜재의 논리를 적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평범한 군인이라면 통장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비할 선택지 자체가 없다. 기껏해야 PX에서 냉동이나 사먹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간다면 이들이 소비하는 행태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4. 여담



[1] 수요량은 가격에 반비례함. 다시 말해,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2] 예외적으로 완전보완재의 경우에는 대체효과가 0이다. [3] 기펜재를 찾아서 논문으로 발표까지 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 중 누구도 노벨경제학상과 가깝지는 않다. [4] DOI:10.1596/1813-9450-5466

분류